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버리고 지은 이곳! 오픈 10년 만에 춘천의 보물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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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춘천 제이드가든 수목원(이하 제이드가든)이 올해로 개장 10주년을 맞았다. 본래 스키장을 지으려던 계획을 변경해 수목원을 연 건 ‘신의 한 수’였다. 점점 더 사정이 안 좋아지는 스키장 업계를 봤을 때 경제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요즘 트렌드와도 딱 맞아떨어진다.

    2011년 7월 개장한 제이드가든은 어느새 춘천 여행의 관문이 됐다. 길을 조금 돌아서라도 제이드가든을 보고 시내로 드는 사람들이 많다. 계절을 달리해 다양한 꽃과 나무가 자라는 수목원에서 춘천 여행의 문을 열고 닫는다. 지금까지 제이드가든을 방문한 국내외 관광객 약 500만 명. 코로나 이전에는 웨딩 촬영을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10주년 이벤트 준비로 한창 분주한 제이드가든을 찾았다. 제이드가든 계획단계부터 함께 한 정대한 가드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수목원도 둘러봤다. ‘숲 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이라는 소개 문구처럼 이국적이고 이색적이었다. 사실 수목원의 설립 목적은 연구와 전시다. 벌써 지루하고 따분하다. 하지만 ‘제이드가든’은 여느 수목원과 다르다. 인증샷 명소로 이름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기자기한 산책길과 계절을 달리해 피고 지는 꽃과 나무가 있어 마치 잘 가꿔진 대저택 가든에 초대받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본 목적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오픈 이후 꾸준히 식물 연구와 종보존을 계속해왔다. 제이드가든은 국내 원추리 연구의 전초기지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도 제이드가든에서 원추리를 받아다가 심는다.

    제이드가든에서만 16년째,

    경력 20년 가드너 정대한입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경력 20년 가드너 정대한입니다. 제이드가든에서만 16년째 일하고 있네요. 올해부터 영업부, 관리부를 아우르는 총괄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진=유신영 PD

    Q 제이드가든이 오픈 10주년이라고 했는데, 팀장님은 16년째 일하고 계신다고요.

    A 계획할 때부터 있었으니까요. 공사 할 때는 공사팀에 있다가 오픈해서는 관리팀으로 옮기고. 다른 사설 수목원과는 달리 우리는 설계부터 조경·토목·건축 전문가와 더불어 가드너들이 참여를 했어요. 대학에서 원예랑 조경을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천리포수목원, 청양 고운 식물원에서 일하다가 2005년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제이드가든에는 정대한 팀장같은 전문 가드너 8명을 포함해 협력업체 인원까지 전부 30명이 일하고 있다. 제이드가든 가드너들은 100% 석사 이상 학위를 가지고 있다. 입사할 땐 학사였는데, 근무하면서 일반대학원 과정을 거쳐 석사 학위를 따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회사에서 적극 지원을 해준다. 대학원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거다.

    “국가 용역사업을 따려면 아무래도 전문 분야에 대한 학위가 있으면 더 좋죠. (가드너 전원이 석사라는 것이) 우리의 강점으로도 어필할 수 있고요.”

    Q 수목원의 정의, 수목원 허가 기준이 따로 있나요.

    A 공원과 정원, 수목원의 차이점을 위주로 설명 드릴게요. 공원은 사람이 주가 되고 수목원과 식물원은 식물이 주가 되는 공간으로 이해하시면 쉬워요. 식물원이 가장 큰 카테고리고 그 아래 수목원, 가든이 포함됩니다. 식물원이 꽃과 나무처럼 모든 식물을 관리 보존하는 공간이라면 수목원은 키가 큰 나무를 위주로 하고요 가든은 조금 더 전시적인 부분에 신경을 쓴 공간입니다. 최근에는 산림청에서 수목원 허가 조건을 새롭게 만들었어요. 1000종 이상의 식물을 보유하고 일정 인원의 전문가와 50평 이상의 유리 온실, 연구시설, 양묘장 등을 갖춰야한다는 점입니다.

    모티브는 美 롱우드가든

    대기업이 수목원을 운영하는 이유

    제이드가든의 부지는 약 16만㎡, 이곳에 10만여㎡ 규모의 정원이 조성됐다. 뭐든 첫인상이 중요한 법, 매표소와 방문자센터 건물을 유럽풍으로 꾸며 입장할 때부터 기분이 남다르다. 이탈리안웨딩가든, 영국식보더가든, 코티지가든, 만병초원, 화이트가든 등 26개의 테마정원에 약 4000여 점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수목원은 자연의 계곡 지형을 그대로 살렸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경사도가 있는 구간도 나온다. 제이드가든은 미국 롱우드가든을 벤치마킹했다. 없어질 위기에 처한 식물원을 기업가 피에르 듀퐁이 사들여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정원이 됐다. 제이드가든도 기업이 운영하는 사립수목원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한다.

    Q 수목원이 들어서기 전 이곳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A 임야 전답이었죠. 화전민들이 밭을 일궜던 흔적도 있고요. 수목원에는 지금도 뽕나무, 야생 오디가 많아요. 예전에 주민들이 누에를 키웠던 흔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1992년도에 골프장, 스키장, 콘도 등이 포함된 레저타운으로 인허가를 받았어요.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꽃과 나무들이 있는 딱 그 자리가 본래 스키 슬로프 자리였습니다. 2003~2004년에 개발을 시작하면서 타당성 검토를 했는데 반응이 안 좋았어요. 마침 근처에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도 있고. 고민을 거듭해 결국 수목원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당시 아침고요수목원이 한창 이슈였고, 마을 주민들도 스키장보다는 수목원이 더 좋지 않겠냐는 반응이었어요. 아침고요수목원 주변 펜션이나 식당들이 잘 됐는데, 엘리시안 강촌 주변 상권은 그렇지 못했거든요. 손님들이 다 리조트 안에만 있으니까. 또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춘천·강촌 이쪽 지역이 난개발되는 상황이었어요. 환경 보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죠.

    오픈 10주년을 기념해 가드너들이 직접 기획해 만든 10주년 소식지

    Q 제이드가든이 한화에서 운영하는 걸 모르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대기업에서 수목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공익적인 부분이죠. 해외에서도 수목원이나 식물원 운영을 공익적인 성격에서 접근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거든요. 콘도는 분양으로 공사비를 회수하지만 수목원은 그렇지 않죠. 운영비용도 입장료나 부대 수익만으로는 채우기 힘들어요. 회사에서 고스란히 투자해야 합니다. 공익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사회 공헌 활동도 하고 있어요. 2017년 문화재청, 문화유산국민신탁과 함께 창경궁 대온실 ‘천연기념물 후계목’ 보호 활동이 대표적입니다.

    대저택 뒤 키친 가든이 여기 있네

    블루베리 키워서 체험하고 잼 만들고

    식자재 납품하는 수목원은 우리가 유일

    Q ‘숲 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을 콘셉트로 정한 이유는?

    A 처음 수목원을 설계할 때 경쟁 대상을 생각해봤더니, 아침고요수목원, 남이섬 정도더라고요. 그때 아침고요수목원이 한창 유명했었거든요. 아침고요수목원이 한국식 정원이니까 우리는 유럽식 정원으로 해보자. ‘아침고요수목원에서 한국식 정원 보시고 제이드가든에 와서 유럽식 정원도 보셔라’하는 생각이었죠. 식물 이름 적혀 있는 표찰 디자인까지도 유럽에서 들여왔어요. 외국에는 표준화된 규격이 있더라고요.

    Q 제이드가든이 다른 수목원과 비교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A 식물 자원을 활용해 상품화하는 데가 별로 없어요. 우리는 블루베리를 가지고 상품을 만들고 여름에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특수채소를 키워서 납품도 해요. 설계할 때 유럽의 대저택, 성 뒤편으로 있는 키친 가든을 스토리 라인으로 잡았어요. 가드너가 무슨 채소까지 키우냐고 처음에 반신반의했었죠. 그건 농부가 하는 일이니까요. 실제로 외국은 과실, 채소, 관상 등 분야별로 가드너가 세분화되어 있어요.

    Q 10년 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제일 보람됐던 건 수목원 오픈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준비 기간을 전부 겪어서 그런지 공간이 완성되고 선을 보였을 때 가장 기뻤습니다. 처음 야간개장을 하던 날도 기억나네요. 작년까지 야간개장을 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못 하고 있어요. 야간개장도 3년을 준비했거든요. 조명을 땅에 묻고 식물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조도를 찾아내고. 덕분에 빛이 세지 않고 은은해서 고급스럽다는 평이 많았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작년 여름 홍수 피해 복구한 일인데요. 이곳이 본래 계곡이 엄청 깊은 곳이에요. 자연적으로 흐르는 물이 많은데 수목원을 만들면서 수로를 땅에 묻어 하부 연못으로 직접 빠지도록 했거든요. 비가 하도 많이 오니까 여기가 홍수가 난 거예요. 그때 휴장을 하고 모두 삽 들고 물을 퍼냈어요. 3~4일 걸릴 줄 알았는데 하루 만에 복구를 했어요. 여기는 기계차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아요. 전부 사람 손으로 해야 합니다.

    BTS 멤버 RM이 다녀간 제이드가든의 이끼원

    제이드가든 계절별 핫플레이스

    여긴 꼭 놓치지 말아요!

    Q 제이드가든에서 5월에 놓쳐서는 안 될 3가지를 꼽아주세요.

    A 5월은 역시 튤립이죠. 작년에만 하더라도 5월 중순까지 튤립이 만개했는데 올해는 개화가 너무 빨랐어요. 10일 이상 빨라진 것 같아요. 튤립이 지나고 나면 철쭉이 주인공입니다. 꽃물결원에 분홍빛 융단이 깔려요. 또 만병초원. 만병초는 꽃이 특히 크고 예쁩니다. 참, 그리고 5월은 저희 제이드가든 10주년을 기념하는 달이에요. 수목원 10년을 기록한 사진전을 열고요. 5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방문하시면 디지털 캘리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제이드가든에서 촬영한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캘리그라피 작가들이 원하는 문구를 무료로 그려드려요.

    10년 전 제이드가든의 모습

    정대한 가드너가 추천하는 계절별 핫스팟은 이렇다. 봄에는 이탈리안 웨딩가든. 등나무 꽃이 지고 나면 5월 말에서 6월 초에 장미가 만발한다. 제이드가든 대표 사진 포인트다. 여름에는 원추리를 보러와야 한다. 원추리는 꽃이 원체 화려하기도 하고 1달 내내 펴 오래도록 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원추리는 제이드가든의 상징이기도 하다.

    제이드가든은 2015년부터 원추리 관련 국립수목원 위탁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2015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600종의 원추리 품종을 모았는데, 이는 국내 최대의 원추리 컬렉션이다. 원추리를 사용한 모델정원을 제시하고, 원추리 도감과 해외 원추리정원 안내 도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원추리를 분양하고 춘천사회혁신센터와, 남산초등학교 서천분교에 원추리를 무상 제공했다. 오는 7월에는 원추리 테마정원을 확장 오픈한다.

    제이드가든의 봄

    제이드가든의 여름

    제이드가든의 가을

    Q 왜 원추리를 고르신 건가요?

    A 원추리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동북아시아에만 생육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백운산원추리를 포함한 약 8종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신사임당 초충도에도 등장하는 게 바로 이 원추리입니다. 선조들은 예부터 원추리를 나물로 먹거나 약재로 사용했어요. 식물을 고른 건 연구 목적도 있지만 동시에 수목원에 도움이 돼야 합니다. 여름에 꽃도 피고 주변에 자생지도 있고 해서 원추리를 고르게 됐어요.

    가을에는 은행나무 미로원을 추천한다. 어른 키보다 조금 큰 은행나무가 미로를 이루고 있다.

    전국 식물들을 돌아다닐 때 포항 기청산 식물원에 갔었어요.

    은행나무를 관목처럼 울타리를 쳤더라고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은행나무 묘목을 키웠습니다.

    지금은 파랗지만 가을이 되면 노란색 울타리가 돼요.

    은행나무 미로원

    겨울 수목원 여행은 최고 난이도다. 모든 생명이 숨을 죽이는 이때에도 제이드가든에는 볼거리가 있다. 겨울정원 테마원의 주인공은 꽃도 잎도 아닌 바로 나무 수피다. 흰말채나무는 수피 자체가 빨간색, 노란색 등으로 독특한데 눈이 내린 배경에서 나무를 보면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제이드가든의 겨울

    꽃이 다가 아니다

    수목원은 오감으로 느끼는 것

    조금 더 여유를 가지시기를

    Q 방문객들이 제이드가든을 왔을 때 이것만은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부분이 있을까요?

    A 보면 너무 안타까운 게 여유가 없으세요. ‘정상이 어디야’ 막 올라가세요. 정상 찍고 내려와서는 ‘볼 거 없다’고 하세요. 여유를 가지고 새소리, 바람 소리도 듣고 꽃뿐만 아니라 잎, 수피도 좀 자세히 보시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제이드가든의 목표는?

    A 자립할 수 있는 수목원,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기반이 돼야 연구도 할 수 있고 우리의 방향성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원하는 만큼 충분히 자립할 수 있던 능력이 됐는데, 안타깝습니다. 연구·공익적인 부분과 전시·경관적인 부분이 5대 5, 반반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4대 6 정도. 연구는 주로 국공립수목원에서 하는 거고 중간 다리가 저희 같은 사립수목원이거든요. 국공립수목원은 손님 상관없이 연구 많이 하면 되고 사립은 생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방문객이 있어야 합니다. 롱우드가든도 재단법인에서 투자를 받고 있어요. 제이드가든이 자립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연구 목적도 잘 수행해 모범적인 모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지연 여행+ 기자

    사진=제이드가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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