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의 작은 섬 키웨스트에서 유람선 관광을 둘러싼 주민들과 사업체들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키웨스트는 미국 플로리다 최남단에 있는 섬으로 인구 2만 6000명의 작은 도시다. 따뜻한 열대 기후에 속하며 아름다운 산호초, 모래 해변 등이 있어 휴양지로도 알려진 곳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타고 이곳을 방문한다.
키웨스트의 여러 사업체들이 관광객들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정작 현지 주민들은 유람선과 관광객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유람선 관광으로 환경이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지역 내 환경 운동을 주도하는 알로 하스켈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유람선은 산호들의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우리 생태계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유람선 관광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비영리 단체 ‘세이퍼 클리너 쉽(Safer Cleaner Ships)’을 설립했다. 단체는 섬을 운항하는 유람선의 크기와 일일 하선 승객 수를 제한하고 보트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2020년 지역 주민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주민 과반 이상이 찬성하며 단체의 제안은 시의회에 의해 비준되었다.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보였지만, 이듬해 플로리다 주지사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며 갈등이 심화됐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유권자가 해상 무역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며 시의회의 조치를 중단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주지사의 이러한 행보 뒤에는 유람선 업체 등 관광 산업 종사자들의 영향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마이애미 해럴드에 따르면, 키웨스트의 지역 사업체들은 드샌티스 주지사를 위한 정치 캠페인 위원회에 100만 달러(약 12억 원) 이상의 거액을 기부했다.
올해 초 키웨스트 시 당국은 두 곳의 지역 공공 항구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직접적으로 유람선 수를 제한하는 대신 우회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하루에 2~3척의 유람선이 운항하던 키웨스트에는 하루 한 척의 배만 오고 가게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식당과 호텔 등 일부 사업체에게 타격을 주었다.
키웨스트 시는 주민들과 사업체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테리 존스턴 시장은 “유람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지역 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 차원에서 모두 좋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지역 내 관광지와 식당들을 지원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키웨스트 시의회는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수질 모니터링과 산호 복원 사업도 실시할 예정이다.
글 = 허유림 여행+ 인턴기자
감수 =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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