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초밥사건’? 카페 알바 시절 손님에게 들은 최악의 말 TOP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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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오세요, 주문 도와드릴까요?”

    중·고등학교 시절 동네 카페에 가면 반겨주는 아르바이트 언니, 오빠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커피도 뚝딱 만드는 모습을 보며 “나도 대학에 가면 꼭 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가득 안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르바이트 어플을 깔고 “경력 무관”이 적힌 공고문을 찾아 텅텅 빈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모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2년 가까이 근무하며 수많은 손님을 대했다.

    그토록 우러러보던 “멋있는 언니”가 돼보니 알았다. 밝은 웃음 뒤에는 수많은 상처가 숨어 있고, 언제 어떤 사람을 만나 무슨 얘기를 들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달고 있다는 사실을. 워낙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다 보니 그저 하루가 무난하게 지나가기만 해도 감사하는 습관도 생겼다.

    물론 고된 하루를 다 잊게 해줄 정도의 따뜻한 말들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더 열심히 일하는 원동력이 돼준 소중한 말 한마디들. 그렇지만 아르바이트를 관둔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안 좋은 기억들이 더 오래 남는 게 사실이다. 어쩌면 월급 통장으로 매달 돈이 들어오고 사람을 대하는 첫 사회생활이었기 때문일지도.

    “손님, 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라고 묻고 싶던 순간들. ‘진상 손님’들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떠올려본다.

    3위 “오늘 프러포즈 할 건데요…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진상 손님’이라고 해서 꼭 날카로운 말투로 쏘아붙이거나 험한 단어를 쓰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경험. 바쁘게 오픈 준비를 하던 어느 날, 한 손님이 들어와 “아직 영업 시작 안 했다”고 말하려던 찰나. 그는 내게 의문의 말을 건넸다.

    저기요, 제가 오늘 여자 친구한테 프러포즈를 할 건데요… 이 근처에 꽃집이 있나요?

    처음에는 잔뜩 차려입고 쭈뼛쭈뼛 내게 묻던 그가 귀여워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이 남자의 프러포즈가 성공적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근처 예쁘기로 유명한 꽃집을 소개해주고, 응원의 말까지 전했다. ‘오픈 전부터 재밌는 경험 하네’라는 생각으로 다시 열심히 오픈 준비를 했다.

    그런데 몇 분 후 조금 전 그 남성이 꽃을 든 채 가게 문을 다시 열었다. 
     
    “제가 프러포즈는 처음이라서 그런데… 멘트 한 번만 봐 주시면 안 될까요? 여자 분이시라 저보단 잘 아실 것 같아서요…”

    “제가 선물로 OO을 샀는데… 별론가요?”

    “저기 그러면 혹시 제가 여기에 선물 좀 맡기고 갔다가 여자 친구랑 먹으러 올 때 깜짝으로 전달해주실 수 있나요?”

    “이 근처에 여자 분들이 좋아할 만한 맛집이나 카페 몇 군데만 알려주시겠어요?”

    오픈이 5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많이 정신없는 상황. 가게를 들락날락하며 반복되는 그의 질문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 몇 번은 간절한 표정의 그를 그냥 뿌리치기도 미안해 몇 마디 받아줬다. 그러다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결국 최대한 정중하게 그에게 곤란한 의사를 전했다.

    “제가 오픈 준비가 바빠서요… 그리고 제가 여성분을 알지도 못해서 더 이상 조언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남성은 아쉬운 표정으로 가게를 나섰고, 더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잠깐 한가할 때 가게 유리문을 통해 밖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가게 바로 앞에 오전의 그 남성이 꽃을 든 여자 친구와 함께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꽃집을 물어본 이후 찾아오지 않았다면 프러포즈에 성공했을지 궁금했겠지만, 유독 바쁜 시간에 오랫동안 시달려서 그럴까. 혹여나 또 찾아올까 봐 그랬을까. 눈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워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2위- “500원 추가라고? 그럼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얼음 가득’ 주세요”

    내가 근무한 카페는 아이스 음료가 따뜻한 음료보다 500원씩 더 비쌌다.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고 너무 뜨거워 마시기 힘든 손님으로부터 ‘얼음 한두 개만 넣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은 있다.

    그러나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얼음으로 가득 채워달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움이란. 이 주문을 따뜻한 아메리카노 가격인 3000원으로 찍어야 할까, 아이스 가격으로 3500원을 찍어야 할까. 포스기 위에서 방황하는 내 검지손가락에 곤란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침착하고 손님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손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러자 들려온 대답.

    “따뜻한 아메리카노라니까요. 3000원짜리요. 근데 오래 마실 거라 얼음을 좀 많이 넣어주세요”

    아르바이트생인 내가 판단하기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요청을 받아들이면 매뉴얼에 어긋나고, 거절하면 손님이 화를 낼 상황. 몇 초간 정적 끝에 무거운 입을 열었다.

    “손님, 따뜻한 메뉴에는 얼음을 가득 채워드릴 순 없습니다. 너무 뜨거우시면 얼음 한두 개 정도는 넣어드릴 수 있는데 그렇게 해드릴까요?”

    예상했던 것과 같이 손님의 싸늘한 시선과 내 가슴에 푹 박히는 한숨이 이어졌다. “쪼잔하다”는 말을 뱉길래, 정말 되묻고 싶었다. 진짜 쪼잔한 사람이 누굴지.

    1위- “어떡해… 죄송해요 아이가 어려서… OO야 얼른 가자”

    나는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 길 가다 귀여운 아이들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볼 정도다. 그런데 이런 나도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라고 느낀 순간이 있다.

    함께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사정이 생겨 주말에 혼자 가게를 맡은 어느 날. 인기 영화 상영 시간을 앞두고 손님이 길게 줄 서 있고, 마침 배달도 밀려 아주 바빠 화장실도 못 가고 있었다. 내가 일하던 제과점은 영화관 입구 바로 옆에 있어서 인기 있는 영화를 상영할 때면 특히 정신이 없었다. 매장 안에는 아이를 데리고 온 손님이 빵과 음료를 주문해 먹고 있었다. 테이크아웃 손님이 워낙 많아 매장 안을 둘러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손님이 빠진 틈을 타 잠깐 숨을 돌리고 가게를 청소하려 홀로 나간 순간. 난리가 난 매장 내부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바닥에는 음료가 모두 엎질러져 있었고, 아이가 먹던 빵은 산산조각이 난 채 매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냅킨과 빨대가 담겨있던 통은 바닥에 널브러져 어디서부터 치워야 할지 감도 안 올 정도였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내가 홀에 나오기 전까지 아이를 제지하지 않았던 손님.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을 정도의 사태에 황급히 하던 일을 다 중단하고 대걸레를 가져와 하나둘 치우기 시작했다. 청소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앉은 자세로 고개만 뒤로 쓱 돌리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님이 내게 건넨 말.

    “어떡해… 죄송해요. 저희 애가 아직 어려서…”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아이의 손을 잡고 “얼른 나가자”며 가게 밖으로 떠났다. 이어 손님 몇 분이 들어왔지만, 가게 모습을 보고 하나같이 “여기서 어떻게 먹어…”라는 말과 함께 바로 나갔다.

    지금의 나라면 손님을 붙잡고 “이건 좀 너무하신 거 아니냐”고 한마디라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게 익숙하지 않고 겁 많았던 스무 살의 나는 ‘이런 것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며 넘겼던 것 같다.

    바닥에 쪼그려 빵 조각들을 하나둘 줍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가뜩이나 정신없이 빵과 음료를 만드느라 녹초가 됐는데 기다리는 손님들의 짜증스런 눈길이 느껴져서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집 근처라 가족도 친구들도 종종 오곤 했는데, ‘혹시라도 지인들이 와서 이런 내 모습을 보고 걱정하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에 속도를 내 황급히 치워버렸다.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초밥사건’. 아이가 엎은 초밥을 주워 그대로 진열대에 놓고 간 엄마 얘기를 보고, 내가 든 감정은 분노나 황당함이 아닌 ‘덤덤함’이었다. 이런 사건에 더 이상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게 씁쓸할 뿐이다.

    기사화되고 논란이 되지 않을 뿐, ‘제2의 초밥사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많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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