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이런 사람이 꽤 많다. 여행은 좋지만 비행기 타는 건 고역인 사람. 비행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가까운 곳 위주로만 다닌다. 편하고 쾌적한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문제 해결, 하지만 돈이 없다. 아마 전 세계 여행자 대부분이 같은 처지일 거다.
팬데믹이 끝나고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코로나 전과 비교했을 때 최소 1.5배는 오른 것 같다. 예전에 비행기값 100만원 주고 서유럽을 갔던 것이 지금은 150만원은 줘야 항공편을 구할 수 있다.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이 가장 빨리 팔린다고 한다. 특히 국적기 인기 노선 비즈니스클래스 항공편은 한두 달 전에 예약이 끝날 정도다. 상황이 어찌 됐든, 여행은 가고 싶다. 하루 빨리 항공권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항공권 가격을 검색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다. 짧은 넋두리를 하며 이것저것 들여다보는데 이코노미 2층 좌석과 전 세계 최초 항공기 침대칸에 대해 소개한 뉴스가 눈에 띄었다. ‘좀 더 편한 이코노미 좌석은 없을까’하는 염원이 새로운 발명을 이끌었다.
에어뉴질랜드는 전 세계 항공사 최초로 침대칸을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5월 10일 에어뉴질랜드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코노미 이용객을 위한 침대칸은 2024년 9월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최초로 도입되는 침대칸 좌석 이름은 ‘스카이네스트(Skynest)’, 우리 말로는 ‘하늘 위 둥지’ 정도가 되겠다. 에어뉴질랜드는 스카이네스트 개발을 위해 5년 동안 연구를 거듭하고 꼼꼼하게 설계 과정을 거쳤다. 스카이네스트는 폭 58㎝, 길이 200㎝ 크기다. 침대 3개가 합쳐진 3층 침대 구조를 하고 있다. 침대칸 안에 커튼, 독서등, USB 충전단자 등이 설치된다.
에어뉴질랜드는 내년에 도입 예정인 보잉 787-9 드림라이너 8대에 스카이네스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코노미 좌석 5개를 치우고 총 6개의 스카이네스트를 설치한다. 스카이네스트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와 이코노미 좌석 사이에 위치한다. 스카이네스트가 있는 항공기는 오클랜드~뉴욕, 오클랜드~시카고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이용방식은 이렇다. 이코노미석 승객이 추가 비용을 내면 침대칸 예약이 가능하다. 비행 한 번에 최대 4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고 요금은 400~500달러(약 52만~65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침구는 이용객이 바뀔 때마다 즉시 교체한다.
스카이네스트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스카이네스트는 2023년 크리스탈 캐빈 어워드 협회(Crystal Cabin Awards Association) 선정 ‘케빈 컨셉’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크리스탈 캐빈 어워드는 항공기 인테리어를 평가하는 상으로 2007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한편 에어뉴질랜드는 항공·여행 전문 매체 ‘에어라인레이팅’이 선정하는 ‘2023 에어라인 엑설런스 어워즈’에서 ‘올해의 항공사’ 상을 수상했다. 에어라인레이팅은 전 세계 440여개 항공사의 안전성과 서비스 등을 평가해 매년 우수한 항공사를 선정하고 있다.
에어뉴질랜드는 올해 심사에서 경영과 전략, 지속 가능성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번 수상에 스카이네스트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6일부터 8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비행기 인테리어 엑스포 2023’에서는 ‘2층 좌석’이 주목을 받았다. 비행기 좌석 디자이너 알레한드로 누네즈 비센트(Alejandro Núñez Vicente)는 지난해 처음 2층 좌석을 공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CNN에서는 그를 인터뷰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2층 좌석에 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지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3년 알레한드로는 좀 더 발전한 2층 좌석을 들고 나왔다. 처음 2층 좌석 디자인을 공개했을 때 몇몇 사람들이 내놓은 ‘항공사의 이윤에만 주목한 디자인’ ‘밀실 공포증이 생길 것 같다’ 등 혹평에 신경이 꽤나 쓰인 모양이다. 알레한드로는 “모두 오해”라며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알레한드로는 비행기 내 모든 이코노미 좌석을 2층 좌석으로 바꾸자는 게 아니다. 창문 쪽 좌석은 기존 그대로 나두고 가운데 열 좌석을 2층 좌석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좌석을 지그재그로 2층으로 배치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또 같은 층 바로 뒤에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좌석을 뒤로 충분히 젖힐 수 있다.
알레한드로는 VR 회사와 협력해 2층 좌석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홈페이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알레한드로는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2층 좌석은 공간을 최적화한다. 공기에 불과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색 이코노미 좌석을 들여다보면서 몇 해 전 기억이 떠올랐다. 한 인테리어 회사가 항공기 엑스포를 통해 공개한 ‘입석 좌석(스카이라이더)’이다. 2018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이 좌석을 탈 것인지, 얼마 정도 가격대면 입석으로 항공편을 이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당시 저비용 항공사 라이언에어가 12만명을 대상으로 입석 좌석 탑승 여부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8만 명 정도가 ‘무료라면 고려해볼만하다’고 답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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