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에서 70억으로? 이 사람이 그린 담벼락 그림 하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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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 인물이 뱅크시다 [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한풀 꺾인 것 같은 요즘, 달력을 보니 벌써 8월 말에 접어들었습니다. 올해 역시 제대로 된 휴가를 못가 반쪽짜리 여름을 보낸 것만 같아 어딘가 찝찝한 마음이 듭니다. 내년은 달라지길 기대하며 여름의 끝을 보내야겠습니다. 지난주는 집콕을 하며 휴가 기간을 보냈습니다. 밀린 책도 읽고 드라마도 정주행하고 남들은 어찌 여름을 보내나 SNS도 뒤적거리다가 재미난 포스팅을 보게 되어 잠깐이나마 추억여행도 떠나고 리프레시를 하게 되었네요. 시작은 바로 크래피티 예술가 뱅크시의 인스타그램 피드였습니다.


    뱅크시, 대체 정체가 뭐야?

    위치: The bottom of Links Hill, North Beach, Lowestoft [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뱅크시는 8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A Great British Spraycation’이라는 총 3분 16초짜리 영상을 올렸는데요. 업로드 딱 10일만인 23일 조회수 691만2999회를 기록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영상은 뱅크시가 영국 동부 해안 서포크Suffolk, 노포크Norffolk 카운티 곳곳을 다니며 그래피티 작업을 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위치: On a sea wall in Cromer, Norfolk [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위치: Guanock Place, King’s Lynn [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위치: Merrivale Model Village, Great Yarmouth [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이 정체불명의 예술가는 각종 스프레이와 도구를 챙겨 낡은 캠퍼밴을 타고 한갓지게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 뒤로 몰래 나타나 커다란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동상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여 주고는 사라집니다. 영상에는 뱅크시의 작품을 구경하는 시민들도 등장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게 없었는데’ 깜짝 놀라며 신나게 사진을 찍는 현지 사람들, 버스 정류장 위에 그림이 그려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심드렁하게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 등 다양합니다.

    위치: Nicholas Everitt Park, Oulton Broad, Suffolk [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위치: Admiralty Road, Great Yarmouth, Norfolk [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위치: In Katwijk Way, Lowestoft, Suffolk, on the side of a house in Denmark Road [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위치: The seafront at Gorleston, Norfolk(왼쪽) London Road North, Lowestoft(오른쪽)[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스프레이케이션. 제목부터 뱅크시답습니다. 스프레이 칠하면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은 아마도 몇 없겠죠.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적인 사람이 바로 뱅크시일 겁니다. 뱅크시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뱅크시라는 이름도 당연히 본명이 아니고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렇습니다. 2003년 가디언지 인터뷰에 따르면 뱅크시는 영국 브리스톨 출신으로 14살 때 그래피티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경범죄 위반으로 퇴학당하고 감옥에도 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면서 작품 활동을 하게 됐고 지금도 익명성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영국 남부도시 브리스톨에는 곳곳에 뱅크시 초기 작품들이 있는데요. 뱅크시가 유명해지면서 그의 작품을 찾아 브리스톨을 찾는 발길도 늘었다고 하네요. 그의 작품 위치를 알려주고 설명을 덧붙인 어플리케이션(뱅크시 브리스톨 트레일 Banksy Bristol Trail)도 2016년 출시가 됐습니다.

    뱅크시 브리스톨 트레일 앱 캡쳐 사진

    뱅크시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2008년이었습니다. 브리스톨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친구를 만나러 영국에 갔습니다. 런던 여행도 같이하고 당연히 브리스톨에서도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친구가 뱅크시를 이야기했었어요. “지금 브리스톨에서 가장 유명한 게 두 개다. 드라마 ‘스킨스’ 그리고 뱅크시다.” 뱅크시는 브리스톨 출신 그래피티 작가인데, 경찰한테 잡힐까봐 정체를 꽁꽁 숨기고 아무도 없는 밤에 몰래 작업하고 사라진다고… 그때만 해도 그런가보다 했었습니다. 예술이라 하면 모름지기 깔끔한 미술관 안에 걸린 작품들만 떠올랐지, 지저분한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영드 스킨스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었죠. 스킨스 주 무대가 바로 브리스톨입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던 뱅크시를 다시 떠올리게 된 건, 2018년 10월 벌어진 퍼포먼스 때문이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때를 계기로 뱅크시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됐거나 이 정체불명 예술가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됐을 것 같은데요.

    출처[뱅크시 인스타그램/ 유튜브 캡쳐]

    첫 번째로 깜짝 놀란 것이 소더비 경매에 뱅크시 작품이 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한테 쫓겨가며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 이제는 예술계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놀랐어요. 그리고 다음으로는 뱅크시게 벌인 일 때문이었습니다. 뱅크시의 그림 ‘풍선과 소녀’가 104만파운드(약 16억 6700만원)에 낙찰되자 갑자기 그림이 액자 바깥으로 밀려 내려가면서 갈가리 찢겼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 못했던 일이 벌어졌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당황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뱅크시는 일이 일어난 직후 SNS에 파쇄기를 제작하는 모습과 경매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올렸고 이 해프닝은 전세계 해외토픽으로 퍼져나갔는데요. 오로지 가격으로만 가치가 매겨지는 현대 미술 시장의 경매 시스템을 비판하는 퍼포먼스였다고 밝혔지만 해프닝의 결과는 뱅크시를 더 유명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낙찰자는 그림이 훼손됐음에도 구매를 했고, 미술계 사람들은 이번 퍼포먼스로 인해 작품 가격이 훨씬 더 높아질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미술품의 가치를 가격으로 결정하는 경매 시스템을 비판하려고 벌이 일인데 결과는 참 아이러니합니다.

    뱅크시의 뼈있는 퍼포먼스는 이전에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예술을 제대로 감상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에 그림이 그려진 돌을 몰래 놓고 갔는데,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무려 23일 동안 전시됐었다고 하네요.

    뱅크시의 그래피티 작품들 [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담벼락이나 건물 외벽에 그리는 그래피티 아트, 코로나 시국 뱅크시는 SNS를 통해 간간이 소식을 알렸습니다. “아내가 내가 집에서 일하는 걸 싫어합니다”라고 적은 포스팅에는 어지럽혀지고 곳곳에 쥐 그림을 그려 넣은 화장실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포스팅을 통해 사람들은 뱅크시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런던 지하철을 타고 작업을 하는 영상도 업로드했습니다.

    뱅크시가 그림을 그린 이후에 4억원에서 72억원으로 가격이 뛰었다는 그집이다 [출처: 뱅크시 홈페이지]

    뱅크시가 코로나 시국 재택근무하면서 공개한 작품. 사진 아래 “아내가 내가 재택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글을 적은 것으로 보아 자택인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뱅크시 인스타그램]

    SNS에 스프레이케이션 영상이 공개되자 BBC는 곧장 영상 속 작품들을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지, 작품이 현자 처한 상황(뱅크시 작품 가치가 높아지면서 벽화를 긁어다 파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가 나서서 벽화를 보존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작품이 그려진 장소와 연결지어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해설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구글링을 해보니 사람들이 올린 인증샷도 많았고, 심지어는 작품을 따라가는 여행상품도 벌써 출시됐더라고요.

    어쩌면 사람들은 더이상 뱅크시의 정체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져버린 그가 남겨놓은 작품을 찾아가 인증샷을 찍습니다. 기존의 예술, 기성세대들을 비판하고자 거리로 나가 그래피티 아트를 그렸던 뱅크시도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게 되어버렸습니다. 담벼락에 뱅크시 작품이 그려진 집 가격이 4억원에서 72억원으로 솟구치고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그려진 담벼락을 떼다가 판매합니다. 그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뱅크시도 이제는 기성세대, 주류가 돼버렸다는 게 어쩐지 슬프게 느껴집니다.

    BBC 캡쳐


    세상에서 가장 전망 안좋은 호텔

    출처: 월드오프호텔 홈페이지/ 월드오프호텔 인스타그램

    오랜만에 흥미가 생겨 이것저것 뒤져보다가 뱅크시가 호텔도 오픈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발견했는데요. 이름하여 월드 오프 호텔 Walled off hotel. 미국 럭셔리 호텔인 워도프 아스토리아가 떠오르는데 이것도 아마 뱅크시가 의도한 거겠죠? 이름처럼 ‘월드 오프’, 말 그대로 벽이 쳐진, 벽으로 막힌 호텔입니다. 베들레헴에 위치한 월드 오프 호텔은 이스라엘이 세운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 바로 옆에 위치합니다. 팔레스타인 여행 중 분리 장벽에 직접 그래피티를 남겼던 뱅크시는 2017년 5월 아예 이 지역에 호텔을 오픈해버립니다. 사람들에게 직접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을 보여주고 이곳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알리려는 의도였는데요. 호텔에서 나오는 수익은 모두 지역 사회에 기부를 한다고 합니다.

    – 버짓룸 –

    버짓룸 [출처: 월드 오프 호텔 홈페이지]

    – 시닉룸 –

    시닉룸 [출처: 월드 오프 호텔 홈페이지]

    높이 8m 벽 때문에 호텔 객실은 종일 어둡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전망이 안 좋은 호텔’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설도 허술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호텔은 항상 방문객으로 가득했습니다. ‘뱅크시가 만든 호텔’로 이름 나면서부터 투숙 예약은 물론 이곳에 투숙을 하지 않더라도 호텔 정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객실은 단 9개. 객실은 전부 다 다른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데요. 내부에는 뱅크시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지저분한 낙서처럼 보이겠지만 뱅크시 팬들에겐 이만한 꿈이 공간이 없죠. 호텔에는 갤러리와 뮤지엄 그리고 직접 그래피티 아트를 체험해볼 수 있는 ‘월마트Wall Mart’라는 공간도 마련돼있습니다.

    – 아티스트룸 –

    아티스트룸 [출처: 월드 오프 호텔 홈페이지]

    – 프레지덴셜룸 –

    프레지덴셜룸 [출처: 월드 오프 호텔 홈페이지]

    – 갤러리 –

    갤러리 [출처: 월드 오프 호텔 홈페이지]

    – 뮤지엄 –

    뮤지엄 [출처: 월드 오프 호텔 홈페이지]

    – 피아노바 –

    피아노바 [출처: 월드 오프 호텔 홈페이지]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예약을 잠정 중단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가격대를 확인할 수 없었는데요. 예전에 다녀오신 분들 후기를 검색해보니까 도미토리 룸은 1박 30달러부터 머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비티 체험을 할 수 있는 월마트 [출처: 월드 오프 호텔 홈페이지]


    음울하고 음울한 테마파크

    뱅크시는 호텔 이전에 테마파크를 운영했던 이력도 있습니다. 정체는 바로 디즈멀랜드Dismaland. 2015년 데미안 허스트 등 예술가 50여 명이 모여 진행한 프로젝트 디즈멀랜드는 2015년 8월 22일부터 9월 27일까지 약 5주간만 오픈했습니다. 디즈멀랜드는 디즈니랜드의 정반대를 생각하면 됩니다. 사회 풍자를 위해 연출된 공간으로 테마파크의 탈을 쓴 갤러리이자 미술 전시장인데요. 대표적인 전시물로는 호박마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한 신데렐라를 찍는 파파라치가 있는데, 이는 다이애나 비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그 외에도 영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러 사건 사고를 풍자하는 작품들이 많아 현지인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출처: 디즈멀랜드 홈페이지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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