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파리, 뉴욕 등 전 세계 박물관에서 새클러(Sackler) 가문의 이름이 사라지고 있다.
새클러 가문은 미국의 유명 재벌가로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에 막대한 후원금을 기부해왔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 파리 루브르 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의 후원자 목록에 빠지지 않는 이름 중 하나다.
예술계는 박물관을 지을 때 후원자의 이름을 딴 전시관을 만들거나 건물 외벽에 이름을 새긴다. 새클러라는 이름 역시 수많은 박물관에 새겨졌다.
최근 몇 년간 박물관들은 앞다투어 새클러 가문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새클러 가문이 소유한 제약회사 ‘퍼듀파마(Purdue Parma)’가 ‘오피오이드 남용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오피오이드 사태는 2010년대 말 미국 전역을 강타한 약물 스캔들이다. 오피오이드는 모르핀과 유사한 마약성 진통제다. 강력한 진통 효과가 있지만 중독을 유발할 수 있고 부작용이 상당해 신중히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퍼듀파마는 진통제의 위험성을 숨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그 결과 미국에서만 수십만 명의 오피오이드 복용 피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에 분노한 이들이 새클러 가문 이름을 박물관에서 지울 것을 요구했다. 여행 정보 매체 타임아웃에 따르면,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오피오이드 중독자였던 낸 골딘(Nan Goldin)은 2018년부터 박물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는 박물관들에게 새클러 가문과의 관계를 끊고 이름을 삭제하라고 주장했다.
골딘의 노력 덕분에 예술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구겐하임, 루브르 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등은 새클러의 이름을 삭제했다. 새클러 가문으로부터의 기부금을 거부한 사례도 등장했다.
모든 박물관이 새클러의 이름을 삭제한 것은 아니다. 런던 V&A 박물관, 뉴욕 자연사 박물관 등 아직 물러서지 않은 기관들이 있다. 이곳에는 새클러의 이름을 딴 건물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글=허유림 여행+ 인턴기자
감수=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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