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수십억 달러를 들인 현대미술관이 12일 개관했다. ‘미술관 이상의 미술관(More Than Museum)’이라는 뜻의 엠플러스(M+) 뮤지엄이다. 1990년도부터 홍콩의 문화예술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서구룡(West Kowloon) 문화지구에 위치해 있다.
엠플러스 뮤지엄은 세계미술애호가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여행지가 될 전망이다. 홍콩 서구룡의 빅토리아 항구 중앙에 지어져 좋은 경관을 자랑한다. 스위스 건축회사 헤르조그 앤 드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약 6만㎡ 크기의 최첨단 건물이다. 33개의 전시장과 3개 영화관을 지녔다. 마이클 린치(Michael Linch) 서구문화지구 관계자는 “하나의 건물을 넘어 홍콩과 어울리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 포부를 밝혔다.
홍콩과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구 작가들의 시각예술, 건축 작품을 모았다. 모두 아시아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작품들이다. 영국 조각가 앤터니 곰리(Antony Gormley)의 대표 작품 ‘아시아인의 들판’이 12일 개관을 기념해 전시됐다. 곰리가 2003년 중국 광둥성 주민 300명과 함께 5일간 흙으로 빚은 20만 개의 인물상이다. 중국 건축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조각품들도 전시됐다.
하지만 개관에 앞서 정치 논란에 휘말렸다. 11일에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서구문화지구 대표 헨리 탕(Henry Tang)의 말이 문제였다. “표현의 자유가 중국이 시행한 국가보안법을 넘볼 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홍콩 정부는 반중 의사를 표명한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지 않도록 권고한 바 있다. 탕 대표는 “엠플러스의 모든 전시물은 국가보안법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반체제 예술가로 꼽히는 아이웨이웨이의 특정 작품들은 전시가 금지됐다.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베이징 천안문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사진 작품 <원근법 연구>를 비롯해 여러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킬 수 없는 박물관이 있다면 그것은 현대 문화 측면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 주장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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