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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짓고 스키장까지?! 국내 1호 국립공원에서 생긴 일

차시우 에디터 조회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자연을 여행할 때 가장 뼈저리게 다가온다. 들꽃 하나하나에 신경을 쏟으며 산이 지닌 회복력을 몸소 느끼는 놀라운 경험 역시 이 땅의 역사를 알아야지만 가능하다. 25년 전 무작정 올랐던 노고단과 5월 중순 해설사와 함께 걸었던 노고단은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100년 전 이곳에 노란 머리 파란 눈 선교사들이 별장을 짓고 피서를 왔고 70년 전 지리산 자락에서 스키대회가 열렸다면 믿으시겠는가.

5월 12일 지리산국립공원 자연환경해설사와 함께 ‘노고단 생태 트레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박선홍 성삼재 분소장님과 윤세영 성삼재 분소 자연환경해설사와 함께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가면서 곳곳에 숨겨진 노고단의 비밀도 들었다.

노고단은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 지리산에서도 가장 유명한 봉우리다. 지리산에 가봤다는 사람 중 대다수는 바로 이 노고단을 찍고 왔을 것이다. 천왕봉(1915m)·반야봉(1732m)과 더불어 3대 주봉이라고 불리는 노고단은 다른 봉우리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참, 노고단의 다른 이름은 길상봉이다. 지리산을 지키는 산신 노고할머니의 제사터가 있다 하여 노고단이라고 불린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성삼재(1102m)에서 시작해 4.7㎞만 걸어 올라가면 노고단(1502m)에 닿는다. 성삼재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지리산 3대주봉을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곳으로 성삼재에서 지리산 종주를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

성삼재까지 가는 길은 옛날 861번 지방도였다. 일명 지리산 관통도로라고 불리는 지리산 구간은 지방도에서 해제돼 현재는 구례군이 관리하는 군도 12호선이 됐다. 꼬불꼬불한 산길의 시작은 본래 군사작전도로였다. 1968년 공사를 시작해 1972년 비포장도로가 처음 뚫렸다. 비포장 군사도로가 지방도로 편입된 건 1988년 일이다.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1985년 포장작업을 시작해 1988년 3월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옛날 861번 지방도 성삼재 가는 길은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이기도 했다. 1999년 “여기는 지리산 노고단. 백지연입니다”라는 카피 문구로 유명한 자동차 광고에 등장하면서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구불구불한 찻길은 마치 하늘을 향해 가는 것처럼 끝도 없이 올라갔다. 성삼재휴게소에는 평일인데도 차가 많았다. 너른 흙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25년 전 기억을 떠올리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성삼재에서 ‘무넹기’까지 가는 2㎞ 구간은 걷기 편했다. 경사도도 적당해 적당히 운동하는 느낌으로 걸어 올라갔다. 지리산 밝은 연두색으로 빛이 났다. 봄이 끝나가고 여름이 오는 이때가 숲이 가장 빛날 때

노고단 대피소 가기 전 박선홍 분소장님이 일행을 멈춰 세웠다. 그를 따라 탐방로에서 벗어나 찾아간 곳에는 ‘외국인 선교사 휴양촌’ 흔적이 있었다. “노고단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지리산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고 논의하게 된 것도 전부 외국인 선교사 휴양촌 때문이었어요.” 1925~40년 노고단 주변에는 석조·목조 건물 56동이 있었다. 선교사들이 풍토병으로 고생하자 서늘하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노고단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수양관과 별장 시설을 처음으로 지었다. 남아있던 건물은 왕시루봉으로 다 옮겨졌고 현재는 기념물로 사용한다. 노고단 가는 길에 남아있는 건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된 호텔의 일부였다. 두꺼운 외벽 한쪽에는 벽난로 흔적까지 고스란히 있었다. 폐허로 남은 땅에는 풀과 야생화가 군데군데 자리했다. 보랏빛 앙증맞은 쥐오줌풀이 봄바람에 하늘거렸다.

노고단 대피소는 국립공원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대피소다. 1960년대 초막(草幕)으로 시작해 71년에는 40평, 87년엔 120평 현대식 대피소로 점점 발전해왔다. 현재는 새로운 대피소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라 주변이 조금 어수선했다. 새로 짓는 시설은 개별 공간을 구획해 좀 더 프라이빗하게 대피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5월 중순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 연분홍색 철쭉이 피었다. 탁 트인 노고단탐방지원센터 앞에 도착해서는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이곳에서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 정상까지 탐방을 시작한다.

1991년부터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면서 주변 생태를 복원했어요.

2001년부터 탐방예약제를 시작해 하루 187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노고단에 통신대대가 있었고 특전사가 주둔했다. 노고단을 망가뜨린 건 군부대뿐만은 아니었다. 1947~48년 지리산에서는 스키대회가 열렸다. 나무를 잘라 슬로프를 만들었다는 신문 기사가 남아있다. 뿐만 아니다. 5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약 40년 동안 사람들은 노고단을 아주 자유분방하게 이용했다. 여기저기서 야영하면서 밥을 해 먹고 쓰레기를 버렸다. 성수기 휴일에 수천 명이 몰렸다. 박선홍 분소장이 보여준 70~80년대 노고단 사진은 피난민촌이 따로 없었다. 군부대는 1995년에 1차, 2007년에 전원 철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노고단 일대 생태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등산로와 주변 식생을 구분하는 울타리를 세우고 듬성듬성 빈 곳에 풀을 가져다 심었다. 현재 노고단에 남아있는 인공건물은 KBS 송신소뿐이다.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탐방객 수를 제한하면서 자연스레 주변 식생이 복원되도록 하고 있다. 군부대가 있던 곳에 신갈나무와 국수나무 등 노고단 자생식물들이 자라나 예전 모습을 되찾아 가는 중이다. 야생화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 복주머니란이 막 개화할 참이었다. 노란제비꽃은 제비꽃 중 유일하게 노란색을 띈다. 5월 초 털진달래가 피고 7~8월에는 둥근이질풀이, 7월 말 8월 초에는 원추리, 8월 말에는 구절초가 핀다. 노고단 야생화 여행은 7월 말이 가장 좋단다. 봄·여름·가을 야생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다

노고단 5월 대표 야생화 복주머니란. 오른쪽 사진은 꽃이 피기 전이고 왼쪽 패드 속 사진이 개화한 모습이다.

왼쪽부터 동의나물, 나도제비란, 미나리아제비 [국립공원공단 제공]

왼쪽부터 삿갓나물, 금강애기나리, 애기나리 [국립공원공단 제공]

왼쪽부터 철쭉, 꿀풀, 큰앵초 [국립공원공단 제공]

◆ 노고단 생태 트레킹에 참여하려면

= 노고단 생태 트레킹에 참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지리산생태탐방원에서 진행하는 ‘천년의 보물, 지리산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노고단 생태 트레킹에 참여할 수 있다. 20인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천년의 보물, 지리산 찾기’는 1박 2일 일정으로 노고단 트레킹은 물론 반달가슴곰 생태체험, 화엄사 역사 문화 탐방 등이 포함됐다. 프로그램 참가비 1만4200원(세금 별도).

두 번째는 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가 진행하는 야생화 관찰프로그램 ‘꽃길만 걷게 해줄게!’가 있다. 노고단 고개에서 정상까지 탐방로를 따라가면서 야생화를 관찰하면서 해설을 듣는다. 5월 7~8일, 5월 21~22일, 6월 4일 총 5회는 봄 야생화를 테마로 운영한다. 예약은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에서 ‘노고할매와 함께 하늘정원걷기’ 프로그램으로 신청하면 되고 무료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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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시우 에디터
siwoo@trip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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