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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힙한 미디어아트 전시회, 200% 즐기려면 ‘이것’만은 꼭!

최지연 에디터 조회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박물관에 가도 유물에 대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갖는 감정이나 생각은 확연히 다르다. 모르면 그냥 지나치겠지만 얽힌 역사, 제조법, 시대 상황, 만든 이 등을 알고 보면 낡은 유물도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그러니 ‘뭘 알고 가야’ 제대로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도 마찬가지다. 도슨트 해설을 듣고, 안 듣고의 차이는 엄청나다. 확실히 전문가 설명을 듣고 나면 자세한 디테일이나 창작 의도에 대해 고민하고 집중하게 된다.

서울시 중구 동대문 DDP에서 힙한 미디어 아트 전시에 무료 도슨트까지 진행한다고 해 다녀와 봤다.

형형색색 눈을 사로잡는 작품부터 역동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까지. 전시를 200%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럭스: 시적 해상도>

동대문 DDP 뮤지엄 전시 2관으로 가면 ‘<럭스: 시적 해상도(LUX: Poetic Resolution)>’ 전시가 등장한다. 이번 전시는 런던에서 성공리에 막을 올린 전시 ‘럭스(LUX)’의 두 번째 해외 순방 전시다. 전시회에서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12팀의 대규모 설치 작품 16점을 관람할 수 있다. 총규모는 1216㎡(약 368평)로 9월부터 약 2만 명이 방문한 ‘핫 플레이스’이다.

전시관 앞 러쉬 가판대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럭스는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목부터 독특하다. 전시관 출입구 앞에는 유명 바디 케어 브랜드 ‘러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덕분에 독특하면서도 싱그러운 러쉬 특유 향기가 전시관 가득 퍼져있다.

매표소는 러쉬 가판대를 지나서다. 이곳에서 발권하고 도슨트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럭스는 휴대폰 앱을 통해 듣는 오디오 도슨트 프로그램과 전문 도슨트가 직접 해설해 주는 프로그램을 모두 제공한다. 혼자 조용히 전시를 관람하고 싶다면 오디오 도슨트를, 대면으로 설명을 듣고 싶다면 전문 도슨트를 신청하면 된다. 오디오 프로그램은 전시 입구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언제든 간편하게 들을 수 있다. 전시가 끝나도 네이버 전시 오디오 클립에 저장되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들을 수 있다. 전문 도슨트 해설은 평일 오후 1시와 오후 3시, 주말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오후 4시에만 진행한다. 한 번에 20명까지만 수용하는 소규모 해설 프로그램이니 자리가 다 차기 전에 서둘러 신청하자.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도슨트의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특히 대면 도슨트를 신청하면 1회 재입장이 가능하다. 일반 입장에선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덕분에 전문가의 설명을 따라 먼저 관람한 뒤 다시 천천히 작품을 되새길 수 있다. 처음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디테일을 찾아내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할 것이다. 전문가의 알찬 해설로 한 번, 여유롭게 혼자 감상하며 한 번. 전시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도슨트 프로그램은 필수 아닌 필수다.


AI 산수화 작품. 럭스 전시에서 볼 수 있다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전시는 AI와 협업해 만든 영상 작품부터 알록달록 인스타그래머블한 작품,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작품까지 다채롭다.

모든 작품이 정교하고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지만 특별히 주목하면 좋을 작품 네 점을 소개한다.

카스텐 니콜라이의 ‘유니컬러/Unicolor’

유니컬러 작품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전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바로 ‘유니컬러’다. 미디어 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카스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의 작품이다. 전시 제목인 럭스(LUX, 라틴어로 ‘빛’이라는 뜻)에 가장 걸맞은 작품으로 과연 빛과 색이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고찰하는 내용을 담았다. 작가는 빛과 색 자체가 우리의 인지 체계에서 만들어 낸 매개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은 송출 화면 양옆에 거울을 두어 공간과 영상을 무한 확장하는 형식이다.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까지 자극하기 위해 화면 앞에는 진동 의자도 두었다. 영상에서 빛이 번쩍이고 강렬한 색이 등장할 때 맞춰 진동을 울린다. 영상과 어울리는 몽환적인 음악도 함께 재생한다. 작품에선 시각과 촉각, 청각을 한 번에 자극해 빛과 색을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는 존재로 바꿔버린다.

박제성 작가의 ‘기억색(30803202)/ Memory of Color’

기억색 작품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두 번째는 럭스 전시에서 유일한 한국인 작가 작품이다. 제목인 ‘기억색’은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색깔 인식과 체험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회색 바나나’를 보고 노란색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작품에선 AI에게 글과 영상을 학습시켜 기존 영상에 새로운 그림과 형상을 덧대는 형식으로 기억색 효과를 표현했다. 단순한 선 영상 위로 토끼, 금붕어, 구렁이, 호랑이 등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동물 그림이 나타난다. 작가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이제 디지털과 예술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았다. 그 덕에 정겹지만 어딘가 낯선 풍경이 작품에 깃들었다. 무엇이 실제 영상이고 무엇이 AI가 만들어 낸 것인지 고민하며 사유할 수 있을 것이다.

마시멜로 레이저피스트의 ‘발견되지 않은 숲의 성역/Sanctuary of the Unseen Forest’

발견되지 않은 숲의 성역 작품/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세 번째는 아마존 한가운데에 표류하는 것만 같은 작품, ‘발견되지 않은 숲의 성역’이다. 이 작품은 실제로 아마존에 있는 나무를 360°로 오랜 기간 촬영해 영상 작업을 거쳤다. 나무껍질과 이끼, 주위에 떠다니는 작은 곤충까지 그대로 구현했다. 작가는 당시 이 나무를 처음 보고 느낀 경이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대규모 비디오 화면을 활용했다. 높이만 4.5m인 송출 화면 아래로 반사판까지 두어 강이 흐르는 밀림에서 나무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살렸다. 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도 실제로 아마존에서 녹음한 자연의 소리다. 새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에 신비롭고 몽환적인 선율을 더했다. 이렇듯 작가는 웅장한 대자연을 그대로 표현하며 자연 속 인간의 존재와 위치에 대해 성찰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메시지를 확실히 느끼고 싶다면 도슨트 프로그램이 끝난 후 바닥에 가만히 앉아 작품을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유니버셜 에브리씽의 ‘트랜스피겨레이션/Transfiguration’

트랜스피겨레이션 작품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네 번째는 전시회 포스터에도 사용된 ‘트랜스피겨레이션’ 작품이다. 알록달록하고 복슬복슬한 털옷을 입은 사람이 걸어가는 듯한 이미지다. 트랜스피겨레이션이란 ‘변형, 변신’이라는 뜻이다. 이 작품에서는 ‘진화’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작가가 그린 초기 스케치 / 사진 = 숨 프로젝트 제공

작가가 그린 초기 스케치를 보면 정말 진화 과정을 엿보는 듯하다. 작가는 ‘걷기’라는 일상적인 모습에 독특한 표현 기법을 더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창조해 냈다. 영상 작품에선 사람이 걸으면 걸을수록 아예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고 진화한다. 불, 돌, 물 같은 자연 원소는 물론 금속, 액체, 나무 등 다양한 재료를 뒤집어 쓴 모습이 된다. 모습이 변하면 발소리도 바뀐다. 금속일 땐 ‘깡’ 하며 부딪히는 소리가, 불일 땐 ‘활활’ 타오르는 소리가 난다. 작품 러닝타임은 20분 정도다. 도슨트 프로그램에선 한 작품에 오래 머무를 수 없으니 재입장 시 전체 진화 과정을 다 확인해 보자. 모습이 변할 때마다 어떤 모습일지, 어떤 소리가 들릴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글= 장주영A 여행+기자

최지연 에디터
tplus@view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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