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사람들은 정상에 방치된 시체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다.
에베레스트는 해발 8848m의 높이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등반을 위해서는 1만1000 달러(약 1410만 원)의 입장료에 더하여, 가이드 및 셰르파 고용비용, 숙식비 최고 6만 달러(약 7695만 원) 등 약 9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용을 감수하고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선다고 할지라도 ‘데스 존(Death Zone)’이라는 큰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데스 존은 에베레스트 해발고도 8000m 이상의 고산지대를 의미한다. 이곳에서는 낮은 산소포화도와 높은 대기압의 영향으로 인해 호흡이 쉽지 않다. 열악한 환경 탓에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48시간 이내에 해당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그에 실패해 저체온, 산소 부족, 고산증 등의 증세로 사망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영국의 매체 래드 바이블(LAD BIBLE)에 따르면 현재까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에베레스트 등반 중 사망했다. 시체 중 대다수는 수습비용 및 안전상의 이유로 인하여 방치되었다. 등산로에서 시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대 9천만 원(7만 달러) 상당의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시체 수습 중 사고 위험성 등의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치된 시신들은 ‘등산객들의 이정표’라는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에베레스트에는 약 150여 구의 시체들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시체는 바로 그린 부츠(Green boots)이다. 그린 부츠는 1996년 사망한 인도인 체왕 팔조르(Tsewang Paljor)의 시신으로, 정상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등산객들은 그의 시체를 보고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안도감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2019년 당시 네팔 정부가 등반 허가증의 개수 제한을 없애면서 등산객 증가와 함께 사망자가 늘어났다. 2019년 봄철을 기준으로 정상 등반이 허용된 등산객은 382명으로, 셰르파를 동반하면 최소 750명이 좁은 외길에 몰린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집중되며 병목현상이 생겼고, 그로 인해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망사고가 증가했다.
다큐멘터리 작가 엘리아 사이칼리(Elia Saikaly)는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후 SNS에 “정상에서 본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곳에는 죽음, 대학살, 혼돈, 긴 줄 뿐”이라며 에베레스트의 시체와 병목현상에 대해 언급했다. 그가 올린 사진에서 정상을 향해 이어진 긴 행렬을 확인할 수 있다.
글 = 정윤지 여행+ 인턴 기자
검수 = 홍지연 여행+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