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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응답했다…40년 전 호텔 재오픈에 홍콩이 열광하는 이유

최지연 에디터 조회수  

– 1980년 빅토리아 하버에 처음으로 문을 연 리젠트 홍콩

– 2001년 인터콘티넨탈 호텔로 바뀌었다가 2023년 리젠트 홍콩으로 재개장

– “22년 기다렸다” 1000여 명 모인 리젠트 홍콩 리오프닝 이벤트

– 총괄 디자이너 치윙로와 함께한 프레지덴셜 스위트 투어

홍콩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혀있던 레전드 호텔이 돌아왔다. 1980년 문을 연 리젠트 홍콩(Regent HongKong)은 80~90년대 홍콩의 추억을 품은 곳이다. 2001년 리젠트 홍콩은 문을 닫고 인터콘티넨탈 호텔로 영업했다. 건물과 압도적인 빅토리아 하버뷰는 그대로였지만 ‘리젠트’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과 아우라는 무시할 수 없었다.

코너 스위트 욕실 / 사진=리젠트 홍콩

추억 속에만 존재하던 리젠트 홍콩이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은 2023년 11월이다. 리젠트 홍콩 오픈 소식에 홍콩 현지인 1000여 명과 전 세계에서 온 기자 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랜드 오프닝 행사는 ‘대륙의 스케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화려하고 거대한 이벤트였다. 리젠트 호텔이 다시 문을 연 것을 기념해 아트북까지 만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지난 9일 최초 공개한 프레지덴셜 스위트 투어였다. 호텔 디자인 총괄을 맡은 디자이너 치윙로(Chi Wing Lo)를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80~90년대 홍콩의 영광을 함께한 리젠트

한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홍콩의 영광은 전부 80~90년대에 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홍콩을 영화로 배우고 환상을 쌓아왔다. 영웅본색으로 시작해 중경삼림, 첨밀밀, 아비정전에서 화양연화까지 스크린 속 홍콩은 마치 별천지 같았다.

빅토리아 하버뷰가 액자처럼 담기는 리젠트 홍콩 객실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1980년대는 홍콩이 가장 주목받던 시기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최전성기를 달리던 그 시절 빅토리아 항구의 터줏대감이 된 것은 리젠트 호텔이었다. 온갖 서양식 행사가 호텔에서 치러졌고 로버트 드니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브래드 피트 등 헐리우드 스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호텔을 들락거렸다.

그 시절 리젠트 홍콩은 현지인들이 가장 사랑한 호텔 중 하나였다. 매주 결혼식이 열렸고 동창회와 각종 행사가 줄을 이었다. 리젠트 호텔이 돌아온다고 했을 때 홍콩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과연 옛날 영광을 얼마나 재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2015년 호텔을 매입한 거 캐피탈(Gaw Capital) 역시 이 부분에 집중했다.

굿윈 거 캐피털 회장 / 사진=리젠트 홍콩

거 캐피털은 가족 기업이다. 부동산 투자 기업으로 가족 구성원 전부가 중역을 맡고 있다. 리젠트 호텔 오픈에도 온 가족이 관심을 가졌다. 저마다 옛 리젠트 호텔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냈다.

오너 일가가 호텔 총괄 디자인을 위해 영입한 사람은 홍콩 출신 디자이너 치윙로(Chi Wing Lo). 홍콩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추윙로는 상업 시설을 맡아본 경험이 전무했지만 오히려 그점이 점수를 높게 받았다.

아무 설명 없이 홍콩으로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2019년 초에 제안을 받았습니다.

다른 유명한 디자이너들 많죠.

이미 호텔을 여러 번 작업 해본 그들에게 맡기면

로즈우드, 포시즌스 같은 그런 호텔 중 하나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치윙로

전부 부수고 새롭게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호텔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어떻게 살리느냐였다. 호텔 진입로와 분수, 호텔 로비에서 2층 대연회장으로 이어지는 하얀 대리석 계단 등 옛날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요소가 호텔 곳곳에 보존되어 있다.

호텔로 진입하는 경사진 도로와 분수는 40년 전 모습 그대로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리젠트 홍콩 간단 역사

1980년 리젠트 홍콩 오픈

2001년 IHG 그룹이 호텔을 매입하면서

인터콘티넨탈 홍콩으로 바꿈

2015년 거 캐피털이 컨소시엄 구성해 건물 매입

2018년 IHG 그룹이 리젠트 브랜드 인수

2020년 인터콘티넨탈 홍콩 영업종료.

리모델링 공사 시작

2023년 리젠트 홍콩 오픈

# 아시아 최고의 야경, ‘빅토리아 하버뷰’ 품은 호텔

침사추이 반도 끝에 위치한 리젠트 호텔은 가장 완벽한 빅토리아 항구 전망을 보여준다. 호텔 건물과 바다 사이 ‘스타의 거리’ 산책로가 있긴 하지만 그것마저 풍경의 한 요소가 된다.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창밖 풍경에서 고요한 활기가 느껴진다. 밤이고 낮이고 질리지 않는다.

호텔에서 보이는 빅토리아 하버뷰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빅토리아 하버뷰는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으로 펼쳐진다. 감동은 객실에서도 계속 된다. 11개 객실 타입 중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방은 3개 타입 뿐이다. 호텔은 지금 홍콩에서 가장 핫하다는 아트 허브에 위치한다. 호텔 바로 옆으로 홍콩예술관과 홍콩문화센터 그리고 2019년에 문을 연 K11뮤제아가 붙어 있다. K11뮤제아는 예술과 문화를 테마로 꾸민 쇼핑몰이다. 100여 명의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해 만든 공간으로 홍콩을 대표 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 건물이다. 건물 내부는 물론 야외 공간에도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M+와 고궁박물관이 있는 서구룡 문화 지구까지는 2.5㎞ 거리로 택시를 타면 5분이 걸린다.

빅토리아 하버뷰를 품은 리젠트 홍콩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1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갈라 디너 현장

리젠트 홍콩 오픈을 알리는 갈라 디너 행사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8일 저녁 7시 그랜드 오프닝 갈라 디너 행사가 시작됐다. 입구부터 대리석 계단 그리고 2층 행사장까지 레드카펫이 깔리고 조명과 각종 방송 장치들이 설치됐다. 이날 갈라 디너의 드레스코드는 ‘블랙 타이’. 옛 리젠트 홍콩은 ‘블랙 타이’ 파티로 유명한 곳이었다. 80년대 홍콩 사교계의 무대가 되었던 이곳에서 다시 블랙 타이 행사가 열린 것이다. 드레스 코드에 ‘블랙 타이’라고 적혀 있다면 남자는 턱시도, 여자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는다.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펼쳐진 리젠트 홍콩 오프닝 행사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오후 7시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호텔로 몰려들었다. 레드카펫을 거쳐 포토월에서 사진을 찍고 하얀 대리석 계단을 지나 2층 대연회장으로 가는 동선이었다. 현지인들은 포토월보다 대리석 계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갈라 디너는 그랜드 볼룸에서 오후 8시부터 시작됐다. 굿윈 거 캐피털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관계자들이 전부 단상에 올라 사진 촬영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진승호 한국투자공사 CEO도 참석했다. 2015년 한국투자공사는 거 캐피털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콘티넨털 홍콩을 인수했다.

리젠트 홍콩 오픈을 알리는 행사 / 사진=리젠트 홍콩

만찬이 끝나고 1층 로비라운지로 이동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호텔 통유리창을 무대로 꾸민 퍼포먼스 공연이었다. 줄에 의지해 유리창을 밟고 수직으로 서서 춤을 추는데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리젠트 홍콩의 가장 큰 장점, 어마어마한 통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홍콩섬 야경을 주인공으로 한 인상적인 퍼포먼스였다.

#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프레지덴셜 스위트 투어

11월 9일 리젠트 홍콩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 직접 만난 디자이너 치윙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치윙로는 9일 아침 전 세계 기자들 30여 명과 브런치 행사를 진행했다. 장소는 리젠트 홍콩에서 가장 좋은 객실, 프레지덴셜 스위트였다. 호텔은 이날 최초로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공개했다.

거대 도시 안에서 호텔은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안식처 같은 곳이어야 합니다.

리젠트 홍콩이 평화롭고 고요한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치윙로

치윙로는 굿윈 거 회장 어머니 로자나 왕 거와 계속 미팅하고 거의 모든 호텔 팀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2019년 8월 홍콩에도 코비드가 퍼지면서 발이 묶인 것이 오히려 작업에는 더 도움이 됐다고 디자이너는 말한다. “다른 곳에 갈 수 없으니까 홍콩에 머물면서 친밀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디자이너 치윙로와 함께 진행한 프레지덴셜 투어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69세 디자이너는 자신의 첫 호텔 작업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했다. 유럽에 사는 가족을 보러 가면서 격리를 총 6번이나 했다. 그는 홍콩 격리 호텔에 머물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냉장고가 대표적이죠. 호텔에 갔더니 냉장고 안을 보려면 고개를 옆으로 꺾어야 하잖아. 얼마나 불편해. 그래서 나는 냉장고를 미닫이 서랍장 안에 넣어 버렸어요.”

리젠트 홍콩 총괄 디자인을 맡은 디자이너 치윙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코비드 기간 호텔을 새로 짓는 것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2020년 4월, 기존 디자인 계획에서 85% 정도를 수정해야 했다. 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공사비가 점점 올라가고 시간도 촉박해졌기 때문에 디자인을 손볼 수밖에 없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 전망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치윙로는 “문제가 생기면 더 쉬워지는 것도 분명히 있다. 흐릿했던 것이 명확해지고 요구 조건이 정리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부 객실에 있는 창틀 턱이 대표적이다. 옛날 건물을 처음 지을 때 창문 청소부들을 위해 턱을 만들었다. 리모델링하면서 창틀을 손보려 했는데 시간이 없어 없애지 않고 디자인을 가미하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청동 가든’이다. 로컬 예술가와 협업해 청동과 철로 나무 조형물을 만들어 창틀에 배치했다.

리젠트 홍콩 프레지덴셜 스위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30%는 새롭게 바꾼 것이고 70%는 예전 모습 그대로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려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숙박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한다. 복층 구조로 거실과 응접실이 있는 16층과 침실이 있는 17층에 각각 출입문을 만들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 욕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옥색 대리석으로 장식한 욕실은 40년 전 모습에서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욕실 용품은 투숙객이 원하는 브랜드로 준비해준다. 200㎡가 조금 넘는 야외 공간에는 수영장도 있다. 하버뷰가 보이는 2층 공간에 운동시설을 갖춘 피트니스룸도 있다. 방문 당시 호텔 측에서 아직 가격을 책정하기 전이었다. 홈페이지 객실 소개에도 프레지덴셜 스위트에 대한 내용은 아직 올라와 있지 않다.

프레지덴셜 스위트 야외 공간/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치윙로는 영감을 실제 삶에서 찾는다고 했다. 그는 디자인은 예술보다는 삶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또 “디자인은 불편함을 해소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사용할 것을 생각하면서 디자인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요.

인생을 더 이해하고 그만큼 경험치가 쌓이는 것이니까요.”

치윙로

홍지연 여행+기자

최지연 에디터
tplus@view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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