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사진만 1만5000장 찍은 여행광 교수님이 국회로 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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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만 여행업 종사자 대표하는

    국회의원 중 유일한 관광학 박사

    국회 관광산업포럼 공동대표 맡아

    “여행업계 링거 맞아야 할 판

    손실보상으로 업계 살려내야”

    “여행업 살리면 균형발전에 도움

    현실과 괴리된 법안들 손볼 것”

    “잃어버린 길 어딘가로 이어지듯

    걷기 여행은 우리 인생과 유사”

    300명 국회의원 중 유일한 관광학 박사인 송재호 의원은 올해 4월 출범한 국회 산업관광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포럼은 4명의 공동대표로 구성돼 있다. 도종환 의원, 이광재 의원, 그리고 송재호 의원 등 국회의원과 민간 대표로 양무승 전 KATA(한국여행업협회) 회장 등이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송 의원을 만나 관광산업의 위기와 전망, 그리고 여행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송재호 의원은 벚꽃이 만개한 날에는 야외 수업을 하던 귀여운 교수이자 여행광 이었다.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학생들에게 이론을 가르치려면 현실을 알아야 했기에 1년에 9개월은 제주도에 살고, 3개월은 제주도 밖에서 살았다. 여행 가서는 길에 빠져 하루에 20km를 걸었다. 이때 찍은 길 사진만 1만 5000장이 넘고 항공 마일리지는 100만이 쌓였다. 노무현 정부 때 문화관광연구원장으로 일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또 한 번 공직을 수행했다. 그리고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향인 제주도(제주시 갑)에 출마해서 당선됐다.

    송재호 의원.

    # 국회 산업관광산업 포럼이 4월에 출범했는데 공동대표를 맡으셨다. 설립 취지와 목적은.

    여행과 관광은 현대사회의 주류적 현상이다. 모두가 가고 싶어 하고, 우리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민에게 코로나 이후 무엇을 제일하고 싶은가 물어보면 거의 1순위로 여행이 등장한다. 또한 관광산업은 많은 일자리와 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도 국회 차원에서 이 산업을 다루는 포럼이나 연구 모임은 미약했다. 문체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다루기는 하나, 문화관광의 여러 분야 중의 하나일 뿐이다. 국회에서 좀 더 포괄적으로 다뤄보자는 의견을 모아서 관광산업포럼을 만들게 됐다. 관광과 관련된 여러 가지 입법 활동을 하고,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지난 3월 26일 열린 관광업계 현안청취 간담회를 마치고 찍은 사진. <제공 = 송재호 의원실>

    # 코로나로 여행업 타격이 얼마나 심각한가.

    사회적 거리를 두자는 말은 움직이지 말자는 뜻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세상이 됐으니 여행과 관광산업에 타격이 제일 컸다. 여행사의 경우는 4곳 중 1곳이 폐업상태로 매출액이 거의 제로(0)에 이르러 생계뿐만 아니라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그래서 관광업계는 정부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주로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관광사업자들, 예를 들면 여행사와 전세버스 업계는 타격이 심하다. 환자로 치면 바로 입원하고 링거를 맞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고 회복은 요원하다. 현재 여행·관광·숙박업 등은 경영위기업종으로 지정돼 있지만 해당 업계는 재난 업종으로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행업계 손실은 사회적 거리두기 및 집합금지 라는 정부의 행정 명령에 의해 일어난 손실이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소급 지원과 피해 수준 및 매출 등에 따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이후 여행이 활성화될 때를 대비할 수 있다. 그냥 두면 우리 산업 전체 구조와 일자리가 흔들린다.

    #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이 어려우니 국내 여행이 활발하다. 그런데 지역 경제를 위한 국내 관광 활성화를 하려고 해도, 외지 사람들이 오는 게 두렵다는 지역민들의 여론도 있다.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으로 인해 방역이 흔들리고 일상이 무너질 것을 걱정한다. 그렇지만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우울감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국민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여행을 무작정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방역 안전막을 형성하는 ‘안심 지역’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다. 지자체와 정부가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빠르게 정보전달을 하고, 관광지의 주민들과 종사자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해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포럼 차원에서 문체부, 국토부, 질병청 등에 제안하고자 한다.

    #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역임하셨는데, 국내 관광 활성화가 지방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균형 발전’ 이란 소위 모두 함께 잘먹고 잘살아 보자는 건데,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자원의 불균형 때문에 지역간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원이 많고, 인적 자원이 우수하고, 입지가 좋은 곳에서 잘사는 지역이 나온다. 거꾸로 관광은 소위 자원도 없고 인적 자원이나 역량이 조금 부족해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외국에 나가보면 좋은 자연경관이나 훌륭한 문화, 음식점, 미술관 하나만으로도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 지역이 많다. 우리나라도 관광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국회 관광산업포럼도 지역균형발전의 연장선이 될 수 있겠다.

    관광을 산업적, 제도적, 정책적 측면에서 활용하면 낙후된 산악지역이나 소외된 농어촌 지역을 도시민들이 휴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 시킴으로써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이나 청년들의 농어촌 빈집활용도 좋은 사례이다. 그래서 지역균형발전과 관광을 접목해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을 어떻게 바꾸고 어떤 법을 제정할지 고민 중이다.

    # 요즘 휴가 가서 일도 하는 워케이션을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워케이션(wocation)은 코로나시대의 노동을 위한 좋은 방안이다. 지역에도 좋고, 근무하시는 분들은 충전도 되고 일도 한다. 코로나 같은 상황에서는 대면업무보다는 비대면 업무, 화상회의 등 효율적인 업무형태와 언택트 기술이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워케이션이 새로운 근무 형태로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을 위한 입법도 고민중에 있다. 또한 경사노위를 비롯한 정부에도 제안하고자 한다.

    # 시야를 국외여행으로 돌려보자. 트래블 버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트래블 버블은 여행 보호 권역이다. 우리한테 와닿는 말로는 자가격리 면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백신을 맞으면 외국에서도 인정하고, 자가격리시키지 말자는 것이고, 또 외국서 들어올 때 한국에서 자가격리시키지 말자고 양국 간에 협약하자는 건데, 한국도 여름이 지나면 최소한 집단 면역이 형성되었다고 판단되지 않겠나. 현재 정부에서는 7월에 트래블버블을 시행한다고 발표했고, 국민의 안전을 위한 철저한 방역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포럼 차원에서 세부 시행계획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지난 5월 25일 중소여행사 간담회를 진행헀다. <제공 = 송재호 의원실>

    # 지역구가 제주도이신데, 작년 말 문을 연 제주 드림타워가 논란이다.

    제주도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생겼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들도 있는데, 한편으로 제주도민한테 어떤 도움이 되냐는 지적도 있다.

    드림타워는 외부의 대규모 자본에 의한 일종의 관광거점을 개발한 것이다. 개발 전에 개발할지 말지는 지역민이 결정하는 게 맞다. 그런 대규모 개발 없이 우리끼리 조그맣게 잘해보자고 방향을 정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미 드림타워를 유치한 상황이며, 제주도가 이미 그렇게 하자고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는 제대로 운영하고 입점업체와 소상공인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셨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제자들이 많겠다.

    학교에서 20년을 가르쳤다. 옛 제자들이 CEO가 되고, 더 실력 있는 교수도 되었다. 옛날에는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였다면 이제는 주고받는 관계다.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 벚꽃이 피면 야외 수업을 하는 낭만적인 교수였다. 근데 시험은 왜 어렵게 내신 건지.

    늘 오픈북 테스트를 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1시간에 쓰게 했다. 단답식이 아니라 논리나 자기 사고를 정리해서 쓰도록 요구했다. 외워서 보는 시험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조금 지나면 잊어버릴 테고, 웬만한 것은 다 검색하면 나온다.

    # 여행광이라고 들었다.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행을 안 가면 수업을 진행하기도 어려웠다. 여행하는 게 공부고, 그게 또 연구의 하나였다. 1년이면 한 석 달은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제주도 밖에서 살았다.

    # 주로 즐기는 여행 형태가 있나.

    특별히 관광단지를 본다거나 어떤 문화시설을 본다든가 이런 특별한 관심 사항이 아니면 보통 때는 늘 주제가 ‘길’이었다. 길을 보려고 했고 길을 걸으려고 했고 길을 찍으려고 했다.

    # 길 사진을 얼마나 찍었나.

    길 사진을 1만5000장 정도 찍었다.

    걷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 가면 보통 하루에 한 20킬로미터 정도 걸었다. 요새도 가급적이면 하루에 1만 보는 걸으려고 한다.

    2016년 인도 카팔라에서 송재호 의원이 촬영한 길 사진. 기사를 끝까지 읽으면 더 많은 길 사진을 볼 수 있다. <제공 = 송재호 의원실>

    # 걷기 여행과 길에 빠진 이유가 있나.

    길은 걷다 보면 반드시 통한다. 그래서 ‘길을 잃었다’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길을 잃었다고 느꼈을 때 두려운 것뿐이다. 조금 더 걸을 각오를 하면 된다. ‘한 시간만 더 걸어 볼까’ 하고 걸으면 된다. 잃어버리는 길은 없다. 삶 자체가 길이다.

    # 길 외에 여행에서 찾은 재미가 있다면 하나만 더 소개해달라.

    사진을 배경으로 삼기 좋은 게 해외에 있는 ‘빨래’다. 빨래를 세탁소에 안 맡기고, 줄에 말리는 나라가 많다. 종교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른데 빨래 너는 건 다 비슷하다. 사람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또 깨끗한 느낌이 좋다.

    2019년 미얀마 양곤에서 송재호의 의원이 촬영한 빨래 사진. <제공 = 송재호 의원실>

    # 적도기니 대통령 만나신 일화가 특이했다.

    교수 시절 여행 갔다가 우연히 적도기니 대통령을 만났다. 어쩌다 만난 인연으로 4년 동안 정책 컨설팅을 해줬다. 1년 중 현지에서 20일 정도 해주고, 적도기니에서 한국에 와서 20일간 머물며 배우고 가는 식이었다.

    적도기니 청년들과 한 컷. <제공 = 송재호 의원실>

    # 먼 곳인데 직접 가기까지 했나.

    해외 원조를 할 때 그냥 시설만 지어준다고 해서, 예를 들어 병원만 지어주면 운영을 할 수가 있겠나. 적도기니는 관광업이 그 나라에서 굉장히 중요한 업종이다. 대통령이 대통령 자문위원장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해와서 고민을 조금 했었다.

    # 고민되셨겠다.

    적도기니의 다른 분야는 정확히 모르지만, 관광산업이 제일 중요한 산업이었다. 그 나라의 관광으로 세계에 보여줄 기회였다. 관광으로 원하는 것을 다 설계해서 해볼 수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었다. 가족끼리 다 가는 게 좀 그래서 포기했다.

    # 여행을 이렇게 좋아하시는 교수님이 어쩌다 정치를 하게 된 건가.

    원래 계획에 없었다. 제가 나온 지역구(제주시 갑)에 4선 의원(강창일 주일대사)께서 불출마하는 바람에 그 당시 당 대표(이해찬 전 총리)가 아무래도 나가야겠다며 전략공천 했다. 징집된 것이다.

    송재호 의원. <제공 =송재호 의원실>

    # 국회의원 중에 단 한 명뿐인 관광학 박사다.

    그렇게 알고 있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최소한 200만 정도 된다. 그러니까 단일 업종 중에서는 굉장히 많은 수다.

    # 여행업 규모에 비해 그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적은 거 같다. 어쨌든 국회에 오셨는데, 꼭 해야겠다고 다짐한 그런 일들이 있나.

    균형발전과 관련된 국가나 토대를 만들고 싶다. 지방이 없어지고 국토 일부가 없어지게 된다.

    이게 시급한 문제다. 이 토대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것에 아주 유력한 수단이 여행과 관광이다. 여기서 여행과 관광 쪽 현실이 실제 정책과 어긋난 것들이 많다. 한두 개가 아니다. 관광 사진업이라고 들어보셨나? 옛날 신혼여행 같은 데 가면 개인택시 운전하시는 기사님이 돈 받고 사진 찍어주고 앨범으로 만들어서 보내줬다. 이게 아직도 관광 사업 업종이다. 집라인이나 번지점프 같은 것은 레포츠 시설인데, 규율하는 법안이 부족하다. 관광 관련된 법안이 시대를 반영하는 데 미흡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관광 현실을 반영하는 법으로 개정 작업을 해내려고 한다.

    # 잠시 일로부터 해방된다면 어디로 여행가고 싶은가.

    코로나 끝나서 여행 갈 기회가 생기면 조지아를 다시 가보려고 한다. 순수하고 때가 묻지 않았다. 물가도 싸고 와인도 아주 좋다. 코로나 블루를 치유하기 위해 아주 적합한 지역이다.

    2018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송재호 의원이 촬영한 사진. <제공 = 송재호 의원실>

    2018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송재호 의원이 촬영한 길 사진. <제공 = 송재호 의원실>

    # 지금까지 몇 개 국가를 가보셨나.

    남미를 제외하고 모든 대륙의 모든 나라를 갔다 온 것 같다. 남미는 일부러 빼놨다. 나중에 한 번에 다 가보려고.

    # 항공 마일리지가 엄청나겠다.

    한 100만 마일리지 정도 된다. 코로나가 끝나면 쌓인 마일리지로 스페인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 주로 이용하는 항공이 있는가.

    OTA(Online Travel Agency)로 검색해서 주로 저가 항공을 탄다. 싸게 구입하면 왠지 기분 좋게 여행을 할 것만 같다. 그래서 밤이나 새벽 비행기도 자주 이용했다.

    # 누구와 가나.

    혼자 다닌다. 아주 자유롭게 움직인다.

    2019년 미얀마 산쥬(왼쪽)와 만달에이구에서 촬영한 사진. <제공 = 송재호 의원실>

    # 여행이란 무엇인가.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현장에서 직접 찍고 보는것처럼 생생하다. 나라마다 다양한 환경에서 나이를 불문하고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나로 살아볼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그 자체로 신나는 일이다.

    # 여행의 장점은.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데, 남는 것은 추억 하나밖에 없다. 여행을 다녀오면 늘 추억이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삶과 아주 비슷하다. 인생도 와서 죽는 날까지 여행인 것이다. 국회의원 생활도 하나의 여행인 셈이다.

    [권오균 여행+ 기자]

    송재호 의원. <제공 = 송재호 의원실>

    포르투칼 파티마에서 송재호 의원이 촬영한 길 사진. <제공 = 송재호 의원실>

    포르투칼 포르투에서 송재호 의원이 촬영한 길 사진. <제공 = 송재호 의원실>

    2018년 포르투칼 파루에서 송재호 의원이 촬영한 길 사진. <제공 = 송재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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