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플단상] 2개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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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 일장기가 지워져 있다 / wikipedia

    금으로부터 85년 전. 그 해에는 2개의 올림픽이 있었다. 먼저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1936년 8월 1일부터 16일까지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개최된 제11회 하계 올림픽. 전 세계 39개국에서 39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검은색 철십자가 나치 당기가 독일 국기를 대신해 걸린 대회였다. 일제 강점기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을 했고, 동아일보는 우승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워 보도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일장기 말소 사건’이다. 우리에겐 민족정신을 일깨워준 일대 사건이었다.

    인민의 올림픽 포스터 / 미디엄닷컴

    독일은 1931년 4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와의 경합 끝에 11회 베를린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기 2년 전이다. 올림픽이 열리던 1936년 나치는 일당 독재체제를 확립하고 재무장과 더불어 유대인, 좌파, 동성애자, 장애인 등을 탄압하고 있었다. 전 세계가 나치 정권의 독일 군비증강과 인권 탄압을 비난하며 올림픽 보이콧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나치는 올림픽을 정치적 선전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평화의 올림픽을 열겠다고 호소했고 결국 하나 둘 독일에 선수단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내전으로 폐허가 된 게르니카 / wikipedia

    이에 좌파 스포츠 단체 주도로 나치 올림픽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이들은 파시즘에 반대하는 올림픽 개최를 공언했다. 이른바 ‘인민의 올림픽(People’s Olympiad)’을 열겠다고 했다. 또 하나의 올림픽이었다. 파시즘에 반대하는 전 세계 22개국, 6000여 명의 선수들이 인민의 올림픽에 참가를 신청했다. 독일에서 추방된 유대인을 비롯해 북아프리카 식민지 출신 선수 등이 도시 혹은 민족 대표로 개최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국가 대항전으로 열리는 기존 올림픽에 맞선 행동이었다.

    질주하는 여자 선수들 / unsplash

    하지만 인민의 올림픽은 열리지 못했다. 개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프랑코가 이끄는 우파가 스페인 좌파 연정에 대한 쿠데타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쿠데타는 이후 3년간 스페인 전역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 내전으로 확대됐다. 이렇게 1936년에는 히틀러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올림픽과 그것을 막겠다며 열려고 한 정치적 올림픽, 2개의 올림픽이 있었다. 비록 인민의 올림픽은 열리지 못했지만, 기존 질서에 반대하는 이런 목소리들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2020 도쿄 올림픽 남녀 성비 균형을 이루게 했고 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가능하게 했다.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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