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새일까 쥐일까. 정답은 둘 다 아니다. 박쥐는 조류도 설치류도 아닌 분류학적으로 박쥐목(Chiroptera)이라는 독립 계통을 지닌 동물이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 박쥐가 ‘새’로 분류되어 화제다. 어떤 연유인지 뉴욕타임스가 “뉴질랜드 새 콘테스트에서 박쥐가 우승”이라는 제목으로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긴꼬리 박쥐가 뉴질랜드 ‘2021년 올해의 새’로 뽑혔다. 대회 이름에 새가 들어가 있지만 사실 박쥐는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는 엄연한 포유류다.
포유류 박쥐가 조류 대회에서 우승하자 네티즌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긴꼬리 박쥐가 새도 아니면서 새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들었어. 뭐든지 가능한 시대, 한번 짝사랑에게 고백해 봐”라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하지만 후보 자격이 안 되는데 우승했다며 부정 선거로 치부하는 사람도 많았다.
박쥐가 새 콘테스트 후보에 오른 이유는 뉴질랜드에 육지 포유동물은 긴꼬리 박쥐와 작은짧은꼬리 박쥐 이렇게 2종 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라 케오운(Laura Keown) 새 콘테스트 대변인은 “뉴질랜드에는 토착 포유류가 적다. 포유류만을 대상으로 선거를 연다면 매우 재미없을 것”이라며 “(박쥐를 잠시 조류로 인정해 준다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고유종들을 알리는 데 좋은 기회”라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뉴질랜드는 야생동물 보호 인식 제고를 위해 매년 ‘올해의 새’ 콘테스트를 연다. 뉴질랜드 토착 조류 200종과 포유류인 박쥐 2종을 후보로 선거를 치른다. 올해 16번째 선거를 치렀고, 약 5만 7천 명이 투표했다.
현재 긴꼬리 박쥐와 작은짧은꼬리 박쥐는 매년 5%씩 개체 수가 줄고 있다. 주머니쥐 같은 외래종과의 생존 경쟁에서 밀리는 중이다. 인간에 의한 삼림파괴와 기후변화도 개체 수 감소에 한몫한다.
작년에는 카카포(Kakapo)라는 날지 못하는 앵무새가 우승했다. 키위새는 2009년에 우승을 차지했다.
뉴욕타임스는 새 콘테스트 우승에 대한 상금이나 보상은 일절 없으며, 후보자는 자신이 후보로 등록된 사실조차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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