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꿈도 못 꿔..” 대구에 사는 청년들이 말한다. 지금 우리들이 코로나를 버티고 있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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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상승 검색어에 ‘대구 봉쇄’가 올라왔을 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이 내뱉은 한 단어의 여파는 어마 무시 했다. 대구에 삶의 터전을 둔 필자의 카톡 방은 한마디로 불이 났다. `탈출`, `생이별`, `재난`과 같은 믿기 힘든 말들이 오갔다. 불안감이 한껏 조성되어 있는 가운데 봉쇄라는 단어 하나가 기름을 부은 것이었다.


    출처 =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맛집일보 @daegugoodfood

    대구는 여타 지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기에 경제적인 타격이 크다. 하지만 대구 시민들은 정말 장하게도, 잘 버텨내고 있다. 50만 명의 팔로워에게 대구 맛집을 전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인 `대구맛집일보`는 식당 상인들을 도와 화제가 됐다. 손님이 끊겨 식자재를 소진하지 못한 식당 음식을 포장과 배달로 소진할 수 있도록 알린 것이다. 마스크로 음식값을 받는 식당도 하나 둘 나온다. 식당의 한 업주는 “마스크를 들고 오시면 마스크 3개당 양지 쌀국수를 준다”라며 “마스크는 대구시에 기부하겠다”라고 글을 게시했다.

    대구의 일상은 멈추었다.

    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잘 이겨내고 있다는 것,

    대구 사람의 입으로 말하고 싶다.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세 명의 청년들을 인터뷰했다.

    이미지 = 정미진 여행+ 디자이너


    1)

    B씨(33세)는 백화점 의류 매장 매니저로 이직 면접을 준비 중이었다.

    현재 근무 중인가?

    백화점은 정상 영업 중이다. 오늘도 출근을 했다. 스포츠 의류 매장에서 매출을 관리하고 있으며 판매량이 반 이상 줄었다. 백화점에서 거의 10년을 일했는데 이렇게 한산했던 적이 없었다. 최근 다른 브랜드 관리직으로 이직 준비 중이었으며 서류 합격, 전화 면접 합격 후 대면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면접 일정이 연기돼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면접을 서울에서 보는 건가?

    이직을 하고 싶었던 곳도 대구에 있는 브랜드 매장이다. 하지만 최종 면접 장소는 서울에 있는 본사라고 안내받았다. 최종 면접을 보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건 코로나 확산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일단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을 알려준다고 한 뒤 1주일이 지난 지금도 아직 연락을 못 받았다.

    대구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 채용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정확하게 피드백을 받지 못해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매출에 타격을 받아 채용이 잠정 연기되었을지도 모르지 않나. 한 편으로는 대구 사람이라서 면접이 연기됐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해외 공항에서는 대구, 경북 지역 출입을 한 사람들을 강제로 격리시킨다는 뉴스까지 뜨니까. 어차피 일터는 대구 지역이 될 텐데, 화상 면접이라도 보거나 빠른 시일 내 안내를 해 주었으면 한다.


    2)

    서울 소재 대학교를 졸업한 J씨(29)는 잠깐 대구에서 생활을 하는 도중 발이 묶였다.

    서울의 청년 주택에 당첨되어 주거지를 마련했으나 입주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인터넷에 올라온 범어네거리 실황을 J씨는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입주일이 언제인가?

    2월 27일인 오늘이다. 금천구 쪽에 있는 청년 주택에 어렵게 당첨됐다. 하지만 청년 주택이 쉐어하우스 형태로 공용공간을 사용하도록 되어있어 입소를 하지 않고 있다.

    청년주택 측에서 지시한 내용인가?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 가족 중에 확진자와 유증상자는 없지만 행여 문제가 될까 걱정되어 5일 전인 22일 청년주택에 문의를 했다. 관리자에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사이트에도 글을 남겼다. 현재까지도 답변이 없고 공지사항이 따로 올라오지 않아 자의로 입소를 미루게 됐다.

    입주일이 늦어지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나?

    담당자와 연결이 되지 않아 그 점을 확인하지 못해 답답하다. 입소날에 건강검진 기록과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서류들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진단서를 받아야 하는 병원에도 확진자가 나와 병원도 못 가고 있는 상태다.

    현재 심정이 어떤가?

    주변인들이 생계에 타격을 입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하지만 따뜻한 뉴스들도 대구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서로를 돕는 대구 시민들 대구에 와준 의료진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3)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K씨(29세)는 수학학원 실장이다.

    학원 문을 닫은 지는 1주일이 지났다.

    학원 문을 닫은 지는 얼마나 됐나?

    확진자가 10명이 됐던 지난 목요일(20일)부터 휴원했다. 금주는 대구교육청에서 대구 내 학원 모두 휴원 할 것을 지시했고 정상 운영을 하는 학원에는 조치가 취해진다고 했다. 현재 개학은 3월 9일로 연기되었으나 더 늦춰진다는 말이 있어 학원가도 기다리는 중이다. 학부모들 대부분 개학 일시와 맞추어 보내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휴원 후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

    먼저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1주일간 휴원하며 학원비 결제일 또한 1주일 연기해준다고 전했다. 교육청에서는 방역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학원 연합에서 방역 업체와 제휴를 맺어 학원마다 방역 업체 리스트를 전달했다. 전화를 걸어 원내 전체 소독을 진행했다. 따로 국가적인 지원은 없었다.

    대부분 학원에서는 강사들이 무급휴가에 들어간 분위기며 기본급여만 주는 학원도 있다. 어제는 대구 확진자 중 학원 강사가 세 명 나왔다. 강사가 근무하는 학원명과 위치가 그대로 기사에 나와 깜짝 놀랐다. 언제까지 휴원이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모두 지시를 기다리자는 분위기다.

    일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늘 차가 막히고 사람이 붐비는 거리가 한산하니 무서웠다. 학원 문을 닫은 다음 날 아침 바로 뛰어간 곳은 마트였다. 식재료와 마스크를 사두고 외출을 최대한 삼가고 있다. `집 앞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나. 일상적인 날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고 느낀다.

    사진제공 = K씨. 집에서 주로 TV를 보거나 피포페인팅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일주일 정도 됐으니 정말 갑갑하겠다.

    자의와 타의의 차이가 이런 건가 싶다. 감금 수준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건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전 무장을 하고 짧고 가벼운 산책 정도는 한다. 아파트 뒤에 낮은 산이 있어 잠깐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그런데.. (웃음) 정상에 오르면 진풍경이 펼쳐진다. 창밖으로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정상에는 조금씩 보인다. 모두 멀찌감치 떨어져 돗자리를 펴고 앉아 짧은 나들이 시간을 가지더라. 도시락 같은 것도 먹고 잠깐 쉬다가 조용히 내려온다. 집에서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다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언제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겠냐”라고. TV를 보며 수다도 많이 떨고 산책도 함께하니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 한다며 건강식으로 챙겨 먹는다. 학원 운영부터 월세까지 걱정이 산더미지만 어찌하겠나. 대구 시민의 단합력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라 생각한다.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구는 잘 이겨 내리라 믿는다.


    대구로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뉴스가 하나 둘 잇따른다. 우리 국민에게 일어난 일인 만큼 대다수 국민들은 대구 경북 지역을 응원하고 있다. 지역 혐오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여론과 언론들은 대구 시민들의 무너진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현 사태를 잘 견뎌내고 있는 시민들이 일어설 때, 코로나를 맞은 대한민국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배혜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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