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쌓아왔던 내 안의 두려움을 한 겹씩 벗겨내고 싶었다. 높은 곳이 두려워 놀이기구를 탈 때면 눈을 질끈 감고 손에 쥐가 날 정도로 손잡이를 꽉 잡았더랬다. 더 이상 “그깟 놀이기구 안 타고 높은 곳 안 올라가면 되지!”라는 비겁한 자기합리화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 18일, 26번째 생일을 기념해 나름의 해방을 시도했다. ‘나의 해방일지’다.
두려움을 대하는 건강한 방법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왕이면 확실하게 극복하고 싶어 충격요법을 썼다. 고소공포증 환자인데 123층짜리 롯데월드 타워 꼭대기라니! 각오 단단히 하고 귀가 멍멍할 정도로 빠른 승강기에 탑승했다.
1. 서울스카이 ‘나는 고래’전
흐렸던 바깥 날씨와 달리 서울 스카이 로비에 입성하자마자 밝은 푸른빛에 둘러싸였다. 서울스카이 오픈 5주년을 기념해 진행하고 있는 ‘나는 고래’ 전 덕분이었다. ‘나는 고래’ 전은 30년 간 혹등고래를 촬영해온 장남원 작가의 기록이다. 그는 공기통 없이 맨몸으로 방수 카메라 하나 들고 10m 수심까지 내려가 흑동고래를 촬영한다. 장남원 작가는 고래 사진을 전문으로 찍기 전까지 중앙일보에서 1977년부터 1997년까지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전시는 롯데월드 타워 지하 1층 서울스카이 로비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시 시작부터 천장의 거대한 흑동고래가 관객을 반긴다. 부끄럽지도 않은지 마구 배를 보이며 유유히 관객 위로 지나가는 흑동고래가 제법 실감나게 미디어아트로 구현돼있다. 마치 진짜 수족관에 와있는 느낌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됐다. 전시 초입부터 ‘푸른빛, 고래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고래가 등장하는 꿈을 형상화한 일러스트들이 전시돼있다. 고래가 등장하는 꿈은 보통 길몽으로 여겨진다. 일러스트 소개 문구 ‘흰 물살을 가르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고래가 오늘 밤, 당신의 꿈을 푸른빛으로 물들이기를’이 괜히 마음에 와닿았다.
일러스트 포토존을 지나자 장남원 작가가 실제 고래 사진을 찍을 때 들고 들어갔던 수중 카메라를 전시하고 있다. 그 옆에는 작가가 고래 사진을 찍는 영상이 다큐멘터리 식으로 재생하고 있다. 그는 국내 유일의 고래 사진가로, 흑동고래를 단순히 거대한 생명체가 아닌 소중하고 친근한 피사체로 담을 것으로 목표로 한다. 30년 내공이 가득 담긴 그의 흑동고래 사진을 시각과 청각이 결합된 미디어 아트로 선보인 첫 전시가 바로 ‘나는 고래’ 전이다.
본격적인 전시회장으로 들어가기 전 꾸며진 통로가 인상 깊다. 화려한 미디어아트 앞에 거울을 둬 보다 넓고 실감나는 공간을 완성했다. 파도가 치는 모습, 고래가 춤을 추는 모습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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