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플단상] 우피치 미술관은 왜 미술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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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에서 지상을 내려다본 기억이 아득하다. / unsplash

    항에 갔던 때가 언제였더라? 비행기가 무사히 이륙한 후 안전벨트 사인이 꺼졌을 때 느낌을 기억하시는지. 코로나19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해외여행’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HO)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을 넘는 해외여행객은 전년 대비 74% 급감했다. 여행업은 천 길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우리는 세상을 다시 보게 됐다. 여행도 그렇다. 여행업은 바닥을 지나 지하 1층, 2층, 사상 최악의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로소 여행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고 있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났던 것일까?

    오버 투어리즘은 진작부터 문제였다. / unsplash

    동안 너무 이기적인 여행을 떠난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다녀온 여행은 오히려 더 피곤하기만 했다. 여행업이라는 것도 과도하게 산업적 의미만 찾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돈을 쓴다는 이유로 여행지에서 함부로 지내다 온 적도 많았던 거 같다.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은 진작부터 문제로 떠올랐지만 손 대기 쉽지 않았다. 관광객이 몰려든다는 것은 지역 경제에 좋은 신호이기 때문이다. 식당, 숙박업이 활기를 띠고 그만큼 일자리도 늘었다. 주민들이 소음과 공해에 시달리는 부작용이 생겼지만 그것 때문에 관광 수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베네치아는 대형 크루즈 선박으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 unsplash

    런데 관광대국 이탈리아가 코로나19 이후 보여주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대형 크루즈 선박이 베네치아 마르게라 항구에만 머물 수 있도록 결정했다. 대형 크루즈 선박이 베네치아에 직접 닿는 것을 막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유는 ‘이탈리아 세계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서다.

    수년 전부터 베네치아에서는 크루즈 선박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9년 6월 대형 크루즈 선박이 베네치아 주데카 섬(La Giudecca) 부두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동안은 경제적 이유로 이런 사건이 후 순위로 밀리곤 했다. 베네치아는 연간 1,1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관광 수입만 3억 유로에 달한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이런 관점을 바꿔 놓았다. 관광객 발길이 끊어지자 문화유산 보호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피치 미술관 대표작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앞에는 늘 수많은 관람객들로 북새통이었다. / unsplash

    렌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걸작을 만날 수 있는 우피치 미술관은 코로나19 이전에 하루 관람객만 1만 2,000여 명에 달하는 ‘명소’다. 피렌체를 갔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다빈치 등 거장의 작품을 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연 경관이 훼손되고 엄청난 쓰레기가 발생하는 등 지역 주민들 삶의 질은 하락하기만 했다.

    우피치 미술관은 코로나19로 피렌체 관광객이 급감하자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른바 ‘우피치 디푸지(Uffizi Diffusi)’ 즉 ‘퍼져가는 우피치’라는 프로젝트다. 미술품 일부를 토스카나 지역 60~100개 행사장에 분산해 전시하는 것이다. 토스카나 지역 전체를 거대한 미술관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우피치 미술관 아이케 슈미트 관장은 “이 프로젝트는 관광객들이 피렌체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이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주변 도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토스카나 주민 모두가 자신들의 문화유산과 직접 마주할 기회”라고 말했다.

    독일 출신 우피치 미술관 관장 아이케 슈미트 / wikipedia

    로나19로 여행업은 그 어느 분야보다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당장 문을 닫게 생겼는데 오버 투어리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현장은 얼마 되지 않는 희망마저 사그라들 판이다. 하지만 정책 당국은 다른 시각도 갖고 있어야 한다. 같이 안절부절못하면 안 된다. 더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 시간문제일 뿐 ‘포스트 코로나’는 결국 올 것이고 그때 여행을 지속 가능한 일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버 투어리즘에 대한 고민은 여행의 흐름이 끊긴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할 적기다.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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