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알코올만 찾는 내가’세계 4위’ 바를 굳이 찾아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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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unsplash

    자의 몸에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 부족한 것이 틀림없다. 소주 잔이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병이면 속이 울렁거린다. 디저트를 달고 살지만 알코올이 들어간 초콜릿만은 피하는 편이다. 이렇게 술을 즐기지도, 소화하지도 못하는 내가 굳이 찾아간 바가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하기 전, 인도네시아 빈탄에 위치한 한 리조트로 출장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싱가포르를 들렀다. 경유지에서 주어진 시간은 단 16시간. 빡빡한 일정의 끝은 싱가포르 부기스 역 파크뷰 스퀘어에 위치한 ‘아틀라스’였다.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루프톱 바 대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실내 비주얼 때문이었다. 비행기 탑승까지 3시간을 남기고 이곳에 도착했다.



    사진 출처 = 아틀라스 공식 페이스북

    매년 전 세계 500명 이상의 주류 전문가들의 투표를 집계하는 ‘2020 월드 베스트 바 50’에서 무려 4위를 차지한 아틀라스. 웅장한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들에 영감을 받아 거대한 규모와 섬세하고 우아한 장식들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음식과 술 메뉴들은 1920년대의 뉴욕과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필자는 비가 내리는 날 방문했는데, 입구에 위치한 거대한 조각상들을 지나 이곳에 들어서니 마치 다른 세계의 문을 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진 출처 = unsplash

    비가 많이 내려 우산을 써도 머리가 젖는 날이었다. 바에 입장하기 전 먼저 화장실로 향해 머리에 묻은 물기를 제거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틀라스의 드레스코드는 ‘캐주얼 시크’. 짧은 바지, 슬리퍼, 잠옷 같은 옷을 입고 방문하면 입장을 거부 당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입고 다닌 티셔츠와 청바지를 원피스로 갈아입으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술도 안 좋아하는데 바에 들어가려고 아등바등 옷을 갈아입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입장 후 살펴보니 대부분 격식을 갖춘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티셔츠에 청바지, 쪼리에 가까운 샌들 차림으로 이곳에 들어왔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니 역시 갈아입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 내부에 들어가 가장 먼저 놀란 점은 천장이 매우 높다는 점. 위 사진은 2층 VIP 좌석에서 촬영한 것인데 1~2층을 한 공간으로 뚫어 엄청난 개방감을 선사한다. 바 중심에 위치한 타워형 찬장은 약 1000개 이상의 진이 보기 좋게 자리를 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매니저의 설명이 납득이 갔다. 술이 워낙 많아 어떤 메뉴를 골라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니 매니저가 말을 걸어왔다. “어떤 종류의 알코올을 좋아하세요?”

    앞에서도 말했듯 필자는 한국에서 흔히 쓰는 말로 알쓰(알코올 쓰레기의 줄임말)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바에 오니 제대로 만든 술 한 잔 정도는 맛보고 싶었다. 먼저 주문한 메뉴는 카페 로얄 스페셜(Café Royal Special). 런던 드라이진, 독일식 슬로 베리 진, 이탈리아 버무스(vermouth, 포도주에 향료를 넣어 우려 만든 술), 샴페인 등을 넣어 만든다. 3개국의 술이 만나 탄생한 한 잔. 달달하면서도 꽤 묵직한 알코올 냄새가 확 들어왔다. 매우 깔끔한 끝 맛에 ‘이 정도면 괜찮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얼굴이 달아올라 끝까지 마시진 못했다.



    사진 출처 = unsplash

    바에서 공항까지 무사히 가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무알코올 칵테일 서머인 파리(Summer in Paris)를 한 잔 더 주문했다. 샤르도네(chardonnay, 화이트 와인 양조에 사용되는 청포도), 레몬 베리 티, 소다를 넣어 만들어 상큼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샤르도네 때문인지 와인 향이 올라왔다. 두 번째 잔을 비우고 나니 첫 번째 잔을 마시고 몸에 들어온 알코올이 조금은 해독되는 느낌이었다. 공항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를 나섰다.

    사진 출처 = unsplash(우)

    공항으로 가려고 바를 나가는데 매니저가 물어왔다. “손님, 아까 공항으로 간다고 하셨는데 택시 타는 걸 추천합니다. 빠르고 안전하고 무엇보다 비를 맞지 않을 수 있어요.” 세심한 배려에 귀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었다. 평소라면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이날만큼은 주저 없이 택시에 몸을 실었다. 익숙하지 않은 과정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은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택시 안에서 소리 없이 다짐했다. 다음 여행에서도 용기를 내어 직항 대신 경유를 선택하고, 술이 약해도 바를 찾아가고, 일정이 허락하는 한 많은 곳을 다녀보자고. 하루빨리 다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정미진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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