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 비행기 내에서 한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인사말이다. 10일 영국 주력 항공사 영국 항공(British Airways)은 전통적으로 지속해오던 이 인사말을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은 말을 채택하기로 했다.
영국 항공의 방침은 성 중립적 용어를 적극 사용하는 항공계 내부의 변화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항공 대변인은 “우리 비행기를 이용할 모든 고객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시해 나온 결정”이라 밝혔다. 신사와 숙녀만으로 칭호를 구별하게 되면 자칫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고객들을 배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은 이와 같은 영국 항공의 결정이 고객층의 변화 때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이후로 비행기를 이용하는 젊은 고객들이 많아져 기존 인사말이 구시대적 발상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아직 어떤 새로운 인사말을 채택할 것인지 발표된 바 없지만 성별과 나이를 구분하지 않는 포괄적인 언어를 사용할 것이라 예상된다.
항공업계에서 성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항공(JAL)은 2020년 성소수자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남녀 구분을 전제하던 인사말을 “모든 고객님께”,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으로 바꾸었다.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고객에게 존경심을 갖고 대한다는 항공사의 신념이 언어표현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이밖에도 독일 항공사이자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 한자는 올해 7월 “친애하는 고객님 (Dear guests)”으로 인사말을 통일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신사 숙녀를 가리키는 독일어 인사말인 ‘Sehr geehrte Damen und Herren’과 영어 인사말 ‘Ladies and gentlemen’을 앞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데일리메일과 인터뷰를 진행한 광고 대행사 WPP의 창립자인 마틴 소렐은 “승객들이 더 이상 기내 전통적인 인사말을 필수적이라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현 시대의 흐름”이라고 귀띔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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