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살다 보면 하고 싶지 않은 것과 타협하며 지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일이라는 게 그런데요. 이에 현재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같은지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간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활동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 여책저책은 많은 일 중에서도 여행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습니다. 여행에 대한 애정이 커져 직접 세계 각국으로 떠난 사람부터 그간 여행과 무관한 일을 하다가 여행을 즐긴 사람까지, 책은 서로 다른 사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한목소리로 여행의 즐거움을 전합니다. 새출발을 앞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 2권을 소개합니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도전 할 용기를 얻고 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요.
기꺼이 서른을 맞이할 여행
신종혁 / 하모니북
누군가 꿈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올 때가 있다. 시기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을 테지만, 작가의 대답은 언제나 여행이었다. 여행이 좋아 여행업에서 일하고 돈을 모아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이 작가의 목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여행업 종사자는 여행하는 사람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그럴수록 여행에 대한 작가의 열망은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는 다니던 회사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승진과 더불어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무척 달콤한 금액이었기에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제안을 받은 즉시 수락했을 것이다. 평소라면 작가 역시 다른 이의 선택과 다르지 않았을 테지만, 어쩐지 이번엔 고민이 컸다. 책상 앞에 앉아 이것저것 생각한 끝에, 스스로에게 딱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왔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고민하기도 전에 느꼈다. 지금이 바로 떠날 때라고.
표면적으로 배낭여행자가 된다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배낭 하나 또는 캐리어 하나 끌고 나와 여행하면 누구든 배낭여행자가 된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배낭여행자는 배낭에 용기를 가지고 떠나온 여행자를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컨트롤 가능한 범주에서 살아간다.
또는 살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행하다 보면 갑작스럽게 새로운 어딘가를 가보지 않겠냐. 또는 여행지 어디가 좋더라. 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아니 꽤 자주 일지도. 그럴 때 갑작스럽게 새로운 환경에 노출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고 무섭고 걱정도 될 수 있겠지만 한 번쯤은 훌쩍 따라나설 수 있는 여행자가 되어보는 것도 꽤 유쾌한 일일지도 모른다.
-‘배낭여행자가 되다’ 중에서
그렇게 여행을 시작한 작가는 전 세계 곳곳을 누볐다. 라오스에선 한국인이 잘 안 가는 시골 마을에 들르기도 하고 태국 치앙마이에선 오토바이 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여행지 자체도 좋았지만, 곳곳에서 느끼는 점도 많았다. 일례로 그는 포르투갈의 순례길에서 길을 알려주는 운전자의 클랙션 소리를 들으며, 여행을 떠나기 전 들었던 주위 잔소리가 사실 걱정이 아니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을 정리해 펴낸 책이 바로 ‘기꺼이 서른을 맞이할 여행’이다. 책은 여행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작가의 느낀 점을 잘 담고 있다. 여행이 아닌 다른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읽어도 좋다. 작가는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도 여행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모든 사람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누군가 여행을 왜 좋아하냐 물었을 때 말하는 외면적 목표 예를 들어 하와이에서 서핑을 하겠다.
다합에서 프리다이빙을 배우겠다. 인도 리시케시에서 요가를 배우겠다. 등을 이야기하곤 한다고 한다.
하지만 외면적 목표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고 적혀있는 것이다. 그 외면적 목표에 도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 ‘여행의 이유 – 깨닫다 이유가 중요한 건 아니었음을’ 중에서
은퇴자의 세계 일주
문재학 / 도서출판 생각나눔
흔히 은퇴 이후의 시간은 제2의 인생이라고 한다. 이에 많은 직장인은 은퇴 이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새로운 삶을 계획한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어 미뤄두었던 일부터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던 일까지, 개인이 계획하고 있는 일도 각양각색이다.
작가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본래 공무원이었다. 젊어서 일을 시작한 작가는 평생을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렇게 일하다가 정년을 앞둔 시점, 여느 사람들처럼 퇴임 이후의 삶을 그렸다. 그간 하나의 일에 몰두한 만큼,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어떠한 일에 도전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가 내린 결정은 여행이었다. 그는 퇴임 후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두 번째 인생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 여행 중 남긴 기록을 엮은 결과물이 바로 ‘은퇴자의 세계 일주’다.
책은 총 5권으로 구성돼 있다. 작가는 우리나라 이웃 국가인 중국, 일본은 물론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거쳤다. 여기에 유럽, 아메리카 대륙뿐 아니라 우리에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남미와 아프리카 대륙까지, 전 세계 곳곳을 누볐다.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작가는 책에서 여행지별 면적, 인구를 비롯한 기본적인 참고 사항을 친절히 설명한다. 낯선 지역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작가가 설명하는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 좋다. 여기에 방문 당시의 현장감도 추가했으니, 읽는 내내 여행지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작가가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다. 그는 여행을 가지 않고 책만 읽는 사람일지라도 실제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책을 쓰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덕분에 독자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으며, 가보지 않은 지역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여행기를 통해 이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전의 추억을 다시 되새기고 아직 여행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여정을 계획하며 내용을 참고하길 권했다. 이때, 작가가 강조한 것은 여행의 즐거움이다. 작가의 여정을 따르며 읽는 것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길 추천한다.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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