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차 부부가 매일 신혼처럼 사는 비결? 터키 가이드 부부의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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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지우와 종욱.

    목적지에서 헤어지며 지우는 종욱에게 말한다.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나겠죠.”

    그리고 두 사람은 우연히 다시 만나 함께 여행하며 사랑에 빠진다.

    – 영화 <김종욱 찾기> 중-

    출처 = 트위터

    다들 그런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작정 배낭만 메고 떠난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운명의 상대 같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그런 ‘운명적인 사랑’ 말이다.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 하나만으로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낯선 배경 속 서로만 보이는 그런 현실적인듯 비현실적인 상황.

    영화 만큼의 우연하고 운명적인 만남은 아니더라도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만남은 늘 설렘을 동반하곤 한다.

    이런 상황의 치명적인 점은 내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주 없는 일이라고만 할 순 없는 게, 종종 주변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운명적 사랑을 느껴 백년해로까지 맺은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고은경, 장재영 가이드

    “장재영&고은경” 부부는 터키에서 10년 째 살고 있는 가이드 부부다. 이 부부가 진행하는 랜선 투어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고은경 가이드가 ‘성우’같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정보를 전달하는 해설자 역할이라면, 장재영 가이드는 주로 카메라 뒷편에서 영상을 찍으며 중간 중간 소통을 잇는 캐스터 역할을 맡고 있달까?


    부부가 함께 가이드를 한다는 게 독특해 보여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장재영: 저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었어요. 꿈도 없고 늘 방황하기만 했죠. 그러다 무작정 인도에 배낭 여행을 떠났어요. 거기서 모든 걸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여행이라는 삶에 매력을 느꼈고, 그렇게 해외에서의 삶을 택하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가이드라는 직업을 얻게 됐어요.

    일을 하며 ‘나 같은 사람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는데, 가이드라는 직업이 더 좋아하게 됐죠. 이후로 이집트, 스페인, 이탈리아를 거쳐 터키까지 오게 된겁니다.

    고은경: 저는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직장인 체질이 아니었나봐요. 출근만 하면 아프고 퇴근하면 날아 다녔거든요.(하하) 그렇게 꾸역꾸역 다니다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어요. 유럽에서 배낭여행을 했죠. 그러다 터키에서 삶을 꾸리게 됐는데 살다보니 돈이 떨어진 거에요! 돈이 없어서 대리투어 알바 식으로 시작한 게 제 가이드 역사의 시작이에요.

    하다보니 이게 내 천직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잘 맞더라구요. 원래 숫기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웃는 게 그렇게 재밌더라구요.

    타지에서의 운명적 만남이라니! 어떻게 만나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고은경: 가끔 가이드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도 하고 세미나를 하기도 해요. 거기서 장재영 씨에게 호감을 느꼈었죠. 근데 마침 제 동생이 터키에 여행을 왔는데, 장재영 씨 가이드 팀에 합류를 하게 된 거에요! 그 여행을 저도 함께 했는데 거기서 제가 장재영 씨에게 큰 매력을 느껴서 연애까지 발전하게 됐죠.(하하)

    부부가 같은 가이드라는 직업을 갖기 때문에 겪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뭐가 있을까요?

    장재영: 시청자 입장에서 좋은 점은 둘이 함께 랜선 투어를 할 때 두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 같은 가이드지만 생각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점 같아요.

    저희는 둘 다 가이드 일을 하다보니 자주 못 볼 때가 많았어요. 원래 오프라인 투어를 하면 1주일은 밖에 있기도 하거든요. 심할 땐 3개월 동안 못 본 적도 있어요. 이제 그런 부분이 적당히 애틋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신혼부부처럼 아~주 애틋해요. (하하)

    고은경: 적당히 떨어졌다가 보고 싶을 때 다시 만나는 거 같아요. 장점이자 단점이죠. 그리고 같은 일을 하다보니 서로의 일을 공유할 수 있어요.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죠. 하지만 이것도 너~무 잘 알면 단점이 되기도 해요.^^


    두 가이드는 터키 외에도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를 경험했다. 근데 다시 돌고 돌아 터키를 택했다. 그 이유로 입을 모아 터키의 정(情) 때문이라고 말한다. 흔히 ‘형제의 나라’라고도 하는 터키에서 한국인을 친근히 받아주는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터키 앓이를 했을 정도라고.

    터키에서의 정(情)이라면 어떤 걸 느끼셨나요?

    장재영: 음.. 설명하기 어려운데, 한국의 옛모습하고 비슷해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같은 분위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가 종종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곤 해요. 일종의 터키 문화인데, 지금까지 나가서 먹을 때 한 번도 주변에서 음식을 가져다 주지 않은 적이 없어요. 예를 들어, 소고기를 먹고 있으면 “너희 닭고기도 먹어볼래?”라며 닭고기를 가져다준다던지 하는 식이에요. 길거리에서 도시락만 먹고 있어도 저희가 외국임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게 다가와서 말을 걸어요. 길가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도 꼭 하고.

    고은경: 제가 7년 전에 터키에서 교통 사고가 난 적이 있어요. 저를 차로 탁 치고 가해자는 도망을 갔는데, 주변에 있던,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다 가서 그 차를 막아 섰어요. “내가 너 저 여자 치고 가는 거 봤는데, 왜 그냥 가냐, 병원에 데려다 줘라!”면서 가해자를 붙잡은 거에요. 근데 그 가해자는 저를 병원에 데려다주고는 또 도망갔지만요(하하)

    사람들이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 같은 느낌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오는 마음들이 있어요.

    고은경 가이드

    한국인에 대한 환대도 어떤 식인지 궁금해요.

    분명히 인종차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유럽에 비해 현저히 적어요. 그리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적인 부분은 없어요. 한국에서 종종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그게 여기선 아주 강하달까요. 과거 돌궐이라는 나라가 터키의 선조거든요. 고구려 때부터 돌궐과의 인연이 있는데, 터키에선 그 역사를 배우거든요. 그래서인지 한국인에게 유독 친절한 부분이 있어요.

    터키에서만 10년이 넘게 가이드 일을 하고 계세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장재영: 10년 전에 이집트에서 가이드를 할 적에 만났던 초등학생 소녀가 있었어요. 나중에 대학생이 되고 나서 터키에서 또 만났는데, 그때 학생이 어린 시절 이집트 여행이 좋은 추억이었다며 절 아주 선명히 기억하고 있더군요. 이때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게 기뻤어요. 그때 ‘아, 더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고은경: 한 번은 8명의 가족이 함께 가족 여행을 오신 적이 있어요. 여행 내내 이상하리만치 가라앉은 분위기에 당황스러웠었는데, 알고보니 가족 중 한 분이 말기암이라 마지막 여행으로 오신 거였더라구요. 당시 여행은 잘 마무리했는데, 꽤 시간이 흐른 후에 연락이 왔어요. 아프셨던 분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내내 터키 여행 추억으로 행복해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죠. 이후로는 누군가에게 이게 마지막 여행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장재영 가이드

    공통적으로 ‘추억을 남기기에 잘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가이드 시 어떤 부분을 가장 고려하시나요?

    장재영: 저는 가이드라는 직업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가이드라는 직업에 약간의 사명감도 느끼고요. 사실 여행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문화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책 보고, 영화 보는 걸 뛰어 넘어 복합적으로 겪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여행에서 가이드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큰데, 그분들께 저는 “이게 여행이지”는 말을 듣고 싶어요.

    왜냐면 되게 고되거든요, 여행이. 시차도 안 맞고, 음식도 안 맞을 수도 있고. 그래도 즐거운 추억을 위해 오는 만큼,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최소한 ‘여행하러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말이죠.

    고은경: 어떤 분이든 각자 기준에 맞는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최대한 손님을 파악하려고 하죠. 여행을 온 목적이나 배경 같은 거요.

    간혹 정말 힘들어서 오신 분들도 계시거든요. 전 각자 사연 속에서 그 여행이 최고 추억이 되길 바래요. 그래서 각자에게 소중한 여행이 되도록 도와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식적 배경이나 유희적 부분도 중요하지만, 각자 이야기에 맞는 여행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가이드에게 치명적인 코로나가 터진 이후 두 사람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매번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수년 동안 하다 갑자기 발길이 끊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얼마 전 구독자 1,000명을 넘기는 ‘축하할 일’도 생겼다.

    두 가이드는 유튜브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있는 터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소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이 외에 문화, 역사 등을 아우러 사는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고.

    유튜브 라이브 캡처

    터키에 대한 어떤 오해가 많던가요?

    우선,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이슬람을 믿기 때문에 위험하고 폐쇄적이라고 생각하시기도 하고. 그래서 저희 라이브 댓글을 보면 대부분 깜짝 놀라세요. “생각보다 예쁘네요?”라던지 “예상보다 깨끗하네요?” 라고 하세요. 지리상으로 터키가 유라시아긴 하지만 엄연히 유럽에 속한 국가거든요. 제도나 문화가 유럽의 기준을 따르고 있어서.

    유튜브 시작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좀 더 깊이 있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다보니 전보다 더 공부를 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저희는 되도록이면 생생한 여행을 위해 라이브를 많이 하려고 해요. 그러다보니 10년 전보다 더 구석구석 터키를 여행하게 됐는데, 터키의 새로운 매력을 참 많이 알게 됐어요. 유튜브를 하며 전에 몰랐던 장소들,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어떤 새로운 매력들을 발견하셨나요?

    장재영: 가이드를 하게 되면 유명한 곳 위주로 다니게 돼요. 근데 터키는 안 알려진 유적이 더 많거든요.

    고은경: 흔히 가는 패키지 여행 코스는 관광화가 잘 돼 있어서 정돈된 느낌이에요. 근데 조금만 깊은 산지로 들어가면 정돈되지 않은 매력을 가진 곳들이 넘쳐나요. 로마 시대 유적 위에 찻잔을 놓고 커피를 마시는 나라에요. 그만큼 유적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옛 흔적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묘한 매력이 느껴져요.

    터키의 모습


    “가이드님 목소리가 ‘성우’처럼 잘 들려서 몰입이 잘 된다”

    ★★★★★

    “장소별 해설과 촬영 분담이 잘 이루어져서 보기 편하다”

    ★★★★★

    “실시간 소통이 정말 활발하다”

    ★★★★★

    가이드 라이브 실제 후기

    두 가이드의 랜선 투어는 환상적 호흡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투어 후기는 이야기 몰입력에 대한 글이 주를 이룬다. 실제 어릴적 꿈이 ‘성우’였던 고은경 가이드는 볼펜을 물고 발음 연습을 하기도 했는데, 이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터키의 코로나 현상황이 궁금해요

    현재 터키는 하루에 5,300명 정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요. 한국에 비하면 큰 숫자지만 두 달 전만 해도 5만 명에서 많이 떨어진 수에요. 터키는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관광업 종사자를 최우선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어요. 만 18세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버스 정류장 근처에 접종소를 세우는 등 최대한 빠르게 접종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지금까지 2차 접종을 마친 비율은 34%입니다.

    ※ 본 인터뷰는 7월 5일에 진행되었습니다.

    백신 접종을 하는 고은경 가이드 모습 / 유튜브 캡처

    가이드라이브X여행플러스에서의 랜선투어 스포를 조금 해주시자면?

    저희는 지금 터키 오스만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제일 독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시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랜드 바자르를 배경으로 진행해보려고 해요. 그랜드 바자르는 실크로드의 유럽과 아시아 종착지로 동서양 무역의 중심지였죠. 그 옆의 이슬람 자미도 함께 갈 예정입니다.

    그랜드 바자르 / 출처 = Flickr

    기다리시는 분들께 랜선 여행을 더욱 잘 즐기기 위한 Tip을 주신다면?

    고은경: 저희는 둘이서 하다보니 소통이 수월한 게 장점이에요. 혼자서 댓글도 보고 이야기도 하려면 힘든데, 한 명은 촬영하면서 댓글을 봐주고 때론 직접 답하기도 하죠. 그리고 저는 최대한 질문을 유도하는 편이에요. 궁금하신 사항들을 답해주기 위해. 간접 체험을 위해서 음식을 대신 먹어보고 맛 표현을 해 드리기도 하죠.

    장재영: 이를 더 잘 즐기기 위해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요.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혼잣말이라도 여행하는 것처럼 답도 하시고 즐기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후, 여기는 꼭 가보라고 하고픈 곳이 있나요?

    성소피아요.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역사의 장소이자, 터키·이스탄불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오르타쿄이라는 곳도 추천드리고 싶어요. 관광객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인 사이에서는 명소거든요. 오스만 제국 시대에 만들어진 네오바로크 양식의 독특한 사원이에요. 보스포러스 해협과 함께 어우러진 사원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죠.

    위)성소피아, 아래) 오르타쿄이

    마지막 질문이에요. 두 분께 여행이란?

    장재영: 여행이 뭘까? 15년 째 고민 중인데, 가장 큰 답은 ‘답이 없다’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목적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여행이 뭐다라고 정의할 순 없지만,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얻은 무언가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그건 옳은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하루를 사는 것처럼 전혀 다른 세상에서 다양한 자극을 통해 낯섦을 느끼고 경험하는 게 여행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은경: 저에게 여행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일상을 살다가 가끔 여행을 통해 그 일상을 환기하고, 그로 인해 평범한 삶도 내게 소중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와 현대, 미래를 아우르는 터키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종교, 문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7월 14일 수요일! 저녁 8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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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린 여행+ 인턴기자

    사진 제공 = 장재영, 고은경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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