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유럽 처음 갔을 때 했던 치명적인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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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넷플릭스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재탕했다. 최근 본 영화 중에 파리 여행 욕구를 가장 자극하는 영화였는데, 벌써 국내 개봉한지 10년이 됐다. 2012년 영화관에서 처음 보고 설렜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래서 요즘처럼 갑갑할 때 습관처럼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본다.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백색소음처럼 그냥 틀어놓는다. 딴짓 하다가 가끔 화면 한번 봐주고, 다시 다른 일을 하는 식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나의 옛날 여행도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나의 첫 유럽여행은 14년 전이다. 2008~2009년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을 보내면서 생애 첫 유럽여행을 떠났다. 10번도 넘게 본 ‘미드나잇 인 파리’였지만 나의 유럽여행 흑역사를 들춰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억을 끄집어낸 건 딱히 중요한 장면도 아니었다. 남자주인공 ‘길’의 성화에 못 이긴 여자 주인공 ‘이네즈’가 타임슬립하는 차를 타기 위해 파리 골목길을 헤매는 장면이었다. 이네즈는 빨리 호텔로 돌아가고 싶다. 타임슬립으로 헤밍웨이, 피카소를 만나고 왔다는 남자친구 길이 한심할 뿐이다.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이네즈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힐을 신고 돌바닥을 휘적휘적 걷는 그녀 모습을 보면서 나의 첫 파리 여행이 소환된 거다. (자세한 이유는 바로 나온다.)

    출처: 네이버

    당장 함께 여행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래저래 수다가 이어지면서 온갖 흑역사들이 등장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팁 문화와 식당에서는 물도 돈 주고 사 먹어야 한다는 건 미리 숙지했지만 문제는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발생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유럽여행 처음 갔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준비해봤다. 심심풀이로 가볍게 읽어내려가면서 각자의 첫 여행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랜선여행도 지겨우니까 이제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운동화 밑창도 뚫어버리는 돌바닥

    첫 번째 실수는 바로 신발에 관한 거다. 처음 여행할 땐 나도 이네즈처럼 구두를 신었다. 그때는 20대라서 한국에서도 무조건 힐만 신을 나이였다. 그리고 왠지 파리는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패션의 도시 아닌가, 파리 밖에서 온 자국민들도 긴장하게 만든다는 콧대 높은 파리지앵들을 의식해 9㎝ 힐은 장착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잘만 신고 다니니까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파리에 도착해 하루 만에 새 운동화를 장만해야 했다.

    사진 Unsplash

    대체 몇 백년 전부터 있었을지 짐작도 못 하겠는 파리 골목길 돌바닥에 지고 말았다. 돌과 돌 사이에 굽이 끼어 발목이 돌아갈 뻔한 아찔한 상황을 겪고 당장 힐을 포기했다. 힐에서 내려오면서 눈높이는 낮아졌지만 활동반경은 훨씬 넓어졌다. 가시밭길처럼 느껴지던 골목길 돌바닥은 운치 가득한 풍경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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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화를 장만하고도 문제는 아직 남았다. 유럽 여행 중 꼭 한번 겪게 된다는 위기 상황, 바로 ‘캐리어 바퀴 박살’이다. 돌바닥에 캐리어를 끌고 갈라치면 덜컹덜컹 거의 마차 수준으로 소리가 난다. 민망함이야 잠시 참으면 되지만 심각한 건 캐리어가 돌바닥을 이겨내지 못할 때다. 다행히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이탈리아에서였나, 친구 캐리어가 박살 나 애를 먹은 적이 있다. 덜컹덜컹 소리만으로도 시선 집중인데, 바퀴 하나가 빠진 캐리어를 질질 끄는 작은 체구의 아시아 여자사람은 더 눈에 띄었다. 균형이 맞지 않는 커다란 캐리어를 본 현지인들이 가끔 호의를 베풀기도 했는데, 극도로 경계하면서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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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짐 들고 계단 5층은 기본

    한창 ‘현지인인척하는’ 여행에 빠져 있었다. 일부러 호텔 방을 안 잡고 홈스테이를 하거나 에어비앤비를 빌렸다. 대학생 때는 경비를 아낀다고 주로 호스텔을 이용했다. 유럽 에어비앤비를 고를 때 나름 기준이 있다. 발코니가 있을 것, 건물에 중정이 있을 것 그리고 건물 외관은 고풍스러울 것. 그리고 현지에 도착하고서 깨닫게 됐다. 내가 정한 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을 가능성이 80%가 넘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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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마다 작게라도 발코니가 있고 건물 가운데 중정이 있으면서 외관이 고풍스러운 것은 한마디로 오래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대부분 오래된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대학생 때 묵었던 호스텔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던 적이 꽤 많았다. 20㎏에 달하는 캐리어를 들고 건물 5층 계단을 힘겹게 오르내렸던 기억이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6층이지. 유럽 건물은 1층을 그라운드 플로어, 0층이라고 표현하니까. 그날 이후로 무조건 숙소를 잡을 때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를 체크했다.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다. 끽해야 장바구니 손에 들고 계단을 왔다 갔다 하는 현지인은 참고 산다지만 최소 일주일치 짐을 싸 들고 여행을 오는 외지인에게 엘리베이터의 유무는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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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도 뿜~ 저기도 ~뿜~ 흡연자 천국

    이건 조금 옛날 이야기일 수도 있고 같은 유럽이라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유럽에서도 흡연 문제가 실내 대부분 장소가 금연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2000년대 후반 처음 유럽에 갔을 때 실내 카페에서 흡연이 가능했던 기억이다. 마지막으로 유럽에 갔던 게 2017년 6월인데 이때만 해도 실내 흡연을 금지했던 곳들이 있었다. 하지만 파리의 경우 테라스 공간에서 흡연은 여전하다. 특히 볕이 좋은 날 테라스 자리에 앉고 싶겠지만 담배 연기가 싫다면 아쉽게 됐다. 가게 주인이 테라스에서 금연하도록 정해놓지 않았다면 현지인들은 ‘테라스는 흡연석’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항의해봐야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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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 코드’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드레스 코드, 복장 규정이라는 단어도 유럽을 여행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200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여행할 때 오페라를 보기로 했다. 그때가 마침 연말연시였는데 티켓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가 않았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자마자 오페라하우스로 갔다. 원하는 공연과 시간을 선택하고 티켓을 사는데 매표소 직원이 ‘드레스 코드’ 어쩌고저쩌고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워낙 어리바리하기도 했고 일단 둘 다 너무 편하게 하고 갔다. 친구와 나는 둘 다 청바지에 패딩 잠바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어그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이 차림이 오페라하우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지하철역을 통과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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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같은 관광객 빼고 전부 차려입은 사람들이었다. 남자들은 기본 정장, 턱시도를 입은 사람도 있고 여자들 역시 영화에서나 볼법한 드레스를 챙겨 입기도 했다. ‘연말연시여서 다들 차려입었나보다’ ‘유명인들이 모이는 큰 공연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선 이렇게 차려입고 오페라를 보는 게 하나의 문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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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는 꼭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드레스 코드를 요구받을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고급 레스토랑이 그렇다. 홈페이지에 드레스 코드를 명시해놓거나 전화로 예약할 때 한번 더 귀띔을 한다. 가장 많이 듣는 것이 ‘스마트 캐주얼’. 보통 남자들은 셔츠랑 재킷을 입고 긴바지 그리고 전체가 막힌 신발을 신은 복장이다. 여자는 무난하게 캐주얼한 원피스를 입어주면 대부분 통과다.


    왜 유럽을 따뜻하다고 생각한 거지?

    유럽에서 가장 크게 놀란 건 바로 날씨. 사진으로만 보던 그곳은 겨울에도 사람들이 반팔을 입고 다니던 낙원 같은 곳이었다. 실제로 겨울에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봤다. 한낮에 볕이 비출 땐 꼭 살을 드러내 햇볕을 쬐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유럽에 처음 가서 느낀 건 유럽에도 겨울이 있다는 사실. 특히나 아무 대책 없이 동유럽에 갔을 땐 정말 극강의 추위를 느꼈다. 일기예보에 나온 기온만 보고 ‘우리나라 겨울과 비슷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당장 옷가게부터 찾아 들어가 내복과 스타킹을 사서 입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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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뿐만 아니다. 유럽 날씨는 의외로 변화무쌍하다. 대표적으로 영국. 비가 많이 내린다는 건 알았지만 비가 오고 난 후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멍청했다.) 단순히 일기예보만 체크하고 갔다면 분명 후회할 거다. 비오고 난 후에 바람은 유난히 차갑다. 우산 챙겨왔다고 스스로 기특하게 여겼는데, 바람을 막아줄 옷은 빼먹었다. 쓸데 없는 지출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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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황당했던 건 스페인에서였다. 스페인 여행자 8할이 그렇듯, 대표도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여행했는데, 두 도시의 겨울 날씨는 무척이나 달랐다. 내륙에 처박힌 마드리드는 생각보다 더 추웠다. 심지어는 폭설도 내렸다. 내가 갔던 해가 이상하긴 했다. 몇십 년 내린 폭설이랬다. 여행에서 짐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량 패딩이나 얇은 바람막이 정도는 챙겨가면 좋다.


    원 없이 타본 비행기

    유럽에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비행기값이 너무 저렴하다는 거였다. 특히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저가항공들이 특가 세일에 돌입하면서 ‘0원’ 티켓이 등장하기도 했다. 유류세와 공항세만 내가 비행기를 이용하는 거다. 가장 싸게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같은 구간 기차값보다 훨씬 샀다. 무엇보다 ‘0원’ 티켓이라니, 공짜가 아닌 공짜 같은 느낌에 확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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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 머물면서 원 없이 비행기를 탔다. 같은 구간 가격이 비슷하거나 얼마 차이 안 날 경우 비행기를 선호했다. 비행기를 타는 게 좋았고 공항에 가는 게 처음엔 너무 신이 났다. 하지만 비행기를 이용한다고 무조건 시간이 단축되는 건 아니다. 이동 시간은 절대적으로 비행기가 짧지만 공항은 대개 도심에서 떨어져 있기때문에 오고 가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뜨고 내릴 때마다 수속절차가 기다린다. 실제로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를 이동할 때 고속철도를 탄 친구와 비행기를 탄 내가 총 이동에 걸린 시간은 비슷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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