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케이블카 만든다고 관광객이 올까요?” 구청장이 반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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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인터뷰

    지자체 첫 생태관광조례 제정

    에너지 카페, 넷제로 공판장 등

    ‘탄소 다이어트’ 정책도 눈길

    “너도나도 긴 출렁다리 건설

    자기 살 파먹는 행위일 뿐”

    “대코 맥주축제 성공 이유는

    주민들 참여하고 즐겼기 때문”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최초’라는 타이틀은 중요하다. 하지만 최초는 그렇게 간단히 달성할 수 있는 타이틀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들이 쉽게 가려고 한다. 다른 지자체보다 조금 더 긴 출렁다리나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는 이유다. 그렇게라도 만들어 놓으면 ‘최초’ 타이틀을 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현 대전시 대덕구청장도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18년 기초자치단체 최초 공정·생태관광조례 제정, 2019년 지자체 최초 공정·생태관광지원센터 설치가 그것이다. 여느 지자체와는 결이 많이 달라 보인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근본을 손대는 행정이다.

    박 구청장은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대전시 시의원을 하다 2018년 대덕구청장에 당선됐다. 지난 4월에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깜짝 선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비대위 구성원 7명 중 그는 유일한 기초단체장이었다. 나머지 6명은 모두 현역 국회의원이었다. 민주당 소속 150명 기초단체장 중 유일하게 발탁되면서 ‘최고위원급 구청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구청장은 관광 분야에서 토목 사업과 같은 보여주기식 행정을 지양했다. 지역 주민과 단체가 주도하고 행정은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을 시도했다. 본래 전공인 환경운동을 결합한 넷제로(Net-zero ;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 공판장, 에너지 카페도 이색사업이다. ‘10만 탄소 다이어터 양병설’은 환경부에서 가져다 쓰는 캠페인이 되었다. 행정이 달라지면, 관광엔 어떤 변화가 올까. 박 구청장에게 공정·생태관광의 의미와 그간 겪은 시행착오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행+와 인터뷰 중인 박정현 대덕구청장.

    구청 들어오다 보니 청년 벙커라는 시설이 눈에 띄었다.

    청년들이 비용 걱정 없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원래 구청 민방위 훈련장이었다. 환경단체에 있을 때 한두 번 민방위 강의를 하러 온 적이 있다. 구청장 당선후 가봤는데, 방치돼 있더라. 고쳐서 쓰자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지하라서 습한 게 문제였다. 습기 잡는 게 쉽지 않았지만, 도시 재생 일환으로 청년 공간을 만들었다. 지금은 김어준의 벙커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대전시 대덕구청 지하에 있는 청년벙커는 원래 민방위 훈련장이었는데,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꿨다.

    처음으로 공정·생태관광 조례를 만든 기초자치단체다.

    관광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보고 먹는 것만이 아니다. 그 지역 역사, 문화, 주민들 삶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즐기는 것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한달살이 여행이 대표적이다. 요즘엔 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를 탐험하는 관광을 한다. 이런 여행이 앞으로 주요한 흐름이 될 거다. 그런 틀에서 공정생태 관광이라는 비전이나 철학은 유효하고 이를 위한 민간 자원을 발굴하고 육성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여행업 일을 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사회적 기업도 함께 참여해 조례를 만들었다.

    다른 지자체들 관광 정책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지방정부 관광 정책에는 반드시 토목이 들어간다. 대전의 대표 산인 보문산 개발 계획 핵심도 토목 사업이다. 하지만 여기(대전)에 케이블카를 만든다고 관광객이 갑자기 많아지겠나? 바다를 향해 케이블카가 있는 여수나 목포 같은 곳이라면 모르겠다. 보문산은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작은 산일 뿐이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 지자체들의 출렁다리 만들기 경쟁만 해도 그렇다. 새로 출렁다리를 만드는 지자체는 조금이라도 더 길게 만들어 승부를 보려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그 전까지 가장 길었던 출렁다리는 금새 잊히고 만다. 서로 제살깍기 경쟁을 하고 있다.

    공정·생태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핵심은 지역 주민이다. 지역 주민이 우리 동네를 여행하고 좋으면 여기 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주 고객은 주민이고, 핸들링하는 일꾼도 주민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주민이 중심이 되는 팀을 육성하고 있다. 여행객을 위한 기념품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포괄해서 운영하기 위해 문화관광재단을 준비하고 있다. 재단은 8월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지자체들에 축제는 중요하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구청장 당선후 2019년 대코 맥주페스티벌 축제를 만들었다. 세 가지를 고려했다. 첫째, 도로가 있어야 한다. 도로를 막고 맥주를 마시는 해방감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양쪽에 우산을 걸 수 있는 건물을 찾아야 했다. 특색 있는 요소로 우산을 설치하고 싶었다. 셋째, 거리 안에 식당이 어느 정도 있어서 지역에 매출이 발생하도록 방향을 정했다. 그렇게 해서 중리동 행복길에서 한달 주말 4차례 축제를 열었다. 가족들이 많이 왔다. 식당에서 4일 동안 3개월 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말도 들었다.

    대덕구 맥주축제인 대코페스티벌에 참가한 시민들 모습. <제공 = 대덕구>

    성공 비결이 뭐라고 보는가.

    공동체가 같이 해야 한다. 우산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건물주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청이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자 상인들이 돌아다니면서 설득했다. 민간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 나갔다. 주민들 호응도 중요하다. 그 동네에 그렇게 사람 많이 온 게 처음이라며 주민들이 신기해 했다. 가수 불러서 시끄럽다는 민원도 거의 없었다.

    반면 외지 관광객이 많아지면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덕구에 오버투어리즘 논란이 생겼으면 좋겠다.(웃음) 오버투어리즘은 심각한 문제다. 대덕구 계족산이 황톳길로 유명한데, 지금은 코로나로 주춤하지만, 원래 봄, 가을에는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 왔을 정도였다. 주말에는 공연도 했다. 그렇지만 ‘관광객이 가면 쓰레기만 남는다’, ‘주변 식당도 좋을 게 없다,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쓰레기가 쌓이면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단순한 교육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버투어리즘으로 고통받는 현실을 보고, 이에 대처하는 선진국 시민의식을 보면 달라질 것이다. 외국에서 젠틀하게 여행하다가 국내에 돌아오면 함부로 여행하겠는가.

    계족산 황톳길은 대전시 대덕구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화석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그린뉴딜이 화두였다. 그 핵심이 에너지 전환이다. 우리나라도 준비해야 한다. 직접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만드는 게 좋다. 그런 면에서 신안이 부럽다. 신재생에너지 단지에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들에게 기본 소득으로 돌려준다. 대덕구는 도시의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있는 연축동에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도시를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부지는 7만 3,000평이다. 거주 인구는 3,000~4,000명으로 본다. 행정기관과 주거시설, 상업과 산업 시설이 들어간다. 구청 부지도 있다. 그곳을 생태순환형 도시로 만들 예정이다. 그린 스마트 도시이자 그린뉴딜 모델 도시로 만들 것이다. 오는 2023년 공사를 시작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만 탄소 다이어터 양병설도 흥미롭다.

    대덕구 인구가 17만이다. 아주 어린 친구와 연세 많이 드신 분들 빼면 10만 정도 된다. 그 10만이 기후와 관련된 어떤 활동이라도 하자는 것이다. 10만 명을 만들려면 공무원부터 노력해야 한다. 산업계에도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탄소 다이어터라는 말이 재밌어서 머리에 꽂힌다.

    처음엔 담당 팀장이 ‘기후 디자이너’라는 말을 제안했는데, 잘 와닿지 않았다. 담당 팀장도 고민을 많이 했을 거다. 그런데 팀장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이 그 말을 만들어줬다. 지금은 환경부 공익광고에서 류준열도 ‘탄소 다이어트’라는 표현을 쓴다.

    10만 탄소 다이어터를 양성하기 위한 실천 방안은?

    일주일에 한 번만 고기 섭취를 쉬자는 제안을 했다. 대덕구민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채식을 한다면 대단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먼저 해야 주민들에게도 권할 수 있다. 구청직원들은 나무 목(木)을 따서 목요일에는 구내식당에서 채식한다. 또 평소 텀블러 갖고 다니고 나무 칫솔을 쓴다. 채식을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과 MOU도 맺는다. 이런 노력으로 한달에 한번씩 채식하는 기업도 있다. 관내 한솔제지가 그렇다. 한남대학교도 동참했다. 요즘은 군대나 학교에서 비건 식단이 있다. 대덕구를 채식 특구로 만들고 싶다.

    대덕구에 있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채식하는 날 캠페인에 동참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맺고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공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채식 식단으로 식사했다. <제공 = 대덕구>

    대덕구에 있는 에너지 카페는 관광지이기도 하던데.

    도시가 필요한 에너지를 그 도시에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 분권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에너지 시설이 주변에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고 잘 알지 못한다. 생활을 바꾸려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에코숍, 에너지 카페는 그런 기반들이다. 대덕구 내 12개 동별로 에너지 카페를 하나씩 만들려고 한다. 카페에서 교육도 받고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겠다.

    에너지 공판장이라는 것도 생겼더라.

    정확히 말하면, 넷제로(Net-zero) 공판장이다. 원래 이곳은 대통령 휴가 시설인 청남대 앞을 지키는 파출소였다. 청남대가 개방되면서 파출소를 둘 이유가 없어졌다. 구에서 2층짜리 건물을 주민들에게 위탁했다. 슈퍼마켓처럼 예쁘게 꾸며 이런저런 물건을 팔았다. 그러던 차에 지역 사회적 협동조합 ‘해유’라는 곳에서 넷제로 공판장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넷제로 공판장은 민 주도로 설립됐다. 구청예산이 들어가지 않았다. 리모델링 비용도 에너지 회사가 감당했다. 디자인은 지역 주민과 협동조합이 했다. 환경단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구청은 행정적 지원만 했다. 현재 리모델링 후 공판장에서는 환경상품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2층은 넷제로 도서관이다. 앞에는 기후위기를 알려주는 상징물도 있다.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 있는 넷제로 에너지 카페 ‘달그락 카페’ 개소식때 박정현 대덕구청장이 넷체로 체험 이벤트에 참여했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자전거 발전기가 믹서기를 돌려 과일주스를 만드는 체험이다. <제공 = 대덕구>

    기억에 남는 여행을 꼽자면.

    가끔식 힐링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재작년 에너지전환지방정부협의회 소속으로 갔다온 덴마크 연수다. 풍력으로 100퍼센트 에너지 자립을 달성한 곳을 봤는데, 그곳 지방정부 행정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풍력기 꽂는 위치를 주민들이 정할 수 있도록 하고 투자 관점에서도 은행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장하더라. 주민들도 풍력기 돌아가는 소리를 소음이 아니라 돈 떨어지는 소리라고 좋아하는 것을 봤다. 우리나라를 보자. 시골에 태양광을 많이 설치했지만, 시골 어르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우리도 신재생에너지로 얻는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든, 재투자하든 해야 지역 주민들 눈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예뻐 보일 것이다.

    기억에 남는 여행을 말해달라고 했는데, 공부하는 연수를 말해 당황스럽다. 그럼 여행은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여행이란 비우는 것이다. 여행을 가면 새로운 것을 배운다. 낯선 곳에 가면 긴장하고 자각이 생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면 그 전에 비워야 한다. 그래서 비움이라고 생각한다.

    [대담 = 최용성 여행+ 대표, 권오균 여행+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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