전북 순창군 (재)순창발효테마파크 및 민속마을 일대에서 짭짤하고 감칠 맛 나는 행사가 12일 열렸다.
간장과 고추장을 사먹기만 할 뿐 직접 담가볼 엄두를 못 내는 도시민들에게 장독대분양 및 장담그기 체험을 제공하는 ‘2022 순창 장독열리는 날’ 행사다.
순창군과 순창발효테마파크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고추장의 본고장 순창 장류의 맛과 멋을 알리고자 기획했다. 또 오랜 무형 생활 유산인 장담그기가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해 유네스코까지 등재하도록 기원하는 마음도 담겼다.
현장에는 전국에서 온 90여 명의 참가자들과 취재진이 모였다. 퓨전국악그룹 ‘이희정밴드’의 신명 나는 식전공연이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김재건 순창발효테마파크 원장의 인사말과 함께 본격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김 원장은 “이곳 순창고추장민속마을에는 전통 발효식품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50여 가구의 장인들이 모여 있다”면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도 그 뜻을 이해하고 직접 맛있는 장을 담가보면서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장담그기 기능인들의 시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시연에 등장한 물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 기능인 각자가 새벽에 첫 맑은 물을 떠 장독 위에 놓고 관람객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정성을 담았다.
개막식이 끝나자 장담그기 체험자들이 안내에 따라 각 기능인의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제조기능인 제 118호 박현순 기능인은 30년 이상 장을 담가왔다. 농업기술센터, 장류제조사 양성교육 등에 출강한 경력도 갖고 있다.
전통장의 문화·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장담그기 체험을 시작했다. 한 번도 직접 장을 담가보지 않은 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박 기능인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유치원생 아동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의 참가자들이 함께 앞치마와 두건을 착용하고 두 팔 걷은 채 실습에 참여했다.
먼저 솔로 메주를 문질러 씻은 뒤 독에 차곡차곡 쌓아 소금물을 채워 간장을 담갔다. 여기에 잡귀를 쫓는다는 오랜 전통을 계승해 숯과 마른고추, 대추를 넣고 장독에 금줄을 둘러 버선 모양으로 오린 종이를 거꾸로 붙여 마무리했다. 바로 제대로 숙성된 장을 확인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박 기능인은 다른 장독들을 열어 기존에 만들어 둔 고추장을 소개하고 맛을 보도록 해주었다. 매콤짭짤하고 깊은 맛에 노가리가 생각나 군침이 돌았다.
순창 장류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고추장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었다. 박 기능인은 교육 중 집에서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소금과 고춧가루, 메줏가루의 비율 팁 등의 조언을 덧붙였다. 직접 장을 담가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재료가 골고루 섞이기 위한 인내의 시간과 팔이 저려오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고추장이 너무 묽거나 질어지지 않도록 주걱을 꽂아 테스트하는 등 장인의 남다른‘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마트에서만 보던 순창 고추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고 나니 당장 매콤한 이 고추장으로 떡볶이와 비빔밥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사흘만 지나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우리 전통 장의 진가를 맛보려면 순창행 고속버스표를 끊어보면 어떨까.
순창(전북)=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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