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곰탕집이 꼴등을 자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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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에서 6번째로 맛있는 나주곰탕.


    나주는 전라도 대표 지역이다. 과거가 더욱 찬란했다. 조선시대까지는 나주가 광주보다 큰 도시였다. 전주와 나주를 합쳐서 전라도였다. 고려 시대부터 나주목으로 불린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였고, 역사적 사건과 유물을 남겼다. 나주를 본관으로 하는 성씨가 60여 개나 될 정도로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배출하기도 했다.
        

    광주가 나주보다 커진 시기는 일제강점기인데, 이때 나주에 유명한 작물과 음식이 탄생하게 된다. 이제는 거의 고유명사로 굳어진 나주배와 나주곰탕이다.

    ◆ 60년부터 전국구 스타로 부상한 나주 배



    나주시 배박물관에 있는 배 캐릭터. <출처 = 나주시 공식블로그>

    나주 배는 오래전부터 명성이 높았다. 조선 시대 임금의 진상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전국을 대표하는 배가 된 때는 일본이 침략한 후 일본 농어민들이 대거 이주해 나주의 비옥한 충적지에 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00년대 중반부터 일본 농민들은 일본에서 개량된 우수한 배 품종을 들여와 심이면서 과수원을 경영했다. 그러다 광복 이후 일본인들이 떠나고 나주 농민들이 계속해서 배 농사를 이어갔다. 1960년대 과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나주의 유리한 자연환경과 오랜 재배 기술이 결합한 결과물이었다. 2012년에는 나주 배를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했다. 다른 지역의 배가 나주 배로 둔갑을 막는 조치다. 그런데, 요즘에는 배나무의 수령이 다해 배 맛이 다소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평도 있다. 원주배 등의 추격을 받고 있다.
      
    ◆ 일본군 통조림 공장 덕분에 생긴 나주곰탕
    곰탕이 만들어진 사연도 일제강점기와 관련이 있다. 1930년대 일본군에게 제공할 쇠고기 통조림 공장을 나주에 설립했다. 하루 200~300마리의 소가 도축되었다. 그 부산물이 상당했다. 부역에 시달린 한국인에게 노동의 대가로 소 부산물을 주거나 상인들에게 팔았다. 그것을 나주 5일 장에서 끓여 내놓은 음식이 나주곰탕이다.
    맑고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면서, 고기 대신 먹은 애환이 느껴지는 서민 음식이다. 나주곰탕의 외향적 특징은 맑은 국물이다. 보통 곰탕은 고기를 모두 발라내고 남은 뼈를 끓여 만든 음식이라 국물이 우유처럼 뽀얗다. 나주에서는 고기 부산물들만 사용해 국물이 맑은 편이다. 요즘에는 살코기 부위인 양지와 목심, 사태만을 장시간 푹 고아서 만든다.
    일제는 떠났고 호남 1번지 도시도 광주에게 내주었지만, 나주 배와 나주곰탕의 명성은 전국 제일이다. 금성관 주변 유명한 곰탕집은 코로나 이전에는 당연히 줄을 서서 먹어야 했다.

    나주에서 6번째로 맛있는 곰탕
    금성관 근처 반경 100m 주변으로 총 6곳의 나주곰탕 집이 있다. 그중 6번째로 맛있는 곰탕집인 사매기 나주곰탕을 찾았다. 6번째로 맛있다는 평가는 식당 스스로 내린 것이다. 식당에 대놓고 써 붙여 놨다. 나주에서 6번째로 맛있는 나주곰탕 집을 찾은 이유는 인파를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나주에 거주하는 현지인이자 숙소 주인장이 추천해줬기 때문이었다. 4대째 운영하는 100년 이상 전통의 하얀집이나 3대째인 노안집보다 더 맛있다거나 숨은 맛집이라고 현혹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현지인 말이니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맛은 6등(꼴등)이지만, 청결과 친절, 화장실이 1등이라는 문구를 적어 걸어놨다.


    곰탕을 주문하면, 김치와 깍두기, 양파, 고추를 같이 내어준다.

    6번째로 맛있는 집은 금성관 주변 곰탕집 중 역사도 가장 짧다. 그래도 새벽부터 4시간 이상 육수를 고아 삶기는 여느 곰탕집처럼 한다. 뜨끈하면서도 혀나 입천장이 데이지 않을 정도로 알맞은 온도로 토렴이 잘 되어 있었다. 국물은 맑고, 고기도 풍성했다. 전날 숙취가 충분히 해소됐다. 6곳 식당 중 6번째로 맛있다는 겸손하면서도 재치있는 표현도 은근히 정감이 갔다. 따지고 보면, 나주에서는 6등일 수 있으나, 전국적으로 순위를 매기면 응당 최상위권을 차지할 수준이었다. 나주에서 6등이면 전국에서 6등이라는 뜻을 내포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뇌리를 스쳤다. 이쯤 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이 선정한 테마기행 8권역 ‘남도 맛 기행’에 나주가 포함된 건 이렇게 겸손하게 꼴등이라고 대놓고 장사할 수 있는 자신감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또한, 음식점 옆 작은 박물관을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사설 생활사 박물관이라고 보면 되겠다. 진품명품 쇼에 출연할 법한 조선 후기 식기와 60~70년대 가전제품, 나주 국민학생의 편지와 일기장 같은 것들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는 후식으로 삼아볼 만 했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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