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전후로 비행기 조종실 모습이 180도 바뀌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9·11 사건으로 바뀐 조종사들의 일상을 소개했다.
9·11 사건 이전 과거 조종사들은 어떻게 생활했을까. 1999년 미국 트랜스월드 항공 ‘우수 조종사 표창’을 받은 조종사 펠릭스 에르난데스(Felix Hernandez)의 사례를 보자.
1999년 어느 날 펠릭스는 뉴욕 JFK 공항에서 시카고로 이륙을 대기 중이었다. 관제탑으로부터 “이륙이 1시간 정도 늦어질 것”이라는 무전을 받고, 그는 바로 조종실에서 내렸다. 근처 피자집에서 페페로니 피자 12판을 주문하고 공항 내 ATM기로 돈을 뽑으러 갔다. 그는 배달된 피자를 받고 승무원 및 탑승객들과 나누어 먹었다. “탑승객들의 편의를 도운 공로”로 트랜스월드 항공은 그에게 ‘우수 조종사 표창’을 수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모범 사례로 뽑힌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행동은 현재 불법이다. 9·11 테러 이후 조종사들은 이륙 지연 시 비행기는 물론 조종실 밖도 나가지 못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비행기 조종실은 현재 ‘철옹성’에 비유된다. 응급상황 시 조종사 교대, 승무원의 보고, 기타 위급한 조치가 아니면 절대 조종실 문을 열 수 없다. 조종실 문 앞에 CCTV를 의무 설치하고, 절차를 무시하고 들어오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노크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조종사는 ‘안전 모드’를 시행한다. 안전 모드 하에서는 조종실 안에서도 일정 시간 문을 열 수 없다. 과거 고작 커튼 하나로 조종실과 승객석이 구분되었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에밀리 토마스 더럼(Durham) 대학 철학 교수는 뉴욕타임즈에게 다음과 같이 과거를 회상했다.
“80년대 제가 아이였을 당시 조종실을 구경했던 기억이 나요. 새까만 방이 빛나는 버튼들로 가득했어요. 참 마법 같은 곳이었는데… 이제 조종실 구경은 상상도 할 수 없겠죠.”
지난 주말 미국은 9·11 테러 20주기를 맞았다. 3000명의 사망자와 600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참혹한 사건이다. 이 잔인한 기억은 미국인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아 아직도 공항 시스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비행기는 ‘여행의 일부’이자 ‘다양한 체험공간’이었다. 그러나 일부 테러단체의 만행으로 비행기는 삼엄한 감시를 받아야하는 운송 수단으로 전락했다. 아직까지도 극단적인 사상과 교리에 사로잡힌 테러리스트들은 무고한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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