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소믈리에] 콧대 높은 프랑스 와인을 한방에 날려버린 1976년 ‘파리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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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와인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 unsplash

    금이다. 역시 와인은 불금과 어울려야 제맛이다. 오늘 마실 와인은? 그렇다. 어느새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 그리운 계절이 왔다. 화이트 와인 하면 어떤 브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캘리포니아산 샤도네이’가 아닐까 싶다.

    샤도네이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이 본고장인 청포도 품종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재배하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도 주요 산지 가운데 한 곳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산 샤도네이는 이른바 ‘1976년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으로 일약 세계 최고급 와인 품종으로 유명해졌다.

    파리스의 심판, 루벤스 그림(1636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 위키피디아

    파리의 심판은 사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신들의 왕 제우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Paris)에게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 세 여신 가운데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결정하라고 했다. 고심하던 파리스는 절세 미녀를 신부로 맞게 해주겠다는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정했다. 그 결과 벌어지는 것이 ‘트로이의 전쟁’이다.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와인 시음회는 반전의 드라마였다. / unsplash

    ‘1976년 파리의 심판’은 와인의 절대 강자 자리를 놓고 프랑스와 미국이 벌였던 치열한 한 판을 그리스 신화에 빗대어 만든 말이다. 시작은 단순했다. 정말 간단한 행사였다. 영국 와인 전문가였던 스티븐 스퍼리어는 동료이자 와인상이었던 패트리샤 갤러거와 함께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파리에서 와인 시음회를 주최했다. 스퍼리어는 단지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을 알리는 행사로 시음회를 마련했다. 어쨌든 1위는 프랑스 와인이 차지할 거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샤토 몬텔레나 이스테이트 카버네 소비뇽 1999(왼쪽)와 Stag’s Leap Cask 23 Cabernet Sauvignon / 위키피디아

    시음회는 프랑스 와인계 중진들의 블라인딩 테스트로 진행됐다. 그러데 웬걸?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캘리포니아 와인이 레드, 화이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레드 와인은 ‘Stag’s Leap Wine Cellars’가, 화이트 와인은 ‘샤토 몬텔레나’가 각각 우승했다. 프랑스 와인이 1등을 차지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가며 크게 주목받지 못한 시음회가 단번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파리 시음회가 캘리포니아 와인의 명성을 크게 확대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미국인들에겐 엄청난 감동이었는지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나왔다. 2008년 개봉한 ‘와인 미라클’이란 영화다.

    1976년 파리의 심판을 소재로 한 영화 ‘와인 미라클’

    샤도네이는 파인애플, 망고 등 열대 과일 향기가 진하게 나는 게 특징이다.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익은 포도인 만큼 일반적으로 당분이 많고 알코올 도수도 높아 와인도 풀바디 타입이 많다. 이번 주말에는 상큼하면서도 청량감 높은 샤도네이로 어느새 완연해진 봄을 만끽하고 좀 이르긴 하지만 다가올 여름 맞을 준비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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