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플단상] 1년 5개월 만에 등장한 베네치아 크루즈선은 괴물일까 보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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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 지는 베네치아 / unsplash

    로벌 여행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지난 1년간 벼랑 끝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코로나 감염 걱정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격리 부담 없이 외국 여행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트래블 버블, 백신 접종자 격리 면제 등과 같은 정책들이 벌써부터 마음을 들뜨게 한다. 최근 여행+가 가이드 스타트업인 가이드라이브와 손잡고 진행하고 있는 랜선투어 ‘지상 최고의 가이드가 온다’를 보면 불과 한두 달 사이에 확 달라진 거리 풍경에 깜짝 놀랄 지경이다.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피렌체, 스페인 세비야 거리에는 현지인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지난 3일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650여 명의 승객을 태운 대형 크루즈선 ‘MSC오케스트라’가 그리스로부터 입항했다. 베네치아에 이처럼 커다란 크루즈선이 방문한 것은 1년 5개월 만이라고 한다. MSC오케스트라는 코로나19로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했다. 전 세계 크루즈 산업은 코로나로 인해 지난 1년간 80만 명의 승객, 10억 유로를 잃고 비틀거리다 비로소 기사회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크루즈선의 베네치아 입항 반대 해상시위 모습 / No Grandi Navi 홈페이지

    지만 이 광경은 환영받지 못했다. 정박한 크루즈선 주위로 수많은 환경단체가 ‘NO GRANDI NAVI(대형 선박 반대)’라는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형 크루즈선이 만든 파도가 세계 문화유산인 베네치아 구시가지 기초를 손상시키고 이 지역 생태계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베네치아는 지난 2012년 크루즈선 정박이 가능하도록 항구를 정비한 이후 급증한 관광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믹 재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등 세계적 예술인들을 비롯해 베네치아 헤리티지재단, 세계 주요 미술관장 등 문화계 인사들도 베네치아 보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문화 담당 장관, 베네치아 시장에게 보낸 ‘베네치아를 위한 십계명’이란 제목의 공개서한에서 베네치아의 물리적 보호뿐만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 보존을 위한 법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베네치아 전경 / unsplash

    러나 관광 수입으로 생존하는 사람들에게 세계 저명인사들의 이런 주장은 철없는 아이들의 투정처럼 들릴 뿐이다. 안드레아 토마엘로 베네치아 부시장은 “환경단체들은 크루즈선을 괴물처럼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현실이 있다”라며 “크루즈 수입은 지역 총생산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크루즈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베네치아 경제를 위해 대형 선박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여행을 다니지 못해 문제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여행을 너무 많이 다녀 문제였다.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관광 수요가 크게 늘었고 특히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본격화로 지난 10년간 세계 관광인구가 급증했다. 덕분에 글로벌 관광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오버 투어리즘’이란 어두운 그림자도 생겼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코로나로 여행의 흐름이 끊긴 지난 1년간이 어쩌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적기였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시간을 얼마나 슬기롭게 보냈을까.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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