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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파도,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최지연 에디터 조회수  

출처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거대한 파도가 몰려온다. 파도 끝은 손톱같이 날카롭다. 세 척의 배를 모두 집어삼킬 기세다. 뱃사공들은 필사적으로 노를 젓고 있고, 멀리 후지산이 꼿꼿하게 서 있다.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본 파도이다. 일본풍 선술집, 부채, 심지어 맥주에도 이 파도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 그림, 도대체 왜 유명한 걸까? 영국 예술 매거진 파아웃(Far Out) 등 외신은 10월 우키요에(浮世繪)의 특징과 파도 속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했다.


우키요에의 특징 – 인공미, 장식미, 극적 대비

출처 – David Bull Youtube 캡쳐

‘가나가와의 높은 파도 아래’ 같은 작품들을 우키요에(浮世繪)라고 부른다. 우키요에는 보통 목판에 밑그림을 새기고 물감을 묻혀 종이에 인쇄한다. 화가가 일일이 작품을 그리던 이전 기법과 대조적이다.

우키요에의 큰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화려하고 풍부한 색감. 우키요에는 채도가 높은 원색과 짙은 흑색을 조합하여 표현한다.

출처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둘째, 평면적 구성. 우키요에는 깊이나 입체감보다는 사물의 형태나 선의 표현에 집중한다. 따라서 원근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셋째, 뚜렷한 선의 표현. 우키요에는 굵직하고 대담한 선을 가진다. 음영이 없고 단순 명료한 선 몇 개로 대상을 표현한다. 목판 인쇄 기법의 속성을 살린 덕분이다.

출처 – 히로시마 관광청 홈페이지

“무엇이든 만족할 때까지 다듬어 내는 인공미의 극치, 꾸며낼 만큼 꾸며내는 과도한 화려함의 장식미, 평범함 속에서도 반전의 효과를 중시하는 극적인 미(美)가 가감 없이 노출되어 있다”라고 한국 미술 평론 잡지 월간 민화는 2016년 평했다.


왜 우키요에를 그렸을까? 정치적 무력감

니혼바시 / 출처 – 필라델피아 미술관

덧없는 세상, 즐기며 살자

우키요에(浮世繪)는 ‘덧없는 세상’을 뜻하는 우키요(浮世)와 그림을 뜻하는 에(繪)가 합쳐진 단어다. 당시 서민들은 “덧없는 세상, 즐기며 살자”라며 여행과 연극, 심지어 음란한 성생활을 즐겼다. 우키요에는 세속적 삶을 즐기는 서민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이다.

18세기 초 일본 경제는 크게 성장한다. 전국시대 내전이 끝나고 에도시대로 접어들면서 사회는 안정을 되찾는다. 전국 각지에 시장에 세워지고 교통망이 발달하는데, 이때 특히 상인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하지만 상인 계급은 막대한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정치적 권리를 얻지 못한다. 에도시대 신분 질서인 ‘사농공상’의 맨 아래 위치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도시 자치권을 가지지 못했고, 무사 계급(사무라이)의 정치적 지배와 간섭에 무력했다.

출처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정치적 무력감 속에서 상인들은 세속적 쾌락에 관심을 가진다. 그들은 연극과 여행을 즐기며 잠시나마 숨 막히는 신분사회에서 벗어나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가부키 공연을 즐기고, 후지산 등 전국 명소로 여행을 다니고, 심지어 일부는 유곽에서 매춘과 환락에 빠져 살았다.

세속적 쾌락을 중시한 당시 풍습을 조닌 문화라고 부르는데 ‘조닌(町人)’은 상인을 뜻한다.

가부키 배우들 / 출처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우키요에는 조닌 문화의 세속적 모습을 담는다. 우키요에 화가들은 여행객들을 위해 여행지 풍경을, 연극 관람객들을 위해 가부키 배우들을, 음탕한 생활에 빠진 이들을 위해 춘화를 그렸다.

“일본 문화(우키요에)는 도덕적 속박에 구애되지 않는 거침없는 상상력을 갖고서, 세속적 세계의 특수한 장면을 포착해 낸다”라고 정혜선 성균관대 인문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신의 저서 <일본사 다이제스트>에서 전한다.

출처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목각 판화로 대량생산했기 때문에 대중도 쉽게 우키요에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한 번 틀을 제작하면 목각판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약 1000번 이상 재생산 했다. 덕분에 가격은 우동 한 그릇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했다.

값싼 우키요에는 선물 포장재로도 쓰였다. 1800년대 중반 개항 후 상품 포장지로 쓰인 우키요에가 유럽으로 건너가는데 이때 유럽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진기 등장에 절망한 화가들, 우키요에에서 영감을 얻다

폴 들라로슈와 초기 사진기 / 출처 – 영국 과학박물관 그룹 홈페이지

1800년대 사진기 발명으로 유럽 미술계는 큰 위기에 봉착한다. 당시에는 사물을 최대한 똑같이 그려내야만 좋은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사진 기술의 발달로 붓으로는 도저히 사진보다 더 자세히 대상을 그려낼 수 없었다.

“오늘로서 회화는 죽었다.”
화가 폴 들라로슈, 1839년 사진기 체험 후 한 말

낙담한 유럽 화가들에게 우키요에는 한줄기 빛 같은 영감을 주었다. 현실 모습과 완전히 동떨어진 평면적인 구성은 서구 미술계에 큰 충격과 동시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안도 히로시게의 ‘아타케와 대교에서의 저녁 소나기(좌)’와 고흐가 모사한 ‘비 내리는 다리(우)’ / 출처 – 반고흐 미술관 홈페이지

인상주의의 창시자 모네(Monet)와 후기 인상주의 대표 화가 반 고흐(Van Gogh) 모두 우키요에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선명한 색채와 강렬한 명암의 대비, 그리고 뚜렷한 윤곽선은 인상주의 화가들을 매료시켰다.

우키요에를 접한 유럽 화가들은 더 이상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들은 현실을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그 ‘인상’을 작품에 담아내었다. ‘인상주의’의 탄생이다.

출처 – 반 고흐 미술관 홈페이지

왜 유독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주목할까?

출처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

CNN 뉴스의 2019년 보도에 따르면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사실 일본 정통 우키요에가 아니다.

유럽 미술이 우키요에에 영향을 받았듯, 우키요에도 유럽 미술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특히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동양과 서양의 회화 기법을 절묘하게 섞은 작품이다.

원근법, 프러시안 블루 / 출처 – shutterstock, stuart batten twitter

첫째,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에는 원근법이 쓰인다. 앞의 파도는 크게 묘사하고, 뒷배경에 서있는 후지산은 작게 그렸다. 일반 우키요에가 평면적 구성인 것에 반해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서양에서 개발된 현대적 원근법을 차용하여 입체적인 구성을 뽐낸다. 현대적 원근법은 르네상스 시기 피렌체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개발되었다.

둘째, 그림 속 파란색 원료는 유럽에서 건너왔다. 그림의 절반을 차지하는 파도는 ‘프러시안 블루’라는 인공 원료로 칠했다. 프러시안 블루는 인간이 만든 최초 합성 안료로, 1704년 유럽 프로이센 왕국에서 개발했다.

현대적 원근법과 인공 염료 등 서양 회화 기법과 뚜렷한 윤곽선과 강렬한 색채 대비 등 동양 회화 기법들이 조화롭게 섞였기 때문에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더욱 가치가 있다.

출처 – Pixabay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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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에디터
tplus@view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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