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화성에서,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이지리아에 있는 한 마을은 남자와 여자가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아예 다르다고 한다. 나이지리아 남쪽에 위치한 우방(Ubang) 민족 이야기다.
우방 민족을 연구해온 인류학자 치 운디(Chi Undie)는 “남성과 여성이 아예 다른 두 개의 어휘를 사용하는 꼴”이라며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말도 있지만 성에 따라 전혀 다른 말이 더 많다. 글자도 다르고 말투도 다르다”고 BBC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실제로 우방 민족의 여성은 ‘나무’를 오크웡(okweng)이라 부르는 반면 남성은 키치(kitchi)라 부른다. ‘개’는 오크와웨(okwakwe), 아부(abu)로 성별마다 달리 불린다.
이러한 언어 문화는 우방 민족이 보존해온 전통이다. 신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할 때 각자 다른 언어를 주었고 이 사실을 보존한 게 우방 민족이라는 전통 의식을 지녔다. 치 운디는 “이들이 아예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성별 분리된 사회 영역을 갖게 되었다”며 문화에 끼친 언어의 영향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방족의 이중 언어는 우방족 소년에게 ‘성숙’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방족 소년들은 10살까지 여성언어를 사용한다. 어머니와 누나와 같은 여성 보호자가 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년기를 보낸 후에는 공식적인 남성 언어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치 운디는 “남자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의미”이라고 설명했다. 10살까지도 여성 언어를 사용한다면 비정상적이라 간주된다.
전통의 소멸에 대한 우려도 갖고 있다. 중학교 교사 스티븐 오추이는 우방족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점점 많은 우방족 부모들이 자녀를 나이지리아 다른 지역으로 데려가 공부시키는 추세다. 또, 오추이는 “남성, 여성 두 언어 모두에 능통한 젊은이가 없어 꾸준한 교육도 필요하다”라며 “우방언어로 된 소설, 영화 등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문화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