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여행, 공정한 여행을 만드는 세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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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플 러 스

    I N T E R V I E W

    해외로 가는 길은 막히고 국내여행조차 부담스러운 이시절, 시간에 쫓겨가며 일하는 여행사 대표를 만났다.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의 나효우 대표다. 우리나라 공정여행 1세대로 꼽히는 그는 현재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바삐 활동 중이다.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마을 전체를 유기적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목표다. 아시아 지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NGO ‘아시안브릿지’에서 활동하던 그가 돌연히 여행사를 차리고 우리나라에 ‘공정여행’을 처음으로 소개한 이유는 뭘까. 나효우 대표를 직접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정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 나효우입니다

    Q ‘착한여행’을 차리기 전 NGO에선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필리핀에서부터 인도네시아·태국·미얀마 등지에서 지역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교육하는 일을 했었어요. 1980~90년대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는데, 그 무대가 바로 관악구 신림7동입니다. 지금은 전부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당시엔 낙골, 난곡으로 불리던 동네로 전국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빈민가였어요. 주민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했었죠. 아시안브릿지에서 일할 땐 아시아 지역을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그시절 국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남미나 유럽 등에 다니면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착한여행은 2009년에 문을 열었다. 해외 자유여행 시장이 절정을 향해갈 무렵 착한여행은 책임있는 여행, 지속가능한 공정여행을 표방하며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끌었다. 남다른 행보로 착한여행은 2009년 예비사회적기업 성장지원사업에 선정됐고 곧바로 이듬해에 서울 예비사회적기업, 12월에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필리핀 보홀 투어

    Q 여행업을 시작하게된 계기는요?

    A 학교 수업, 부모님 말씀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 스스로 보고 들으면서 세상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은 어찌보면 섬나라 같아요. 여행을 통해서 자칫 편협할 수 있는 시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여행할 수 있고 미래 세대들이 재밌는 여행을 하면 자기 성장을 하고 의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여행을 통해서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 이해도를 높인다면 인간성이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Q 업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A 1년 동안 스터디를 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어디 가서 뭘 보고 뭘 먹었다’는 식으로 경험을 적은 여행책들은 많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여행 혹은 여행 트렌드를 소개한 책은 없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지속가능한 여행, 책임 여행이었거든요. 다행히 NGO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지속가능한 개발’ 콘텐츠를 접했습니다. 그 키워드로 검색하니 외국에는 관련 책들이 많더라고요. ‘책임 여행’ ‘지속가능한 관광’에 대해 스터디하면서 이게 어떤 의미이고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행사를 차리자’가 아니라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자’가 목표였어요. 여행의 기준을 건축 양식, 먹거리, 재료, 생활 문화로 접근하면 더 새로운 세상이 보이거든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그것에 담긴 의미를 아는 게 더 중요해요. 지역은 물론 여행 방식도 달라야 했습니다. ‘여행자만 생각했던 여행에서 여행지 자체를 보는 여행’이 제가 접근했던 책임여행의 방식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실제 사람들을 모아 여행을 떠나려면 여행사 등록을 해야한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수단으로 여행사를 설립했어요.

    공정관광대회에 참석한 나효우 대표

    Q 10여 년 전만 해도 책임여행이라는 개념이 생소했을텐데.

    A 그렇죠. 대체 뭘 책임지라는 건가 싶죠. 가볍고 쉽고 재밌지만 마음에는 오래 남는 여행을 기획했습니다. 힘들었던 건 현지 여행사를 고르는 일이었어요. 로컬 랜드사 중에는 마음 맞는 곳이 없었어요. 제가 기획한 것을 실현해줄 수 있는 곳은 전부 외국 여행사였죠. 또 현지인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패널을 찾는 것도 어려웠어요. 생각해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 ‘여행’이 뉴스에서 다뤄질 땐 부정적인 이야기들 뿐이었어요. 여행지에서 생긴 문제들 혹은 사고나 사기 같은 것들만 보도됐어요. 행복한 여행, 보람있는 여행 등을 다룬 적이 없었는데 저희가 새로운 여행 대안으로 언론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거죠. 학생·청년들이 봉사자로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했고 각계 전문가들과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여행 고수들이 만드는 여행’이라는 컨셉으로 여행자 고수가 상품을 만들어서 우리 사이트에 올리면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상품화 결정을 하는 식이었어요. 그때 평가 수단이 ‘알’이었는데, 일종의 ‘좋아요’ 같은 거죠. 알 21개를 받으면 혹은 여행을 떠나겠다는 사람이 10여 명만 모이면 그 프로그램은 실제 진행이 됐습니다.


    공정여행의 조건 3가지

    Q 공정여행이 정확하게 무엇인가요?

    A 공정여행의 개념을 알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 여행 변천사를 짧게 설명할게요. 우리나라 해외여행은 1989년 1월 1일 자유화가 되었습니다. 말그대로 그전에는 국민들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가 없었어요.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여행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도 전부 그 시기에 생겼죠. 당시 지금 같은 포털 사이트가 없었어요. 모든 정보는 여행사에, 커뮤니케이션 능력 있는 사람도 전부 여행사 소속이었어요. 1991·92·93년이 여행 봇물이 터지던 때였습니다. 이때가 ‘여행사의 시대’입니다. 그러다가 1997·98년 인터넷이 보급되고 영어를 할줄아는 사람들이 늘면서 배낭여행, 자유여행이 유행이 됩니다. 여행자들 위주의 여행, 이때가 바로 ‘여행자의 시대’입니다. 2000년에 들어와서 특히 2000년대 후반에 기후 이야기, 환경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여행은 가고싶은데 환경 오염 이슈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죠. 제3의 시대는 바로 ‘여행지역의 시대’입니다. 공정여행은 바로 이 ‘여행지역의 시대’와 맥을 같이합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여행지 주민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데서 공정여행이 시작됩니다.

    나효우 대표는 공정여행 Fair Travel에서 공정함을 세 가지로 구분해 설명한다. 첫 번째는 여행자와 여행지 사이의 공정함, 두 번째는 여행 기회의 공정함, 세 번째는 관계의 공정함이다. 여행자는 여행지의 행복을 빼앗아서는 안된다. 여행자의 즐거움은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즐거움이어야 한다. 두 번째 여행 기회의 공정함은 국가의 역할이다. 국가가 나서서 여성, 고령자, 장애인 등 누구나 안전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관계의 공정함은 업계, 여행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이야기다. 여행산업 전반에 퍼져있는 갑을관계를 타파하고 파트너십을 강조해야한다.

    Q 공정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2000년대 초반 필리핀 팍상한 폭포에서였어요. 팍상한 폭포는 마닐라에서 가까워 당일치기 일정으로 많이들 찾는 곳입니다. 2시간 차를 타고 가서 보트를 타고 폭포를 둘러봐요. 중간 쯤 가면 물살이 세서 수심 낮은 구간에 진입합니다. 그러면 현지인 가이드가 보트에서 내려 보트를 밀어줘요. 문제는 그때 일어납니다. 힘들게 보트를 민 현지인은 한국말로 팁을 요구하기 시작해요. “사줘요.” “고기 먹고 싶어요.” “배고파요.” 또박또박 한국말을 하는 가이드를 보고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어요. 한국말을 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물에 들어가 고생했으니 음식을 사주는 사람이 있고 투어비 외의 팁은 절대 못 내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팍상한 폭포 가면 기분이 팍상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어느날에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스케줄을 물어봤어요. 정말 타이트하고 바쁘게 돌아가더라고요. 그렇게 일정을 짜는 여행사 입장도 이해는 돼요. 빨리 최대한 많은 곳을 보여줘야 돌려야 불만이 없대요. 마이너스 투어라서 쇼핑도 돌려야합니다. 쇼핑 자체는 문제가 안되는데 바가지가 문제죠. 돈내고 여행을 왔는데, 원치않는 물건을 사야되고 기분은 상하고. 저렴해야 손님이 오는 구조, 여행자는 기분이 상하는 구조. 이게 문제가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이런 걸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봉사여행 ‘동행’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Q 공정여행의 사례 하나를 들어주세요.

    A 해외로 따지면 메콩강 캄보디아 투어가 있습니다. 메인은 역시 앙코르와트였어요. 어떻게 하면 앙코르와트를 깊이 있게 소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당시 앙코르와트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었는데요. 일본·독일·프랑스·인도·영국 등 7개 나라가 참여를 했고 우리나라는 빠져 있더라고요. 당시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는데 우리나라가 복원 주체에서 빠져 있다는 게 조금 놀라웠습니다. 복원 현장을 견학하기 위해 7개 국가 대사관 등 관계기관에 이메일을 넣었습니다. ‘복원 과정 탐사를 여행 일정에 넣고 싶다. 관계자 소개시켜달라 두시간만이라도 안내를 해주면 기쁘겠다’ 등등을 적어 이메일을 보냈어요. 유일하게 인도인 관리소장에게서만 답변이 왔어요. 약속대로 그는 20명 정도 되는 일행을 끌고 복원 현장으로 안내했습니다. 철모를 쓰고 바리게이트를 넘어 갈 때 느꼈던 희열감이 대단했습니다. 인상적인 건 현장에 인도 사람은 단 5명뿐이라는 것이었어요. 캄보디아인들에게 복원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대다수의 작업자들을 현지인들로 구성했습니다. 그 소장님은 주말에 고아들 모아다 놓고 수업하는 학교도 열었어요. 참 인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현장을 보러갔다가 사람을 봤네요. 여행을 하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 ‘왜 우리나라는 복원에 참여 안 할까’였습니다. 당시 앙코르와트 방문객 톱3에 대한민국이 들었음에도 말이죠. 여행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문을 했어요.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존경,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것, 우리도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두 세시간 만에 마음 깊이 전해졌던 거예요. 이 투어를 2년에 걸쳐서 진행했었어요. 아리랑tv에서도 그 소장님도 인터뷰하고 이슈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결국 앙코르와트 복원 사업에 참여를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Q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은 어떻게 변할까요?

    A 실제로 여행이 가능한 지역, 가까운 곳을 선호할 거예요. 안전하고 위생적인 나라 예를 들어 대만 싱가포르가 있죠. 한일 관계가 나아지면 일본도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죠. 여행습관이나 내용은 과거랑 많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되도록 그룹투어를 피할 겁니다. 그러면 소그룹 여행, 아는 사람끼리 하는 여행이 유효할 수 있겠죠. 트렌드에 맞춰서 삼삼오오 여행이 특화될 것 같아요. 이런 아이디어 여행 상품이 우선적 주목을 받을 겁니다. 해외 여행 보험상품에도 관심이 높아지겠네요.

    출처: 착한여행 홈페이지

    Q 코로나 때문에 최근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다고요?

    A 코로나 때문에 지역 경제가 붕괴되는 수준이 다다랐아요. 특히 제주도처럼 관광업으로 먹고 살던 동네는요. 해외 인바운드 시장 죽었고, 그룹 여행이 없어지고, 여행사가 먹고살 수 없는 형태가 됐어요. 중소 단위 호텔도 힘들어요. 서귀포시 원도심쪽에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아랑조을거리 아래로 호텔 상권이 다 죽었어요. 서귀포로 내려가 지역을 살리는 일을 시작하려합니다. 새로운 회사를 열고 4월 첫째주부터 호텔 운영을 시작할 거예요. 지역 조사에 들어가고 상생 모델 만들기 위해 연구를 진행할 겁니다. 프로젝트 이름은 ‘노마드 힐’. 소상공인, 여행지 노마드들의, 여행자들의 비빌언덕이라는 의미예요. 만약 서귀포에서 성공을 하면 다른 지자체들로 뻗어나갈 계획이에요.

    Q 여행플러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싶은 공정여행 프로그램이 있다면?

    A 착한여행말고도 트래블러스맵, 공감만세 등 공정여행 관련된 프로그램 회사, 사회적 기업들이 지금은 많이 생겨났어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투어리즘 파트너사들도 많고요. ‘통영이랑’, 제주 ‘착한여행’, 목포 ‘만인계’, 인제 ‘하늘내린’ 등 지역별로 다양합니다. 저마다 주민들이 주도하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나효우 대표님의 인생 여행지가 궁금합니다.

    A 철저히 자연에 파묻히는 여행지. 자연에 압도당하는 걸 좋아합니다. 인간이, 내 존재가 별 게 아니구나를 느끼게해주는 곳으로 대표적인 데가 레드우드 국립공원이었어요. 그곳에서는 내가 점으로 느껴져요. 라오스 루아프라방은 잔잔하고 조용합니다. 내가 그곳에 온전히 스며들었다는 느낌을 줍니다. 특정한 장소에 스며들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때가 행복한 것 같아요.

    홍지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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