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람]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에서 보인 이야기의 원천은?
심리학 고전 중에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법칙이란 부제로도 유명하다. 그중 4번째인 ‘호감의 법칙’은 인간이 갖는 좋은 감정이 결국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개인에게도 나아가 모든 대상에게 유효하다.
호감의 법칙의 좋은 예로 터퍼웨어 파티를 꼽는다. 파티를 여는 이가 참석자에게 선물 등을 나눠주고 터퍼웨어 제품을 보여준 뒤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파티에 초대된 이는 주최자의 따스한 호의나 신뢰 등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있어서도 호감이 높아진다. 결국 파티 주최자의 호감도가 매출로도 연결된다는 얘기다.
여행을 떠나서도 첫인상 내지는 호감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여행은 추억과 아주 강력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어 부정적이거나, 최악의 경우 싫은 수준까지 감정이 다다르면 뒤돌아보지 않는다. 재방문 또한 어불성설이다. 때문에 여행과 호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호감을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없던 것을 채워 나가는 비법은 있을까. 때마침 여행업계 브랜딩을 진행 중인 전문가 두 사람과 연이 닿았다. 다음은 컨설팅펌 라니앤컴퍼니 박정애 대표와 럭셔리 브랜딩 마케팅 전문 브룩스 투 리버스의 유은혜 대표와의 일문일답.
두 대표님의 소개 부탁한다.
박정애 대표(이하 박) = 라니앤컴퍼니는 브랜드,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컨설팅펌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국내외 기업을 위해 10년간 50여개 이상의 상품과 서비스, 공간, 브랜드 전략과 아이덴티티 등 광의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수행해 오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군과 협업하고 있다.
유은혜 대표(이하 유) = 브룩스 투 리버스는 호텔, 지역, 컨트리 클럽 및 럭셔리 브랜드에 특화한 전문 홍보 회사이다. 매일 다면적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최적화한 전략적이고 통합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려 한다. 이를 위해 보다 창의적인 마케팅 브랜딩을 수행하려 노력하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 이른바 BI(Brand Identity)를 정립하는 것은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박 = 우리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감각과 취향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2D와 3D의 매쉬업(mash-up), 클래식과 펍, 밀레니얼과 복고풍,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 등 스타일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다채롭다. 다만 한 가지 기류는 있는 듯 하다. 마치 디자인을 하지 않은 듯 가장 담백한 스타일과 힙한 분위기의 위트를 혼재한 것 같은 문화의 흐름이 그것이다. 아무래도 글로벌한 문화 교류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서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정신이 보편화하다 보니 생긴 영향이지 않을까.
브랜드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성공에 중요한 과제일 듯 하다.
유 = 뉴 미디어 시대를 맞아 전략적이고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때문에 이를 위한 창의적인 콘텐츠, 브랜드 스토리 개발이 필수적이다. 예전과 달리 연령, 국적, 지역을 넘어서 현재의 동 시대를 사는 고객들은 실시간으로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쉽게 브랜드를 소비하고 버리기도 한다. 홍보, 소셜 마케팅, 컨슈머 캠페인을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고객과 맞닿을 수 있는 통일감 있는 콘텐츠로 소통해야 브랜드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
요즘 브랜딩에 대한 가치는 가격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 아닌가. 호감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박 = 브랜딩은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예술과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총체적인 감각을 통해 공감을 얻는 것인데, 그중 시각적인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서 보다 명료하게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다. 오래가도 질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딩 디자인이어야 고객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유 = 여행업계의 경우 여행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지역의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문화를 소개해야 지역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그동안 세계 주요 지역 및 도시의 콘셉트와 브랜딩 메시지를 개발해 한국 시장에 소개하고, 떠오르는 해외 지역의 대중적 인지도를 제고하는 지역 통합 마케팅작업을 진행해왔다. 예를 들어, 하와이 관광청에서 하와이 지역 홍보를 총괄할 때는 브랜딩 캠페인, 셀러브리티 마케팅, TV 코업‧촬영,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통합적으로 진행하면서 하와이를 방문하는 타깃 층을 확대시켰다. 기존 허니문 지역으로만 알려진 지역을 가족, 친구 여행 등 대상 범위를 확대해 총 방문객 수가 매년 증가하도록 기획했다.
해외 트렌드와 비교해 국내 브랜딩 디자인 수준은 어떤가.
박 = 요즘은 국내와 해외의 브랜딩 디자인과 문화의 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 전 지구가 거의 동 시대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우리나라 브랜드가 더 도전적이고, 더 유연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며, 매우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브랜드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 본질이 어디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디자인에 감각적으로 잘 담아낸다. 조금 아쉬운 점은 벤치마킹이란 이름으로 영감을 받는 것과 유사하게 모방하는 선 사이에서 보다 정직한 창의성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내년 5월 제주 서귀포에 완공 예정인 더 시에나 리조트와 작업하고 있다고 들었다.
박 = 보통 브랜딩 전략과 콘셉트를 기획할 때, 브랜드 핵심 가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사회, 역사, 문화적인 가치에서 고민을 시작한다. 더 시에나 클라이언트와의 세심한 논의를 통해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시에나가 갖고 있는 역사성과 건축, 문화적인 기반에 대한 내용을 조사했다. 특히 시에나는 토스카나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지역답게 역사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 시에나 휘장의 형태와 컬러를 연구하고, 흑과 백의 구획요소를 모티프(motif)로 활용해 더 시에나의 대표 심볼에 투영했다. 1633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시에나의 말 경기이자 대 축제에서 보이는 17개의 각 구(Contrada)를 나타내는 휘장들과 도시 랜드마크인 푸블리코 성, 캄포 광장 등에서 따온 건축물의 형태 등에서도 디자인의 단초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할 그래픽 모티브(motive)로 개발했다. 더 시에나 리조트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감성과 경험이 시에나 지역이 담고 있는 스토리와 맞닿아 있는 지점을 연결시키고자 했다. 이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상징화하려 했다.
유 = 일단 더 시에나와 같은 하이엔드 리조트의 타깃이 되는 주요 핵심층에 대한 리서치 데이터를 취합했다. 최상위 리조트에 방문해 고객이 결국 경험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인식, 그리고 시장 트렌드 및 타깃 층에 대한 단계적 분석을 했다. 이를 통해 리조트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미디어 트렌드,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및 트렌드 분석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큐레이팅해서 선보이는 작업이 주요했다. 결국 리서치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미디어 채널을 분석해 설득력 있는 브랜딩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콘텐츠는 단순히 브랜드를 홍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보호하기도 한다. 결국 브랜딩 작업을 통해 더 시에나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보호하면서 동시에 잠재 고객과의 접점도 확대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박 = 시에나의 찬란했던 역사 유산에서 영감을 받음과 동시에 더 시에나 리조트의 멤버십을 소유하는 가족에게 좋은 가치의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클래식과 모던함, 음각과 양각의 터치로 비움과 채움의 여정을 경험할 수 있는 더 시에나 리조트의 브랜드 스토리를 오래된 인장처럼 견고히 담고자 했다.
유 = 리조트가 위치한 물리적인 위치인 제주라는 지역과 브랜드의 모티브가 된 시에나의 찬란한 역사 유산에서 접점을 찾아 유산(heritage)을 핵심 키워드로 설정했다. 고객들이 이 유산을 고스란히 넘겨받고 미래를 위한 투자와 가치 있는 휴식을 향유하는 것을 브랜딩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통해 나타내고자 했다. 선택된 회원만을 위한 특권 있는 경험, 독보적인 편안함, 품격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레스티지 리조트라는 점을 강조해 휴식의 만족을 주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의 가치까지 높이는 리조트의 장점을 전방위적으로 노출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박 = 예기치 못한 여정(The Unexpected Journey)을 보냈으면 한다. 더 시에나에서 만나게 될 순간과 더 시에나를 통해 경험하는 것들이 모두 뻔하지 않고 획일화된 것이 아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말이다.
유 = 더 시에나는 미래의 유산과 연결되는 곳(Connect to Heritage)이다. 단순히 현재의 휴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래에 나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리조트이기 때문이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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