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율 100% 앤티크 전문가가 100년된 건축물을 만나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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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책 찢고 나왔네~

    근대 건축물에 숨을 불어 넣는 공간 재현 일인자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즐기는 사람이 노력까지 할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좋아하는 걸 꾸준히 했더니 그 분야의 전문가, 선구자가 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근대 건축 실내 재현 전문가’ 최지혜 국민대학교 교수입니다.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복원 및 재현 전 후 모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최지혜 교수는 국내 근대 건축 실내 재현 분야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인물입니다. 서양 앤티크와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접목해 풀어낸 건 그가 국내 최초이자 최고로 꼽히는데요. 그가 참여했던 복원 및 재현 프로젝트로는 석조전과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그리고 딜쿠샤가 대표적입니다. 건물 외관 복원만으로 만족했던 것에서 나아가 실내 디테일한 부분까지 재현하면서 당시의 분위기와 일상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입체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올해 3월 개관한 딜쿠샤는 주말 예약은 이미 한 달 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923년 딜쿠샤를 짓고 그곳에 살았던 앨버트·메리 테일러 부부의 일상을 재현한 ‘하우스 뮤지엄’인데요. 100년 전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사료를 바탕으로 공간을 꾸미고 가구와 인테리어 등을 재현했습니다. 방문객들은 흑백 사진과 싱크로율 100%에 가깝게 재현된 공간에 감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여플도 딜쿠샤를 직접 찾아가봤는데요. 공간도 공간이지만 이곳을 재현한 ‘최지혜’라는 사람이 궁금해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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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쿠샤 재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근대 건축 실내 재현 전문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또 어떻게 이 길에 들어서게 됐는지, 최지혜 교수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근대 건축 실내 재현 전문가, 최지혜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옛날 물건에 관심이 많은 사람, 최지혜입니다. 국민대학교 겸임교수고 서양 앤티크 관련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고요. 근대 건축 내부 공간 재현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Q ‘근대 건축 실내 재현 전문가’, 저는 처음 들어보는 직업이에요.

    A 근대 건축을 복원하고 재현하면서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주셨어요. 최근 3~4년 전부터 ‘근대 건축 실내 재현 전문가’로 불린 것 같아요. 영국이나 미국 같은 데는 하우스 뮤지엄도 많고 하니까 그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Q ‘근대 건축 실내 재현’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요?

    A 저는 대학교에서 독일어 교육을 전공했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앤티크 바이올린 수입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거기서 경매회사 도록에 푹 빠졌어요. 틈만 나면 도록을 들여다보고 있는 저에게 사장님이 ‘공부를 해봐라. 영국 보내주겠다’고 하신 거예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파견 직원처럼 영국으로 가게 됐어요. 유학비 대준다고 해서 갔는데 입학을 목전에 두고 회사가 망한 거예요. 집에 울면서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가 ‘들어와라. 인생이 다 니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이러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시작도 안해보고 포기하는 게 억울했어요. ‘한 학기만 해보고 내길이 아니면 접고 가겠다’고 해서 한 학기 학비만 받았죠. 장식미술 분야를 배우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소더 인스티튜트 런던 [출처: 소더비 홈페이지]

    Q 왜 영국이었어요?

    A 소더비 인스티튜트에 들어가기 위해서 영국으로 갔어요. 미국에서도 영국으로 공부하러 올 정도예요. 두 경매회사가 양대 산맥인데, 미술사 커리큘럼이나 교수진을 봐서는 소더비가 좀 더 나은 것 같아요. 장식 미술도 시대별로 17·18세기, 19·20세기 장식 미술 이런 식으로 좀 더 세분화돼 있어요.

    Q 유학 생활은 어떠셨어요?

    A 장식미술에 푹 빠져 공부를 계속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때에 IMF가 터졌어요. 환율이 오르면서 학비는 세 배로 뛰고 버틸 수가 없었죠. 짐을 싸서 가야되나 했는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집을 세주던 영국 주인 할머니가 저한테 하숙집 운영을 맡기신 거예요. 본인은 지금 받는 월세 절반만 있으면 된다고. 그래서 하숙집 운영을 대신 하면서 생활비랑 식비는 해결이 됐고 문제는 학비였죠. 학교에 상담을 했더니 장학제도를 설명해주더라고요. 전액 장학생은 1년에 1명, 반액은 2명이래요. 에세이 8편에 인터뷰도 봐야하고 물론 성적은 기본으로 좋아야했어요. 장학금을 받기 위해 두 번째 학기 때 진짜 눈물나게 공부를 했어요. 놀랍게도 전액 장학생으로 뽑혔어요. 24살 때 일이었어요. ‘하니까 되는구나’ 느낀 거죠. 그렇게 5년 반을 영국에서 공부하고 석사 학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앤틱 가구 이야기』로 맞은 인생 전환점

    2000년 8월 한국으로 돌아온 최지혜 교수는 바이올린 경매회사 당시 친했던 과장님을 돕기도 하고 잠깐 앤틱 샵을 운영하기도 했다. 영국에 있는 바이올린 경매 전문회사 ‘브롬튼’을 한국에 론칭하고 아시아 지사 역할도 했다. 그의 운명을 바꾼 건 2005년 출간한 『앤틱 가구 이야기』(호미)였다.

    석조전

    Q 처음 근대 건축 실내 재현 맡으셨던 것이 덕수궁 석조전 복원이었죠?

    A 『앤틱 가구 이야기』(호미)를 계기로 석조전에서 연락이 왔어요. 2009년에 석조전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는데 저는 2012년부터 합류했어요. ‘석조전이 영국 사람이 지은 건물이고 그 안에 가구도 다 영국 가구니까 한번 와서 봐달라’고요. 그때 서양 앤티크를 공부를 했지만 우리나라 역사와 접점을 찾는 연구가 안 돼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석조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연구를 병행해 박사 논문 「한국 근대 전환기 실내공간과 서양 가구에 대한 고찰」을 썼어요. 석조전 일 마치고 나니까 2016년부터 약 2년 동안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재현도 맡게 되고 계속 연계해서 유사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어요. 공사관일 끝나고 나니까 ‘딜쿠샤’에서 또 연락이 왔죠. 『앤틱 가구 이야기』를 안 썼으면 그런 계기가 없었겠죠.

    Q 이쪽 분야에서는 거의 유일하신 거네요.

    A 서양 앤티크를 전공하고 우리나라 근대 역사와 접목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되겠죠. 서양 앤티크,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따로 따로 공부한 사람은 있지만 그거를 접목을 시킨 거죠. 역사도 다양한 갈래가 있어요. 크게 보면 물질문화사인데 그 안에 물건 하나하나의 내력을 공부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겠죠. 제가 공부한 분야는 장식미술사인데, 미술사는 크게 보면 순수미술사 장식미술사로 나뉘어요. 장식미술사는 사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아요. 디자인 개념으로 접근하거든요.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나서 박사학위를 받으려고 하니까 대부분 순수미술사 위주의 학제를 가지고 있고 장식미술사에 맞는 과정이 없는 거예요. 국민대에도 그런 과정은 없지만 교수님이 제가 하고 있는 전공에 대해 관심도 많으셔서 국민대에서 학위를 하게 된 거예요. 2014년에 시작해서 2018년에 박사 학위를 땄어요.


    하우스 뮤지엄 프로젝트, 딜쿠샤 복원

    Q 딜쿠샤 프로젝트 의뢰를 받으셨을 때 이야기를 해주세요.

    A 담당 학예사가 선례를 찾아 석조전에 문의를 했더니 ‘최 선생님한테 가봐라’고 했대요. 또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리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전화를 했는데 또 제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대체 누구길래’ 하는 마음으로 흑백 사진 6장을 들고 저를 찾아왔대요.

    Q 석조전과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공적 건물이고 딜쿠샤는 개인의 집인데, 재현하는데 있어서 차이점이 있다면요.

    A 딜쿠샤는 개인의 공간이니까 개인의 취향, 개성이 강한 곳이에요. 부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들의 취향과 어떻게 살았을지를 알아야 접근이 가능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들이 쓴 글과 남긴 자료를 총 망라해서 하나하나 톺아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혜화1117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Q 어떤 자료들이었나요.

    A 사진은 6장이었는데, 이정도면 꽤 많은 편이예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때는 달랑 2장 뿐이었거든요. 석조전 역시 사진이 드물었어요. 건축물 외관 사진은 많지만 실내 공간을 찍은 건 거의 없었어요. 내밀한 공간이기 때문에 실내가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아야했죠. 하지만 딜쿠샤는 개인의 집이잖아요. 사진이 많은 편이었죠. 테일러 부부의 손녀 제니퍼 린리 테일러가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딜쿠샤 관련 사진과 각종 문서와 메모 등을 검토했어요.

    왼쪽은 남아있는 벽난로 오른쪽은 복원한 벽난로

    Q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A 자문회의를 하면 기본적으로 7-8명 정도 참여해요. 역사, 건축 전공하신 전문가들이죠. 컨트롤 타워가 있어서 조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벽난로 같은 경우 실내 공사를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고. 물품 팀이 따로 있어요. 둘이 각자 자기 일은 열심히 해요. 사진에서 벽돌 개수 하나하나 세서 다 맞춰 작업했는데 만들어 놓고 봤더니 너무 새거 같은 거예요. 컨트롤 타워가 있어 협업을 하도록 지휘를 해주면 조화롭게 굴러갈텐데, 이 부분이 아쉬웠어요.

    딜쿠샤 실내 재현 공간에 전시된 아이템들 [혜화1117 제공]

    Q 보람을 느낀 순간은?

    A 정말 찾기 힘든 물건이 짠하고 나타나줬을 때 특히 기뻤고, 관람객들이 완성된 모습을 보시고는 ‘흑백사진에서 본 모습과 너무 똑같다’ 칭찬해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석조전은 덕수궁 안에 있는 건물이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궁궐을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궁궐이 전통적으로 성역화된 공간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그런 걸까요. 왕이 사는 공간, 외국에서도 왕실에 대한 아우라가 남다르긴 하죠. 딜쿠샤의 경우는 좀 더 친근하게 생각해주세요. 책의 효과도 큰 것 같아요. 소규모로 독자와의 만남을 여러번 했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최지혜 교수는 2018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딜쿠샤 복원 및 재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8년 11월 처음 의뢰를 받고 12월부터 6개월 동안 사진과 사료를 분석해 고증 작업을 거쳤다. 그리고부터는 본격적으로 물건 구매에 나섰다. 구매 과정이 가장 복잡하다. 각 품목별로 고증을 하고 자문을 거친 뒤 물품을 선별한다. 시장에서 매물을 고른 다음 실제 구매에 들어가려면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이 과정이 빠르면 며칠내에도 이루어지지만 대중 없이 길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1층 난로의 경우 승인 기간이 몇 주 동안 늘어지기도 했다. 승인을 결정하는 잠깐 동안에 매물이 팔리기라도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장에서 물건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는 제작을 해야한다. 제작 과정을 최소 6개월 잡고 작업 완료 전 6개월에는 제작과 구매 중에 선택을 해야한다.

    왼쪽 사진 딜쿠샤 복원 전 테일러 부부가 살던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오른쪽 복원 및 재현 후 사진 [혜화1117 제공]

    Q 방문객들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딜쿠샤를 관람하셨으면 하나요.

    A 관심분야가 다 다르실거예요. 테일러 부부가 어떤 사람들인지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한 분들은 전시관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앤티크나 옛 물건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1·2층 거실 재현 공간을 주의깊게 봐주실 거예요. 재현 공간을 보실 때 옛날 흑백 사진이랑 비교해서 보시면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앤티크 전문가의 여행

    Q 우리나라에서는 막 시작된 분야다 보니 자연스레 해외 사례들에 눈이 갈 것 같아요. 어떤 나라들에 관심이 많은지.

    A 영국과 미국. 일본 같은 경우에도 우리나라 근대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건축도, 실내 장식도 당시 일본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으니까요. 일본 재현 공간도 주의깊게 보고있어요.

    Q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먼저 떠날 곳은?

    A 일본이요. 가깝기도 하고,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1920~30년대 분야가 일본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니까. 관련 자료를 찾고싶어서요.

    Q 어느 나라를 가든 꼭 가보는 장소가 있다면?

    A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하우스 뮤지엄입니다. 하우스 뮤지엄은 예술가나 건축가, 나라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의 집을 재현해 박물관으로 꾸민 거예요.

    영국 레이튼 하우스 [출처 rbkc.gov.uk]

    Q 오래동안 생활하셨던 런던에서 꼭 가봐야할 하우스 뮤지엄을 추천해주세요.

    A 건축가 에르노 골드핑거가 살던 윌로우 2번가 주택이요. 건축가가 살면서 작업했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을 했어요. 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진 집 안에 건축가가 사용했던 책상과 침대가 보존이 돼있어요. 레이튼 하우스. 19세기 화가 에드먼드 블레어 레이튼 경의 작업공간이자 생활했던 집이 그대로 보존돼있어요.

    Q 국내 근대 건축물 중 실내 재현을 해보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A 1920~30년대 근대 가옥이라면 관심있어요. 목포·부산에 적산가옥이 남아 있는 곳이 많아요. 옛날 카페라든지 백화점이 남아 있다면 그런 공간들도 재밌을 것 같아요. 아직 안가봤는데 목포에 옛날 백화점이었던 건물이 있다고 들었어요. 옛날 건축도 남아있고 실내 공간도 예스럽게 재현돼 있고 하면 볼거리가 많고 재밌으니까. 지금은 1920~30년대 사람들이 사용했던 물건을 연구하고 있거든요. 그때 당시에 전기가 보급되고 선풍기, 전기 다리미가 처음 들어왔었어요. 그 연구를 바탕으로 재현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딜쿠샤 이전에는 개항기, 대한제국기에 집중해서 연구를 했다면 이제는 일제강점기까지 연구 범위가 늘어났어요. 그 시대에는 광고나 신문잡지 자료들이 많아서 범위를 넓혀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홍지연 여행+ 기자

    사진=혜화1117, 서울역사박물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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