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7세기 건물 복원해 지은 매장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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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건축물 복원해 매장 오픈하는 회사,

    애플

    출처: 출처: apple.com

    한때 아이폰을 사기 위해 해외여행을 떠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이폰은 나라별로 신제품 출시 일자를 달리 설정했는데, 대한민국은 항상 뒷전이었어요. 마음 급한 ‘얼리어답터’들은 일본 같은 이웃 나라로 날아가 한발 빠르게 신제품을 구매하기도 했는데요. 엔화 환율이 급락하는 때엔 일반 사람들도 솔깃할 정도였죠. 환율을 따졌을 때 한국에서 아이폰을 사는 것보다 일본에서 엔화를 주고 아이폰을 사는 게 훨씬 더 이득이라며 당일치기로 일본 쇼핑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

    꼭 물건을 사려는 목적 없이도 애플 스토어를 구경 가는 여행자들도 있습니다. 미국 뉴욕 맨하탄 5번가의 애플 스토어 1호점에는 항상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국내에 애플 스토어가 처음 생긴 건 2018년의 일. 해외여행 중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애플 스토어가 보이면 괜스레 한 번쯤 들어가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랬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건축물이 웅장하고 아름다워서였죠.

    2019년 9월에 재개장한 뉴욕 5번가 애플 스토어 [출처: apple.com]

    여행지로 이름난 대도시에 가면 항상 명소 근처에 애플 스토어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내부가 훤하게 보이는 커다란 유리벽 안엔 밝은 조명 아래 활기차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갑자기 직원들이 동시에 환호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분위기에 휩싸여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곳. 제 기억 속 애플 스토어의 모습인데요. 최근 이탈리아에 새롭게 오픈한 애플 스토어가 이슈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17세기 지어진 귀족의 대저택을 복원해 매장을 선보였다는 이탈리아 로마의 애플 스토어. 현지 복원 전문가들을 동원해 내부 벽화를 되살리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낸 애플. 찾아보니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더라고요. 해서 모아봤습니다. 애플이 새롭게 숨을 불어넣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한 공간 4곳입니다.


    Apple Via del Corso

    in Rome, Italy

    17세기 귀족의 대저택

    2021년 5월 오픈

    5월 27일(현지 시간) 로마에 ‘애플 비아 델 코르소 Apple Via del Corso’가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오픈 직후 전 세계인의 마음을 흔든 건 매장이 들어앉은 건축물. 유구한 역사와 예술, 문화의 중심지라는 로마의 이미지를 살려 17세기에 지어진 대저택에 새로운 애플 스토어를 열기로 결정했어요. 애플은 이탈리아의 17번째 애플 스토어를 오픈하기 위해 대저택 ‘팔라조 마리놀리 Palazzo Marignoli’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출처: apple.com

    ‘애플 비아 델 코르소’에는 200명의 직원이 상주한다고 합니다. 총 20개의 언어를 구사해 손님들을 맞는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애플 비아 델 코르소에서는 40명 이상의 현지 아티스트가 진행하는 큐레이션 세션도 진행될 예정인데요. 사진·영상·음악·코딩·아트·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고 합니다.

    출처: apple.com

    자 이제 건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873년 최초로 지어진 팔라초 마리놀리는 당시 이름난 건축가였던 살바토레 비앙치가 건축하고 이후 줄리오 포데스티에 의해 레노베이션을 거쳤다고 합니다. 필리포 마리놀리 후작이 살던 팔라초 마리놀리에는 로마의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인 카프 아라뇨Caffe Aragno가 있어 20세기 초 당시 잘 나간다는 예술가, 작가, 배우들이 자주 방문했던 곳이기도 한데요.

    출처: apple.com

    1950년 이탈리아 화가 아프로 바살델라Afro Basaldella가 만든 그래피티 작품을 포함해 카프 아라뇨에 있던 예술 작품들이 복원돼 새롭게 탄생한 애플 스토어의 분위기에 맞게 어우러지도록 꾸몄다고 합니다. 복원팀은 1900년대 초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파비오 시폴라Fabio Cipolla의 두 개의 천장 벽화 ‘새벽’과 ‘황혼’도 부활시켰습니다.

    출처: apple.com

    매장의 한 가운에는 캄포라 나무로 가득한 안뜰이 있습니다. 이 안뜰은 팔라초 마리놀리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입니다. 대저택이 세워지기 전 이 자리에 있었던 역사적인 수도원 산타 마리아 마달레나 델레 컨버터티트의 잔해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1층에는 로마식 지붕 테라스에서 영감을 받아 설치한 외부 조경 테라스로 오가는 출입문이 4개가 설치됐는데요. 조경 테라스는 자스민 덩굴과 올리브 나무로 가득합니다.

    출처: apple.com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시간대를 1888년으로 옮겨주는 계단을 만납니다. 현지 카라라 대리석으로 원형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복원을 해냈다고 하네요. 위층에는 ‘애플 오늘의 세션’이 진행되는 ‘포럼’ 공간이 있는데요. 그 옛날 후작이 사람들을 초청해 무도회 파티를 열던 연회장입니다. 포럼 옆으로는 ‘애플 서포터’와 ‘지니어스 바’가 마련됐습니다. 이곳에서는 꼭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볼 것.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복원한 기하학적 패턴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Apple Regent Street

    in London, UK

    12년 만에 새 단장한 유럽 최초의 애플 스토어

    2016년 10월 오픈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 애플 스토어는 유럽 내 최초의 애플 매장으로 2004년 오픈했습니다. 2016년 리노베이션을 했으니 12년 만에 새단장을 한 거네요. 리젠트 스트리트는 런던 도시 계획 초창기 1825년에 완성된 길로 런던을 대표하는 명소입니다. 찰스 2세 스트리트와 워털루 플레이스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시작해 1.3㎞ 가량 이어지는 길 위에 1800년대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지어진 건물들이 줄이어 있는데요. 애플 매장이 들어선 건물은 베네치아 모자이크 화가 안토니오 살비아티를 위해 1898년 지은 것입니다. 아치형 출입구 상단에 보면 당시 제작된 모자이크가 남아 있어요.

    출처: apple.com

    출처: fosterandpartners.com

    2016년 레노베이션을 끝내고 공개된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 애플 스토어는 중앙 그랜드 홀을 중심으로 공간이 꾸려졌습니다. 애플은 포틀랜드 석재와 카라라 대리석, 수제 베네치아 유리타일을 청소하고 보존하는 작업을 거쳐 새롭게 매장을 꾸몄는데요. 리모델링된 메자닌(1층과 2층 사이의 중간층)은 개방적 구조로 커다란 창문을 통해 자연광을 들입니다. 중심 홀부터 메자닌 층까지는 카스타냐 돌로 만들어진 계단으로 이어집니다.

    출처: apple.com

    건물 외관 파사드는 보존하면서 매장 내부를 오픈해

    개방감을 높이고 자연광을 끌어들였습니다.

    건물의 역사적 특성에 맞는 재료를 선택함으로써

    공간을 현대화하면서 주변 환경에도 어울릴 수 있도록 했어요.

    조너선 아이브 Jonathan Ive, 당시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

    출처: fosterandpartners.com


    Apple Champs-Élysées

    in Paris, France

    19세기 샹젤리제 아파트와 만난 최첨단 기술

    2018년 11월 오픈

    출처: apple.com

    파리 대표 쇼핑가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애플 스토어는 역사적인 건축물과 현대적인 디자인이 세심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공간입니다. 애플 스토어가 위치한 건물은 화려한 보자르 양식(Beaux-Arts Style: 1830년대부터 19세기 말까지 프랑스 국립 미술학교 École des Beaux-Arts에서 가르친 건축 양식)의 건물로 1893년에 지어졌습니다. 그랑 팔레, 오르세 미술관, 팔레 가르니에 등이 대표적인 보자르 양식 건물이죠.

    출처: apple.com

    내부에서 눈에 띄는 건 목재와 대리석 계단. 아파트는 지어지고 난 후 몇 차례 리모델링을 겪으면서 처음의 모습을 잃었고, 애플은 이번 복원을 통해 19세기 파리 아파트의 전형을 되살리려 노력했습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세련되게 꾸며진 객실로 이어지는데, 애플 가정용 제품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출처: fosterandpartners.com

    양쪽으로 전시 공간이 마련된 입구는 19세기 파리로 가는 아름다운 통로가 됩니다. 실내로 들어와 안뜰에 다다르면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에 빠져듭니다. 거울 피라미드 형태로 만들어진 만화경 천장을 통해 햇빛이 내부 파사드와 바닥에 반사되는 것이 보입니다. 만화경은 태양광 패널로 덮여있는데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재생 에너지를 생산해냅니다. 또 빗물 수집 시스템을 설치해 욕실과 나무에 물을 대는 등 애플 샹젤리제는 100% 재생 에너지로 구동된다고 하네요.

    출처: fosterandpartners.com


    Apple Carnegie Library

    in Washington D.C., USA

    애플 스토어가 된 카네기 도서관

    2019년 3월

    출처: apple.com

    애플 카네기 도서관은 워싱턴 D.C.에 오픈한 두 번째 애플 스토어입니다. 이 웅장한 대리석 건물은 한때 워싱턴 D.C. 중앙 공립 도서관으로 사용됐는데요. 앞서 샹젤리제 애플 스토어를 설명할 때 언급한 ‘보자르 스타일’의 빌딩입니다.

    fosterandpartners.com

    이름을 보고 눈치채신 분도 있겠네요.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의 후원으로 지어진 건물인데요. ‘철강왕’이라 불리는 앤드류 카네기는 미국 기업인으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카네기가 역사에 길이 남은 건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사업으로 벌게 된 돈을 교육과 문화 분야에 기부를 하면서 대학과 공연장 그리고 도서관을 세우게 됩니다.

    출처: apple.com

    카네기 도서관은 1903년 지어진 건물로 시 최초의 공공 도서관이었는데요. 개장 이래로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도시의 중심 생활 공간이자 커뮤니티의 상징으로 통했습니다. 도시는 점점 커졌고 인구가 과밀화되면서 중앙 도서관의 기능이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기념 도서관으로 이전됩니다. 그러면서 카네기 도서관은 10년 동안 문을 닫게 되는데요. 이후 컬럼비아 특별구 대학 건물로 사용되다가 1999년에는 워싱턴 D.C. 역사 협회의 본부로 사용됐습니다. 워싱턴 시립 박물관이 2003년 도서관 안에 문을 열었지만 2년 못 가서 폐관했고 2014년엔 국제 스파이 박물관을 개관하려 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그러다 2016년 애플에서 건물을 복원해 애플 스토어를 열겠다고 나선 겁니다.

    출처: fosterandpartners.com

    애플은 보존 전문가와 협력해 외관과 내부를 20세기 초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도서관의 버몬트 대리석 파사드와 남쪽에 위치했던 조각품을 완전히 되살리고 건물 중앙에 있던 채광창을 새롭게 디자인해 층고를 두 배 더 높였습니다. 책을 보관하던 공간은 애플 지니어스 팀(맞춤형 기술 지원 및 조언 제공 팀)이 상주하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웅장한 계단을 통해 2층 DC 역사 센터와 지하에 있는 카네기 갤러리를 오갈 수 있게 됐는데요. 카네기 갤러리에서는 건물의 역사와 기원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사진과 문서를 전시했습니다.


    Apple은 왜?

    그렇다면 애플은 왜 굳이 거금을 들여 오래된 건물을 복원하는 걸까요? 스토어를 오픈하는 게 목적이라면 아예 새 건물을 짓는 게 더 쉬워 보이는데 말이죠. 제가 찾은 답은 ESG에 있습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을 뜻하는 말인데요. 요즘 국내 대기업들의 화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ESG가 기업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애플은 2019년도에 공개한 ESG 리포트를 통해 ‘애플 샹젤리제’ 사례를 콕 집어 자화자찬을 이어갔습니다.

    출처: apple.com

    친환경 건축 공법을 사용해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고객이 더 건강한 공간에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매장을 만들었습니다.

    고효율 조명 시스템, 빗물 수집 시스템 등을 통해

    브리암BREEAM으로부터 친환경빌딩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복원해 지역사회에 점수도 따고 친환경 공법을 가미해 환경 보호에 앞장서면서 ESG 지표도 높이고, 여기에 그 장소가 이슈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홍보 효과도 어마어마하겠죠.

    출처: apple.com

    어쨌든 이런 특색있는 공간이 많이 생긴다는 건 호기심 많은 여행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해외여행이 재개돼 자유롭게 떠나게 된다면 위에 소개한 네 곳 모두 가보고 싶네요.

    홍지연 여행+ 기자

    참조 및 사진=apple.com, fosterand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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