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볼 것 없는 베를린? 와봤어?” 최다별점 가이드의 이유 있는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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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볼 것 없는 베를린? 와봤어?” 최다별점 가이드의 이유 있는 외침

    스무고개 들어간다.

    테크노 뮤직. 마라톤. 전지현. 그라피티. 장벽. 클럽. 영화제. 오케스트라. 손기정. 천사.

    어느 정도 감 좀 잡았다면 나름 여행 고수라 인정받을 만하다. 정답은 베를린이다.

    , 그럼 설명 들어간다. 바로 지금 현재, 세계에서 가장 힙(HIP)한 도시를 꼽으라면 베를린을 빼놓을 수 없다. 유럽 내 다국적 외국인이 가장 많이 몰리는 도시이다 보니 문화의 다양성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젊다. 한 때 세계를 휩쓴 테크노 뮤직의 시초이기도 하고, 때문에 도시 곳곳에 흥과 멋이 넘치는 클럽이 왕성하게 운영 중이다.

    베를린 장벽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 있는 ‘형제의 키스’ 벽화. 이 그림은 드미트리 브루벨의 작품으로, 실제 1979년 동독 정권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동독을 방문한 브레즈네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에리히 호네커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수상이 양국의 우의를 다지며 나눈 실제 키스 장면을 그림으로 재현한 것이다. 베를린 장벽을 세우고 자유를 가로막은 장본인인 두 사람의 모습을 풍자한 그림이기도 하다. 그림 아래에는 독일어와 러시아어로 “오 주여, 이 치명적인 사랑에서 살아남도록 나를 도와 주소서!”(Mein Gott, hilf mir, diese tödliche Liebe zu überleben)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 사진 = 안정호 가이드

    베니스 칸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와 정상급 클래식 연주를 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또한 이곳을 터전으로 한다. 역사적 흔적도 엿보인다. 동서 냉전과 화해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 그리고 1936년 제 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일장기를 가린 채 금메달을 목에 건 손기정 선수의 땀방울이 맺힌 곳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천사와 전지현은 왜?’ 라는 질문이 나올 법 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단박에 알아차렸겠지만 1993년 개봉한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와 2012년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를린’ 때문이다. 특히 영화 ‘베를린’에서 전지현은 이중스파이로 몰리는 북한 통역관 련정희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정도 설명만으로는 성에 안 찬다. 무슨 일이든 전문가의 손길이 닿아야 참이다. 수십 시간 우려낸 곰탕의 진국을 맛보기 위해 3~4시간 걸려 서울에서 나주까지 가는 수고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베를린도 마찬가지다. 베를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만났다. 물론 코로나19 시국인 탓에 직접이 어려워 랜선으로 연락을 취했다. 10년차 베를린 여행 가이드인 안정호씨다. 안 가이드는 2일 저녁 8시 네이버 여행+ TV를 통해 ‘베를린 인사이드’라는 제목의 랜선투어를 진행한다. 이번 인터뷰는 생방송에서 보여지고 소개할 베를린 랜선투어의 에피타이저가 될 것이다.

    독일의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어떤가.

    많이 좋아졌다. 아마도 그동안 미디어에서 유럽 쪽 상황이 안 좋다는 보도를 많이 접했을 텐데, 최근 백신 접종이 늘면서 달라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백신 접종률이 많이 올라갔다. 1차 접종자가 46%, 2차까지 맞은 사람이 18%이다. 7일부터는 접종 순서에 있어 우선순위 없이 맞을 수 있다.

    베를린 브라덴부르크문 / 사진 = 안정호 가이드

    독일 사람들도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나?

    요새 거리에서 거의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원래부터 마스크 쓰는 것에 대해 말을 잘 안 듣기도 했지만(웃음). 마스크 썼다 하면 동양인이나 노약자 정도이다. 며칠 전에 브라덴부르크 문이라는 관광명소를 들렀는데 마스크를 벗은 여행자가 엄청 많더라.

    한국에서 한창 온라인 마케팅 사업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들었다.

    친구와 만든 웹에이전시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웹사이트 제작과 홍보 마케팅 등의 일을 했다. 꽤 잘됐다.

    돌연 한국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갑자기는 아니었다. 원래 이탈리아 로마에서 4년 정도 성악 공부를 했다. 유학 생활을 하며 레슨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프리랜서로 프라이빗 가이드 활동을 했다. 그러다 1997년 IMF가 터졌다. 결국 99년 말 귀국했다. 이후 12년 정도 직장을 다니면서 나름 자리를 좀 잡았다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2~3학년 때로 기억한다. 아이가 학교생활보다 학원생활 등의 선행학습 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란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유럽에서 유학생활 하며 봤던 현지 아이들을 떠올려 보니 그들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났다.

    안정호 가이드

    익숙한 이탈리아가 아닌 독일로 간 이유가 있나.

    물론 내 입장에서는 이탈리아가 편하다. 아직도 이탈리아어로 말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교육이나 복지, 생활환경 등을 따졌을 때 독일이 좋았다. 무엇보다 교육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은 주입식 교육 아니었나. 창의적인 교육을 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는 말이 유럽에서는, 특히 독일에서는 현실이란 점도 매력적이었다. 아울러 독일이 체계적이고, 대학을 포함한 모든 교육비나 의료비가 무료여서 좋았다.

    독일의 다른 도시가 아닌 베를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온라인 마케팅 사업할 때 IR도 담당했다. 당시에 주식이나 전략기획 일을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베를린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유행하던 책이 ‘블루오션’이었는데, 당시 한국인이 많다는 프랑크푸르트로 가면 레드오션일 것 같았다. 가능성이 있는 곳에 가서 역량을 키우고 싶었다.

    베를린 대성당 / 사진 = 안정호 가이드

    그럼 가이드는 어떻게 하게 됐나.

    독일어를 전혀 못하는 상태에서 베를린 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게 한국인 민박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인 대상의 일이 접근하기 쉬웠다. 그러면서 차츰 교육이나 유학 관련한 컨설팅도 맡게 됐고, 현지에 오는 분들에게 여행지 소개도 나섰다. 자연스럽게 가이드를 하게 된 셈이다.

    가이드 생활은 힘들지 않았나.

    가이드로서의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베를린은 볼 게 없다’고 하는 인식을 바꾸고 알리는 게 어려웠다. 대개 유럽 여행을 준비할 때 시계 방향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훑는 코스를 짠다. 그때 중간에 걸리는, 지나가는 도시가 베를린이다 보니 그냥 ‘베를린 장벽 가서 사진이나 한 장 찍고 가자’ 정도만 생각하고 오는 이가 있더라. 고정관념이 있는 이에게 베를린만의 볼거리, 특이하고 다양한 이야기 등을 전하면 마치 장삿속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그런 거부감 있는 인식을 바꾸게 하는 시간이 힘들었다.

    사진 = 안정호 가이드

    그럼 베를린 여행가이드의 장점이나 매력은 무엇일까.

    아주 옛날 것을 알리는 일뿐만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세대의 모습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분단 전후의 생활, 통일 이후의 삶,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겪은 것을 비교하며 생각할 수 있어 재미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한때 탈북자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나. 독일도 마찬가지다. 분단국가에 살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보니 공감하더라. 또 베를린이 독일의 수도이기 때문에 서울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리가 독일을 따라한 것도 있고, 독일이 우리와 비슷한 점도 있다. 홍대나 가로수길처럼 힙한 골목과 카페거리가 넘쳐나고, 황학동 벼룩시장처럼 동독시절 폐허가 된 곳에 장이 서기도 한다. 누군가는 베를린을 뉴욕의 브루클린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일까. 여행자와 이런 저런 소통하는 것이 참 즐겁다.

    여행가이드의 하루 일과를 궁금해 하는 이가 많다.

    오프라인 투어가 있는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투어 신청한 분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투어 신청자의 나이나 가족관계 등을 확인해서 동선 등을 정한다. 교통 통제나 데모 등의 변수가 많다 보니 그런 것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보통 오전 10시에 시작해 4~5시간 투어를 하게 된다.

    가이드 소개를 보니 사진이 예술이던데.

    스냅 사진 투어를 주로 하다 보니 예쁜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투어 중에 여행자가 개인 사진을 찍거나 둘러보는 사이사이에 스냅 사진을 찍었다. 아무래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때가 가장 자연스럽다 보니 그 순간을 포착하려 했다. 한국 여행자는 대부분 어느 정도의 보정이 들어간 사진에 많이 익숙하더라. 흉터를 지운다거나 피부 톤을 화사하게 한다거나 그런 보정 작업을 거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사진 공부는 따로 한 건가.

    사진을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소위 테크충이란 유행어가 있지 않나. IT기기 등을 다루는 데 있어 나름 얼리어답터이자 이노베이터로 불린다. 사진도 그렇다. 어른이의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고, 사진 공부 역시 혼자 했다. 최근 코로나 시국 때문에 생활이 좀 어렵다 보니 모든 사진 장비를 팔았다. 나중에 상황이 또 좋아지면 모르겠지만 현재 사진은 접은 상황이다.

    독일에서 가이드를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나.

    독일에도 여행가이드 협회가 있고 자격증이 있다. 이곳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들어갈 때 자격증 확인 과정이 특별히 없다. 이탈리아는 한국인이 가이드를 하려면 현지인 가이드와 동행해야 하는 행정적인 제도가 있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다. 사실 나도 응시를 했다가 보기 좋게 떨어졌다.(웃음)

    사진 = 안정호 가이드

    가이드 투어 관련해 최고 평점과 최다 리뷰를 기록했다고 들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안 해본 일이 없다. 인생에 있어 흑역사라고 할 만한 시기도 겪었다. 일용직 근로자부터 한 회사의 대표까지 했다. 전공은 성악이었고, 물건을 파는 온라인 MD, 나아가 온라인 광고나 마케팅, 그리고 IR까지 담당했다. 정말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났고 일을 겪었다. 그래서일까. 베를린에 오는 여행자와 소통하는 게 참 편안했다. 완벽하게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일을 해봐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게 생기더라. 아무래도 소통 면에서 평가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안정호 가이드의 ‘베를린 인사이드’ 랜선투어 바로 가기<==

    베를린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전 세계 각 도시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베를린은 특징이 없다고 하면 하나도 없고, 있다고 하면 수 만 가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각각 도시의 독특한 모습을 조금씩 담고 있다. 흔히 알려진 유럽 도시는 중세나 기원전 유적이 많지만 베를린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대신 근현대사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베를린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모여 있다. 마치 뉴욕 같다. 독일에서 가장 외국인 거주율이 높은 곳이다. 다른 곳 가면 영어가 소통이 잘 안되지만 소통이 잘된다.

    베를린 하케셔마크트 / 사진 = 안정호 가이드

    관광지로써 베를린은 어떤 곳인가.

    여행을 오게 되면 그 나라나 도시의 유명한 장소들, 관광지를 많이 다니게 되지 않나. 그런 부분에 있어 베를린은 베를린 장벽 등 몇 가지 밖에 없다. 다만 여행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한다. 여행 중 남과 나, 그 나라와 우리나라 등 계속 비교를 하지 않나. 좋은 문화를 보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하고, 반대일 때는 ‘내가 더 낫네’ 라고 한다. 베를린은 다양한 문화와 볼거리가 조화를 이룬 곳이어서 그런 비교를 하기가 참 좋다.

    거주지로 보는 베를린은 어떻게 다른가.

    베를린은 워낙 다양한 사람이 살다 보니 먹거리가 유럽에서 최고로 재미있는 곳일 것이다. 없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하면 학세, 소시지 같은 것만 떠올리지만 베를린은 카페 투어가 있을 정도로 커피 맛집도 많고, 다국적 음식의 맛집은 더 많다. 또 단돈 9~10유로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볼 수 있다. 유난히 큰 공연장이 많은데, 동서 베를린에 있는 공연장을 하나로 합치지 않고 통일 후에도 그대로 보존했다. 우리로 치면 세종문화회관이 동서에 하나씩 있는 셈이니 볼거리가 두 배인 것이다. 한마디로 살기도 좋은 베를린이다.

    베를린 하케셔마크트 / 사진 = 안정호 가이드

    베를린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은 어디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흔한 관광지하고는 다르다. 좀 떨어져 있다. 하케셔마크트(Hackescher Markt)라는 곳이다. 카페도 많고, 사람도 북적거리고, 예전 유대인이 일했던 장소도 남아있는데 당시 동네가 그대로 있다. 동네 곳곳에 그라피티도 많다.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쇼핑하고, 밥 먹고 편안하게 현지인처럼 머물 수 있어 사랑스럽다.

    코로나19가 끝난 후 여행자가 찾는다면 1순위가 하케셔마크트겠다.

    당연하다. 그곳을 추천하고 싶다. 다행히 분위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식당 밖 테라스에서 실외 식사를 개방했다. 그렇다 보니 밖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는 이도 많아졌다.

    여행은 멈췄다는 이도 있고, 여행은 멈추지 않는다는 이도 있다.

    여행업을 하는 이는 다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이러다 말겠지, 좋아지겠지’하며 버티고 버티다 ‘이대로 괜찮을까’라고 절망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 요새는 백신 맞으며 좋아질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 예전처럼 30~40명이 버스타고 가는 패키지여행보다는 퀄리티를 높여 가는 여행, 전형적인 패키지라기보다 세미패키지 같은 여행이 주를 이룰 것 같다. 어디를 가고 싶은데 못가면 꼭 가야한다. 몸살 난다. 힘든 일상을 여행으로 푸는 이들 많은데 여행이 멈췄다고 볼 수 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잠시 미뤄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베를린 장벽 / 사진 = 안정호 가이드

    10년차 가이드로서 여행을 정의한다면 무엇일까.

    정확하게 따지면 여행을 가이드 한 지는 올해로 9년차이다. 가이드로 나설 때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여행은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구경은 잠깐이고 그 다음 부터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원래 환경에서 다른 환경에 있다 보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랜선투어를 기대하고 있을 분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베를린에 오는 게 쉽지 않다. 유럽 여행은 내가 가고 싶은 곳보다는 남이 갔던 곳을 가다 보니 더 그렇다. 여전히 ‘베를린을 넣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베를린은 기대 이상으로 좋은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베를린이 물가도 독일에서 가장 싸다. 그래서 베를린은 관광지라기 보다 즐기고 먹고 쉬는 머무는 도시다. 이번 랜선투어를 통해 베를린에 대해 좀 더 알려드리고 싶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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