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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대화 금지” 침묵 속 사색하며 힐링하는 서울 이색 공간

최지연 에디터 조회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타인의 말을 경청할 때도 그렇지만, 자기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침묵은 효과적이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함에 푹 잠겨있으면 자신도 몰랐던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스스로와 대화하며 친해지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늘 숨이 버겁도록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이의 말소리가 없는 곳을 찾고 싶을 때도 있다. 말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신경을 자극한다. 단편적인 내용만 있는 말이라도 우리 마음은 자꾸 맥락을 찾아 유추하길 원하기 때문에 정신력이 소모된다. 작은 말소리라도 사물에서 발생하는 소음보다 유독 소란스럽게 느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적당한 대화 소리가 백색소음 역할을 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널리 알려졌지만, 사람에 따라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말소리 대신 클래식 음악만 흐르는 카페가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훌륭한 오디오 장비를 써 음악의 울림이 살아있는, 심지어 커피 맛까지 뛰어난 카페라면 말이다.

마치 은신처와 같은 아늑함을 선사하는 공유 서재도 소음에 지친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비밀스러운 ‘나만의 작은 아지트’이자 대화 소리가 없는 이곳은 일상에 쉼표 하나를 찍어준다.

서울 이화여대 인근 ‘카페 침묵’, 덕수궁 근처 ‘마이시크릿덴’을 소개한다.


커피, 음악, 침묵…완벽한 하루를 선물하는 ‘카페 침묵’


카페 침묵 내부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침묵을 지키는 것이 이용 수칙인 이곳엔 고풍스러운 음악만 흐른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골목에 있는 ‘카페 침묵’이다.


카페 침묵 내부 전경 / 사진=유준 여행+ 기자

입구부터 ‘대화 금지’라고 적혀 있지만 딱딱한 느낌은 전혀 풍기지 않는다. 원목 소재가 많이 보이는 인테리어 덕인 것 같기도 하고, 은은한 주황빛 조명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카페 주인이 내뿜는 어떤 부드럽고 평온한 아우라 덕분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카페 침묵은 철저히 주인의 선호에 따라 설계됐다. 조용한 카페에서 독서를 즐기는 그는 ‘삼 박자’가 맞는 카페를 최고로 친다. 커피가 맛있고, 음악이 좋고, 조용하고. 카페를 찾은 날 이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그날은 행운이 있는 날이다. 이 행운을 매일 누릴 순 없을까, 하는 생각에 주인은 카페 침묵을 차렸다. 언제 가더라도 ‘반드시’ 조용히 쉬다 갈 수 있는 카페를 찾고 싶은 마음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범상치 않은 음향 장비에서 흘러나오는 고음악은 침묵의 공간이 삭막해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채워준다. 클래식 음악에 최적화한 오디오를 사용했다. 기악 위주로 선곡한 클래식 음반 한 장을 틀고 나면 가요나 팝송도 한 장씩 틀어주기도 한다. 대화 소리가 없는 가운데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주인이 원두를 수동 그라인더로 갈아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삼박자’가 뭔지 몸소 체감할 수 있다.

커피가 맛있고, 음악이 정말 좋다. 감상을 방해하는 소음도 없다. 언뜻 보면 좋은 카페의 기본적인 덕목이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카페를 즐겨 다니는 이라면 생각보다 이 삼박자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음을 알 것이다. 이곳 주인이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이유도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이며 같은 이유로 제빙기도 들이지 않았다. 원하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카페 침묵에 이렇다 할 에피소드란 없다. 침묵을 지키는 곳이니 에피소드가 있을 필요가 없다. 앞으로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어떤 이벤트도 가능한 한 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주인의 말에 따르면 이곳엔 ‘동지애’가 가득하다. 침묵을 원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배려하는 공간이어서다. 모든 좌석이 찰 정도로 손님이 많아도 음악과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들린다. 이 기분 좋은 고요함을 힘을 합쳐 ‘자아내는’ 것이다. 연주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도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가 떠오른다.

대신 독서실과 같은 일종의 숨 막힘은 없다. 대화만 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곳을 방문한 손님 모두 각자의 할 일에 마음 놓고 집중한다. 책을 보는 이도 있고, 태블릿 PC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이도 있다. 눈을 감고 조용히 음악에만 귀를 기울여도 괜찮다. 예외적으로 주문을 할 때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님들은 메모지에 주문 내용을 적어 전달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모두의 노력으로 침묵이 지켜지는 공간을 목소리로 뒤흔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카페 한편엔 주인이 직접 필사한 시를 전시했다. 쿠폰을 모으면 필사본을 증정하기도 한다. 주인장의 문학적 감성도 곳곳에서 돋보인다. 주인은 카운터에 비치한 책 ‘무한화서(이성복 저)’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침묵silent’ 이라는 말 안에는 ‘듣는다listen’는 말이 들어 있어요. 무조건 들어야 해요.”

침묵을 지키며 각자의, 또는 서로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는 곳, 카페 침묵. 여백의 미가 가득한 이곳에서 함께 휴식다운 휴식을 취해보길 권한다.


조명 아래 보이는 카페 침묵 음향장비와 음반 / 사진=유준 여행+ 기자


따뜻한 나만의 비밀 공간, 마이시크릿덴

서울 중구 태평로2가. 도심 속 사색 공간 ‘마이시크릿덴’은 예약제로 운영하는 공유 서재다.


마이시크릿덴 창가 풍경 / 사진=마이시크릿덴 제공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지금을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시간을 내서 자신에게 몰입하려고 해도 이 도시에는 적당한 공간이 많지 않다. 마이시크릿덴은 일상의 쉼표가 필요한 이들에게 ‘편하게 머물며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마이시크릿덴의 ‘덴’은 작은 야생동물이 사는 굴을 뜻한다. ‘den덴’은 은신처이며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일터의 나를 내려놓고 내일을 위해 충전할 수 있는 비밀 아지트를 뜻하기도 한다.

마이시크릿덴의 낮과 밤은 특별하다. 낮에는 예약제 공유 서재로 운영된다. 책을 읽거나 개인 작업을 할 수 있으며 머무는 동안 ‘대화는 금지’된다. 밤에는 와인 페어링 공간으로 변신한다. 편하게 대화를 하며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마이시크릿덴에는 주방이 따로 없다. 대신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와서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주변 맛집의 음식을 배달해서 먹을 수도 있다. 음식은 그릇에 담아 내어주며 와인 페어링을 위해 주변의 맛집도 추천해 준다.

마이시크릿덴에서는 손님들의 사색을 위해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깨닫는 사색의 의미에 또 다른 ‘사색’을 더했다.

첫 번째 색은 ‘책’이다.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을 선정하고 비치해 방문객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다음은 ‘음악’이다. 낮에는 사색을 도와주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밤에는 계절과 시간대에 맞는 플레이리스트가 공간을 채운다.

세 번째 색은 ‘와인’으로 바쁜 일상에 잠시나마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만들어준다. 마지막은 ‘풍경’으로 길고 넓게 낸 창을 통해 덕수궁의 자연이 사시사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북토크, 와인 시음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들도 ‘사색’을 주제로 기획된다. 혼자 방문하더라도 각자의 시간에 몰입하다 보면 공간에 모인 사람들과 마음으로 함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이시크릿덴은 덕수궁이 보이는 창가 풍경 하나만으로도 방문할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모습 너머로 고즈넉한 옛 궁이 보이는 풍경은 누구라도 사색에 잠기게 한다. 일상 속 고요가 필요한 시점 언제라도 마이시크릿덴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글=유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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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에디터
tplus@view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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