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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 피어난 한줄기 꽃” 마야 문명 미스터리 풀리다

최지연 에디터 조회수  

로마 수도교 < 출처 – 미국 지질조사국 >

수도(水道) 시설은 문명 발전의 척도다. 인구가 성장하려면 우선 식수가 해결돼야 한다. 로마의 수도교(Equeduct)와 중동 사막 지역의 카나트(Qanat) 모두 도시에 깨끗한 물을 보급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따라서 학자들은 수도 기술로 당시 문명 발달 수준을 가늠한다.

수도 시설 측면에서 ‘미지의 역사’ 마야 문명이 다시 한번 미스터리에 빠진다. 마야 문명의 중심지 티칼(Tikal) 주위에는 호수도, 강도, 그 외 다른 상수원도 없기 때문이다. 도시가 자리 잡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티칼은 인구 24만 명을 자랑하는 대도시였다. 마야 문명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사람들의 식수를 확보했을까. BBC 뉴스는 지난 8월 마야 문명의 여과 기술을 보도했다.

마야 엘 카스티요 < 출처 – Flickr >

2020년 과테말라에서 고고학계를 뒤엎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 연구팀이 저수지로 추정되는 유적지에서 퇴적층을 조사하던 중 정수(淨水) 필터를 발굴했다. 필터에는 제올라이트(zeolite) 광물이 발견되었는데, 마야 문명의 정교한 물 여과 기술을 보여주는 증거다. 제올라이트는 아직까지도 정수 시설에서 널리 쓰일 정도로 높은 여과 능력을 뽐낸다.

제올라이트는 화산 폭발로 흘러나온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 생성되는 광물이다. 물리·화학적 특성 덕분에 매우 높은 정수 능력을 지녔다. 스펀지같이 조그만 구멍이 송송 뚫린 물리적 구조는 미세 불순물을 걸러내기에 적합하다. 화학적으로는 음(-) 전하를 띄고 있어 화학 불순물도 쉽게 달라붙는다.

< 출처 – Flickr >

무기물질을 이용한 정수기는 이번 발견이 첫 사례다. 과학자들은 기원전 약 164년부터 마야 문명이 제올라이트-정수기를 이용했다고 추정한다. 이보다 300년 이른 기원전 500년, 히포크라테스가 천으로 간이 정수 장치를 만들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와 납 성분은 거의 걸러내지 못해 정수기로 인정하는 과학자는 드물다.

여과 기술이 도시 발전에 중요한 이유는 대량의 물을 한꺼번에 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을 가열하여 식수를 얻는 행위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량의 물만 정수할 수 있어 도시 인구 전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과학자들은 마야 문명이 우기 때 대량의 빗물을 저수지에 저장하고, 정수 기술을 이용하여 20만 명을 감당할 식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저수지 < 출처 – Flickr >

신시내티 대학교 케네스 탱커슬리 고고학 교수는 “아메리칸 원주민의 후예로서 마야 문명이 과소평가되는 게 안타까웠다”라며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이집트·중국 문명에서 사용한 기술들이 신대륙에는 없었다고 으레 짐작한다”라고 BBC 인터뷰에서 하소연했다.

실제로 구대륙에서는 1756년이 돼서야 광물학자 크롱스테드가 제올라이트를 발견했다. 기원전부터 제올라이트를 사용한 신대륙보다 한참 뒤이다. 굳이 재료를 제올라이트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구대륙에서 무기물질을 이용한 정수기는 1600년대 영국 프란시스 베이컨 경이 개발한 모래 필터가 첫 사례이다.

티칼 < 출처 – 유네스코 홈페이지 >

물론 정수 기술하나의 기준만으로 서로 다른 문명끼리 우위를 비교할 수 없다. 각자 자신이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예부터 강과 천이 깨끗하고, 지하수도 풍부해 정수 기술이 따로 발전하지 않았다. 한국에 정수기가 들어온 것은 1960년대 한창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다만 이번에 발굴한 제올라이트 정수기는 ‘역사를 보는 관점을 뒤바꿀 계기’라고 학자들은 예측한다.

리와이 그라치오소 과테말라 박물관장은 “마야 문명 전역에서 진보한 기술을 사용했을 것”이라며 “정확히 연구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미리 속단할 수 없다”라고 구대륙 중심 역사관을 지적했다.

해질녘 티칼 모습 < 출처 – 유네스코 홈페이지 >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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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에디터
tplus@view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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