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버튼 꾹! 당장 여행지로 소환하는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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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버튼만 눌러도 여행의 추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노래가 있다.

    여행지로 초대하는 ‘그 음악’에 대하여.


    이미지 출처 = Unsplash, VIBE

    라떼는 말이지…라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10여 년 전 유럽여행 치트키는 딱 두 개였다. ‘쿠엔틴 타란티노’와 ‘콜드플레이’.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콜드플레이의 음악으로 화두를 열면 그 누구와도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나 때는 그랬다.

    콜드플레이의 수많은 명곡 중 나의 인생 여행 BGM은 ‘Viva La Vida’다. 2008년에 발매된 앨범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타이틀 곡으로 벌써 표지부터 마음에 든다. 앨범 표지로 사용된 그림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리고 그림 위에 ‘Viva La Vida’라고 거칠게 적혀있다. 대학 시절 노래가 나오고 몇 날 며칠을 지겹도록 들었다.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현란한 악기들의 조화에 빠져들었고, 꼭 루브르에 가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 앞에서 이 노래를 듣겠다고 다짐했다. 꿈은 이듬해에 곧장 이루어졌다. 그날의 분위기는 아직도 꿈결 같다. 그림 앞에 서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주변은 진공상태로 바뀌었다. 그 복잡한 루브르가 마법처럼 멈춰선 것이다. 나와 그림 사이 공간에 수많은 인간들이 아주 느릿느릿 먼지처럼 떠다녔고 ‘둥둥둥둥’ 리듬에 맞춰 온 지구가 쿵쾅거렸다. 그 장면 속에서 몇 번이고 노래를 들었다.

    ‘쿵쿵쿵쿵’ 심장을 두드리는 ‘Viva La Vida’. ‘인생 만세’라는 제목처럼 삶이 충만해지는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다시 들으면서 또 다른 다짐을 새긴다. 멕시코 프리다 칼로 박물관에 전시된 그녀의 유작 ‘Viva La Vida’ 앞에서 이 노래를 다시 듣는 것. 아, 얼른 떠나고싶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네이버 영화

    첫 유럽여행을 준비하며 봤던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는 설렘 그 자체였다. 주인공 아오이와 쥰세이가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서 재회하는 장면에 흐르는 이 노래는 멜로디만으로 큰 울림을 줬다. 출발 전 마음이 들뜰 때마다 듣기를 반복했고, 마침내 두오모 성당에 오르는 날이 왔다.

    피렌체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고 두오모는 내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미리 챙겨온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노래는 느린 템포로 흘러갔지만 내 심장박동은 미친 듯이 뛰었다. 35도 더위에 뒤따라 오는 사람과 약 30cm의 거리를 유지하며 464개의 계단을 올라야 했다. 결국 노래를 멈췄다. 걸음마다 숨을 고르며 오르고 또 올랐다. 드디어 맨 마지막 계단을 내디뎠고 눈앞에 피렌체의 전경이 펼쳐졌다.

    다시 이어폰을 꽂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귓속에 흘러 퍼지는 피아노 선율과 눈부신 피렌체의 풍경은 참치마요 버금가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해지는 하늘의 그라데이션 아래 빽빽한 붉은 지붕들은 ‘이게 바로 로맨틱’이라고 말하는듯했다. 영화 속 애절한 서사가 없어도 충분했다.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은 물론 영상까지 한참 찍고 나서야 내려왔다. 그때 이후로 수많은 성당과 전망대를 방문했지만 두오모에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당장 피렌체로 떠나고 싶을 때면 언제든 이 노래를 듣는다. 출근길도 두렵지 않다. 이 노래와 함께라면 단 3분만에 피렌체 두오모 꼭대기에서의 감동을 느낄 수 있으니까.



    이미지 출처 = Unsplash

    몇 만원도 어려운 학생에게 비행기 표는 마음을 아주 크게 먹어야 살 수 있는 사치다. 수십 번을 고민하고 돈을 이리저리 모으는 과정은 ‘꼭 이래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친다. 그럼에도 비행기 표를 끊고 나면 그제야 드는 해방감. 드디어 떠날 수 있다, 너무 많은 우울과 무료함이 가득 찬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늘 스트레스로 저릿하던 머리 한구석도 끊어놓은 비행기 표를 생각하면 말끔해진다.

    도망치는 순간들은 보통 아주 비겁하고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비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저버리고, 자신의 존재마저 잠시 잊고 떠났을 때 느껴지는 깨끗한 해방감을 안다면 당신도 간절히 도망치고 싶을 테다. 누군가의 가족,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누구.. 모든 수식어를 버리고 이방인이 되기 위해 누구도 닿을 수 없는 하늘 위로 떠나는 그 감각, 코끝이 찌릿하고 비워진 머리만큼 무거워져 쿵쿵대는 가슴. 지금은 돈이 아무리 있어도 느끼지를 못한다. 그래서 요즘 정말 다 놓고 떠나버리고 싶을 때는 가만히 PREP의 Cheapest Flight를 귀에 꽂는다. 도착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새 내 시선은 창밖 말갛게 파란 하늘로 향한다.



    때는 2017년 늦가을이었다. 태어나 처음 들어본 곳을 향한 비행기에 올랐다. 로스카보스(Los Cabos). ‘제2의 칸쿤’으로 불리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도시. 도대체 어디에 붙어 있는 곳일까. 북중미 대륙이 나온 지도를 펼쳤다. 검지 끝으로 북극이 있는 알래스카에서 남쪽으로 선을 그어 내렸다. 흡사 벙어리장갑의 엄지 부분처럼 본토에서 줄기를 친 반도 하나에 손가락이 멈춰 섰다. 바하 칼리포니아 반도, 바로 그 반도의 끝이자 북미 대륙의 끝 지점이 로스카보스였다. 그래서일까. 로스카보스란 의미는 랜드 엔드(land end), 그러니까 우리 식으로 말하면 ‘땅끝’이란 뜻을 지녔다.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차례 머문 뒤 산 호세 델 카보 공항까지 17시간 넘게 날았다. 주 4회 있는 아에로멕시코의 인천~멕시코시티 직항편을 타면 소요시간이 1~2시간 가량 줄지만 도토리 키재기다. 옴짝달싹 하기 힘든 비행기에서 10시간 넘게 견디기 또는 버티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모든 장거리 비행은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당시 비행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 베개부터 영화를 가득 담은 태블릿, 지루하지 않은 책 두 권,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잔뜩 스마트폰에 넣었다. 이것저것해도 시간은 더디 흘렀다. 결국 두 눈을 감고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으로 지정한 후 볼륨을 살짝 높인 채 눈을 감았다. 서 너곡이 흘러간 뒤 ‘boys like girls’의 ‘the great escape’이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 소리로 경쾌한 시작을 알렸다. 무료한 비행에 짜릿한 청량감을 선사하는 연주와 보컬이 잠자던 심장과 두 다리를 들썩이게 했다. 곡이 끝나갈 때 쯤 눈을 떠 랜덤 모드를 ‘한 곡 반복’으로 바꿨다. 반복 또 반복, 서른 번은 넘게 ‘the great escape’를 속으로 따라 불렀다. 정확한 가사는 모른 채 허밍으로.

    로스카보스에서는 일주일 정도 머무르며 바다와 사막, 시티라이프를 두루 즐겼다. 특히 태평양과 코르테스해가 만나는 지점의 아치(arch)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치형의 거대한 바위를 사이에 두고 사파이어 빛깔의 따뜻한 코르테스 해와 짙푸른 색의 태평양이 만나 섞이는 풍광은 신비로웠다. 하늘과 바다의 푸르름이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을 곁에 둔 채 뽀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 사륜바이크(ATV)의 울림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공교롭게 그 모든 시간을 함께 한 하나가 ‘the great escape’다. 바다 위에서도, 사막에서도 ‘the great escape’는 두 귀를 울렸다. 대탈출 또는 일탈로 해석할 수 있는 ‘the great escape’가 일상에 힘겨워하던 나를 흔든 것이다. 요즘도 이 곡을 들을 때면 로스카보스가 또 여행이 간절해진다.



    어떤 장소에서든 듣기만해도

    여행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노래가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여행 최애 음악’을 남겨주세요!

    음악으로나마 떠나는 기쁨을 나눠보아요:)

    글 = 홍지연, 정미진, 김지현, 장주영

    디자인 = 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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