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리타 국제 공항 활주로에 거북이 한 마리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비행 직전 조종사의 눈에 띈 거북이는 이후 5편의 비행을 연기했다.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24일 오전 11시 반경 거북이의 등장으로 공항의 A번 활주로가 12분간 폐쇄됐고 항공 교통관제 직원들은 거북이를 포획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했다.
나리타 공항 관계자는 거북이의 정체를 길이가 약 30cm고 무게는 2.1kg인 붉은귀거북이라 발표했다. 북아메리카에서 서식하는 붉은귀 거북은 최근 일본 내에 터전을 잡으며 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이번 거북이는 활주로에서 약 100m 떨어진 보호 연못에서 기어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폭스 뉴스는 활주로에 주로 발견되는 고양이나 개와 같은 길 잃은 동물들에 비해 거북이가 발견된 것을 드물다고 평가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거북이의 등장으로 지연된 비행기 5대 중 전일본항공(All Nippon Airways, ANA) 비행기 A380편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ANA는 최근 하와이의 바다생물 보호 캠페인을 장려하기 위해 A380편을 포함한 해당 항공사의 비행기를 파란 바다거북 모양으로 장식했다. 거북이가 등장한 24일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 현의 나하 지방으로 비행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항공사는 성명을 내고 “하와이에서 바다거북은 행운의 상징이다. 우리의 비행을 마중 나와 준 이 거북이가 여행객들의 밝은 미래를 알리는 신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방송 NHK월드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도영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Elvira는 “그렇게 잔인한 세상은 아닌 것 같다”며 운행 정지를 지시한 조종사의 선택을 칭찬했다. “토종 거북이가 아니라 외래종이라며?”하고 거북이의 정체에 관심을 보이는 누리꾼도 있었다. “일본 닌자처럼 닌자 거북이 아니냐”며 재치있는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붉은귀거북은 본래 미시시피가 원산지로 애완용으로 수입되다가 야생으로 퍼져 나갔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어 현재는 전국적으로 수입이 금지돼있다. 눈과 귀 사이에 굵은 붉은색 선이 연결되어있어 붉은귀거북으로 불린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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