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기 위해 떠난 여행이지만, 이 여정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안정적인 일상을 그만두고 떠나기를 택한 사람에게 여행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이어지는 하나의 도전일 것이다. 낯선 곳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어려운 점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얻는 것도 많다. 특히 여정 중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듣는 인생사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알지 못했을 가치 중 하나다.
이에 홀로 떠난 여정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3권을 소개한다. 한해의 끝을 앞두고 새로운 시작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 보면 어떨까.
학교 넘어 도망친 21살 대학생
홍시은 / 도서출판 푸른향기
꿈도 취미도 없이 강의실 뒷자리만 전전하던 21살 대학생이 있었다. 장래희망에 적을 것이 없어 선생님이 골라준 꿈으로 진학한 대학이었다. 당연히 학업에 대한 열정도 의지도 있을 리 없었다. 일상이 재미없고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인 것만 같던 어느 날, 시험에 백지를 내고 학교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2년간 전 세계 오지를 떠돌았다. 그렇게 중동,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담은 책이 바로 ‘학교 넘어 도망친 21살 대학생’이다.
작가는 이집트 다합에서는 다이빙 전문가에 도전하고 인도에서는 카메라를 배워 현지인에게 가족사진을 선물 하는 등 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의 삶에 녹아들며 다채로운 세상을 배웠다. 특히 우간다에서 만난 고아원 교사 리디야는 작가에게 누군가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고 전했다. 이 꿈은 전염성이 강해 작가를 이타적 삶으로 이끌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한 작가가 결국 자신만의 꿈을 찾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자신의 모양을 더듬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는 꿈이 있다. 여행이 있다. 그리고 방황도 있다. 뒤를 돌아보니 시작점이 보이지 않는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길 위에는 바다가 있었다. 사막이 있었다. 그리고 낡은 일기장이 있었다. 나는 이제야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 나의 길 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_ 책 속으로
책의 1장에선 작가의 꿈 없이 방황하던 대학 생활을 설명하고 2,3장에선 세계 여행 중 만난 사람의 꿈을 이야기 한다. 4장에서는 마침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작가만의 색깔과 꿈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았으며, 마지막 5장에선 방황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학생을 위한 위로를 전한다. 이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서성이는 청춘에게 ‘학교 넘어 도망친 21살 대학생’은 어디든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책이 될 것이다.
유럽으로 떠난 스물하나
고승민 / 좋은땅
인생이란 순탄하게만 흐르지 않는다. 특히 그간 예상하고 준비했던 방향 대신 갑작스레 다른 길을 걸어야 할 때, 우리는 늘 삶이라는 파도에 속절없이 휩쓸리곤 만다. 고승민 작가도 그러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꿈을 잠시 접고 2년의 공백 기간과 마주했다. 처음엔 모든 게 끝인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멈추지 않았다. 작가는 유학이라는 기회를 잡고 새로운 길로 나아갔다.
그럼에도 여행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즐거움이 많았다. 작가는 프랑스 한 시골 마을에서 받은 사랑과 환대를 여전히 기억한다고 했다. 책은 낯선 타국이 주는 어려움을 낯선 타국이라서 가능한 사랑으로 채우는 과정을 전한다. 작가가 유학과 여행 중 느낀 어려움을 극복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 것처럼 말이다. 모든 역경을 딛고 단단해진 작가는 결국 ‘오히려 좋다’는 긍정적인 마음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어떠한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이 또한 경험이라 확신하며 뛰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 자체가 삶의 가치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불현듯 불어오는 바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때는 그것을 억지로 거스르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하게 여행에서 발견한 것들을 한 글자씩 써 내려 가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저 불어오는 바람대로, 흘러가는 흐름대로 살다 보면 그곳에도 나름의 길이 있고 기쁨이 있고 깨달음이 따른다는 것을.
_299페이지
혼자 떠나는 게 뭐 어때서
이소정 / 동양북스
여기, 결혼한 지 8개월 된 사람이 1년 간 홀로 세계 여행을 다닌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진정으로 배부른 날을 찾아보겠다는 것. 19세라는 어린 나이로 대기업에 입사한 작가는 외제차를 타고 고급 레스토랑을 가는 등 돈을 쓰며 욕망을 채웠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물건은 사도 사도 부족했고 그럴수록 마음은 공허했다. 이에 작가가 골똘히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여행이었다. 결국 그는 또래가 취업을 선택할 시기, 안정적인 직장을 나왔다. 그리고 당시 결혼한 지 8개월 차였던 작가는 1년간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혼자 떠나는 게 뭐 어때서’는 작가가 홀로 떠난 여행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정리한 책이다. 1년이라는 장기 여행 중 시기 별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작가는 무계획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아프리카부터 남미, 인도까지 여자 혼자라면 쉽게 도전하기 힘든 여행지까지 방문했다. 낯선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 작가는 새로운 삶의 태도를 경험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여행에서 느끼는 것들은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유난스럽다고 했을 법하다. 현재 느끼는 감정과 영감을 어디까지 끌고 갈지 타인에 의해 제어되지 않는다는 건 혼자가 주는 이점이자 단점이다. 외로움과 새로움은 한 끗 차이라 외로울수록 주변의 새로운 점을 더 많이 주시하고, 천천히, 더 깊게 흡수하게 되니까. 사소한 것들로 채워진 나의 세계는 더 선명해진다.
_p.052 「유난 떨기」 중에서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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