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의 좌충우돌 문래동 필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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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며 많은 사람이 휴가를 포기하고 있다. 애써 세워놓은 휴가 계획이 무산되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여행 방법을 준비했다. 필름카메라와 함께하는 혼자 여행. 필름카메라를 들고 거리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자. 거리의 작은 부분도 주의 깊게 살피다 보면 궁금한 것이 생기고, 계속 질문해나가다 보면 그 거리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필름카메라와 한 발자국씩 여행해 나간다면 익숙하기만 했던 한국이라는 공간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필름카메라와 함께하는 혼자 여행 코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래창작촌>

    벽화거리 카페 <문래방구>

    식당 <무목> 문화살롱 <청색종이>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소개에 앞서 문래를 여행한 소감을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예술가들이 모여든 작은 소도시를 여행하고 온 듯한 기분이다. 태국의 빠이, 페루의 쿠스코, 칠레의 아타카마가 떠오르는 곳이었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예술가들이 모여 저절로 하나의 창작촌을 형성하고,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랄까?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그리고 나아가 문래가 가진 조금 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공존’과 ‘다양성’이다. 문래는 처음부터 예술가들의 창작촌은 아니었다. 문래는 1930년대 방적 공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공장이 들어서며, 일제강점기 최초의 계획도시가 되었다. ‘문래’라는 이름이 ‘물레’의 발음을 살려 문래동으로 지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공장 이전과 재개발로 단지 안 업체들이 옮겨가기 시작하며 점차 비어 있는 곳이 늘어났고 이후 홍대, 대학로 등지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빈자리를 메웠다. 그렇게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철공소와 꿈을 노래하는 예술 공간이 한자리에 자리매김하게 됐다.


    벽화거리

    내 여행 계획에 쏟아지는 비는 없었다. 여행이 계획대로 흘러간 적은 없었지만, 이렇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일은 또 처음이다. 잠시 ‘그냥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애써 도착한 여행지를 보지도 못하는 건 더 최악이다. 방법이 없다. 그냥 기다려보는 수밖에.

    비가 잦아든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조바심을 가라앉히니 금세 빗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우산을 쓰고 조금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설레는 마음으로 문래동 여행을 시작한다.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문래동 거리 안으로 들어설수록 내가 알던 서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칠이 벗겨진 간판과 각자의 개성을 오롯이 표현하고 있는 간판, 그리고 그사이 그려진 톡톡 튀는 색감의 벽화가 이곳을 더욱 궁금해지게 한다. 드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철제 공장을 두세 개 지나치면 당장에라도 들어가 보고 싶은 카페나 상점, 밥집들이 나온다. 가보고 싶은 곳을 눈으로 하나둘 점찍어 보며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마음을 안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려는데 카메라가 말썽이다. 사실 필름카메라와 함께 하는 여행은 필연적으로 변수를 수반한다. 어떤 때는 필름을 넣는 데 실패해서, 어떤 때는 아직 쓰지 않은 필름이 감겨버려서, 어떤 때는 오래된 카메라가 갑자기 작동을 멈춰서 여행에 제동을 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카메라가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리 파워 버튼을 눌러대도 나오다 만 카메라 렌즈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 쓰지도 않은 필름은 빼낼 수 없게 감겨 들어가 버렸다.

    이번 여행 테마는 ‘필름카메라’인데…. 여행의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이대로 카메라 없이 여행하느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느냐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나는 후자를 택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 주변 사진관에 전화를 걸어 필름카메라를 다루는 곳을 찾아낸다. “아니요”, “그건 없습니다”라는 말이 주는 좌절감을 여러 번 맛본 뒤 필름을 팔고, 필름카메라 수리가 가능한 사진관을 찾아냈다. 다행히 멀지 않다.

    사진관에 도착했다. 사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배터리를 교체해보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고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결론을 주셨다. ‘이번 여행은 정말 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사장님이 본인의 필름 카메라를 빌려준다고 하신다.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결국, 난생처음 보는 낯설고 낡은 필름카메라와 함께 문래동의 여행을 시작하게 됐다.


    카페, <문래방구>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여행의 첫 번째 방문지는 카페 <문래방구>다. <문래방구>는 카페 공간과 함께 가죽공예, 마카쥬, 취미 미술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릴 적 매일 달려가던 문방구를 떠올리면 만든 <문래방구>라는 이름답게 다양한 문구용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문래방구>가 진열해놓은 소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여행에 관련된 소품이 많다. 가죽 러기지택에서 시작해 세계 지도까지…. 가죽 러기지택을 구입할 때 2000원을 추가하면 원하는 문구를 새길 수 있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또 다른 여행을 기약하게 되기 때문 아닐까? <문래방구>는 여행자에게 새로운 여행을 기약하게 하는 장소다. 세계 지도를 보며 다음 여행지를 상상해보게 하고 여행 가방에 달 이름표를 들고 여행 중 여행 갈 상상으로 설레게 만든다.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맛있는 커피도 여행의 기분을 한껏 고조시킨다.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며 지금까지 느낀 일련의 감정을 일기장에 기록하는 시간을 갖는다. 감정을 언어화한다는 것은 나와 친해지는 과정이다. 나에 대해 알아가며 혼자 여행의 묘미를 만끽한다.


    식당, <무목>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슬슬 배가 고파질 때쯤 비 내리는 문래의 골목을 감상하며 식당 <무목>을 찾아간다. 골목길에 있는 이 식당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열심히 기계를 돌리고 있는 공장이 보인다. 내게 다가온 풍광을 카메라 프레임에 담으며 음식을 기다린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안에서 혼자 멈춰있는 시간을 경험하는 시간을 누리는 동안 음식이 나온다.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혼자 여행이라고 해서 식사를 거르면 안 된다. 천천히 음식의 맛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는 조용한 식당을 찾아 고요하게 식사를 즐기는 시간이 필요하다. 식당 <무목>은 오믈렛, 카레, 파스타, 고로케 등의 식사 메뉴를 가지고 있다. 저녁에는 맥주가 생각날 만한 토마토 홍합 스튜, 굴튀김 등의 안주 또한 판매한다. “모난 데 없이 모두 맛있다”라는 식당의 한 리뷰처럼 잔잔한 맛과 매력을 풍기는 곳이다.


    문화살롱, <청색종이>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배가 불러지면 다시 골목으로 나선다. 마지막 방문지인 <청색종이>라는 공간은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청색종이>는 시인이 운영하는 출판사이자 책방이다. 또, 한쪽 공간에는 작은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책방이라고 말하지만, 판매를 위한 책들이 꽂혀있는 것 같지 않다.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 청색종이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문화살롱’ 뿐인 듯하다.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청색종이>에는 유난히 길고양이가 많이 모여있다. “따라오듯 하다 멈추는 고양이 아마 이 도시에서 유일히 자유로운 마음일 거야”라는 백예린의 <지켜줄게> 가사가 떠오르며, 확실히 이 곳은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여드는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새 책보다 헌책이 많은 이곳에서 책 한 권 한 권을 짚어보며 발걸음을 옮겨 내게 필요했던 책을 발견한다. 책상에 잠시 앉아 책을 펼쳐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발생한 의문점들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나의 내면에 집중해보는 혼자 여행 최고의 순간이다.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청색종이> 공간 한쪽에는 작은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서선희 화가의 <가려진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거리 두기’의 상황이 당연시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화가는 화,수,목 3일 동안 <청색종이>에 상주하며 관람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화가가 이야기하는 작품 그리고 문래에 대해 들으며 한층 더 깊은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 = 양현준 여행+ 인턴PD

    <청색종이>에서 다양한 생각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문래동 골목으로 향한다. 마지막까지 골목 사이사이 그려진 벽화를 하나의 전시처럼 관람하면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른다.

    이번 필름카메라 여행의 가장 마지막 코스는 필름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는 것이다. 두근거리기도하고 조마조마하기도 한 마음으로 필름을 맡긴 뒤 이번 문래 여행을 마무리했다.

    주현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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