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벡은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항구 도시이다.
뤼벡은 한자동맹의 맹주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한자(Hansa)’는 13세기 초부터 17세기에 이르기까지 독일 북부 도시들을 주축으로 세계 여러 도시가 연합해 결성한 무역 공동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뤼벡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중세 시기 건축물이 거리마다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도시 전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한자동맹 시기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건물들이 풍기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아기자기한 풍경이 돋보이는 뤼벡에서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 보자.
고트문드 옛 항구

‘고트문드’는 뤼벡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어촌 마을이다. 13세기부터 어부들이 모여 살았던 곳으로, 오래된 초가집들이 늘어서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 특징이다. 옛 가옥은 13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방문객은 마을을 둘러보며 그 시절 뤼벡 어부들의 생활상을 엿보기 좋다.

고트문드 마을은 한자동맹을 결성하면서 어업을 중심으로 크게 번성했다. 인근에 위치한 뤼벡 시내는 물론이고, 세계 각지로 생선을 수출하며 고트문드 마을은 독일의 경제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옛 어부들이 사용하던 낚싯대와 그물 등 다양한 기구들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화려한 멋을 자랑하는 뤼벡 시내와는 달리 작은 초가집과 고요한 트라베(Trave)강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보자. 다만,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에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셀로나 뤼벡 카페 & 바

고트문드 마을의 아름다움에 취해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허기가 진다. 고트문드 마을에서 뤼벡 시내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카페에 방문해 보자. 컨테이너 차고를 개조해 만든 카페 외관이 인상적이다.
카페 옆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트라베강이 아름답다. 따뜻한 분위기의 내부 좌석도 좋지만, 강변의 풍경을 더욱 자세히 감상하고 싶다면 외부 테라스 석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브런치 메뉴도 판매 중이라 아침 일찍부터 방문해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게 안이 북적인다.

피자나 샌드위치, 샐러드 등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타파스(Tapas)와 같은 스페인 요리도 마련해 관광객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킨다. 현지 과일을 즉석에서 갈아 제공하는 생과일주스도 있으니 음식과 함께 곁들여 보는 것도 좋다. 식당은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부르크 문
카페를 지나 뤼벡 시내를 향해 걸어본다. 시내를 입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문이 있다. 동서남북 방향에 설립한 4개의 성문 중 현존하는 성문은 북쪽에 위치한 ‘부르크 문’과 서쪽에 위치한 ‘홀스텐 문(Holstentor)’ 2곳이다. 부르크 문은 1444년 외적으로부터 뤼벡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졌다.

부르크 문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자 문 양쪽을 지키고 선 사자상이 보인다. 이 성문을 넘으면 중세 시대 건물이 가득한 구시가지가 펼쳐진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렌다. 고딕 양식과 독일 전통 건축 양식이 혼재된 성문의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뾰족한 첨탑 모양의 지붕과 빨간 벽돌로 이루어진 성벽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성문 상단에는 뤼벡을 상징하는 글귀와 그림이 새겨져 있으니 천천히 감상해 보자. 해가 지기 시작하는 밤에는 성문 하단에 있는 조명에 불이 들어와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시간과 상관없이 웅장한 풍경을 자랑하는 성문 앞에서 뤼벡 방문 기념사진을 남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럽 한자 박물관

한자동맹의 기원부터 쇠퇴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유럽 한자 박물관은 800년에 걸쳐 발전한 한자동맹의 일대기를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선보인다. 한자동맹을 체결한 뒤 소련과 독일 사이에 이루어진 무역과 관한 다양한 유물들을 전시해 둘러보기 좋다. 역사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다소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박물관은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실감 나게 전달한다.

박물관 한편에 위치한 미디어 아트를 통해 배가 항해하는 장면과 상인들이 배에서 내려 교류하는 장면을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현대 기술을 응용해 만든 프로그램도 있어 한자동맹에 대해 생생하게 배워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디오라마(3차원 실물 또는 축소 모형)를 관찰하며 한자동맹으로 번영했던 뤼벡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도 있다.
박물관은 관광객을 위한 번역 시스템도 갖추었다. 유물 안내판 상단의 QR 코드를 촬영하면 영어를 비롯한 4개 국어로 해석한 번역본을 제공한다. 박물관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입장권은 성인 기준 9유로(1만3000원). 사물함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무거운 짐이 있다면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자 약국
트라베 강변을 따라 15분 정도 걷다 보면, 마법사가 살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약국이 모습을 드러낸다. 1812년에 지어진 사자 약국은 200년이 넘는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킨 역사적인 건물이다. 사자 약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입구에 놓인 사자상이 방문객을 반긴다.

건물은 고딕 양식을 따라 지어졌으며, 아치형의 창문과 붉은 벽돌을 쌓아 만든 건물 외관이 매력적이다. 내부에 들어서자 현대식 약국에서는 맡을 수 없는 약초 향이 풍겨온다. 향긋한 냄새를 좇아 따라가 보니 뤼벡 현지에서 채취한 허브로 만든 차와 에센셜 오일, 천연 약초로 만든 연고를 진열하고 있다. 약국은 천연 약품 외에도 양약을 포함한 현대식 약품들도 판매해 관광객은 물론이고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제약 도구와 약국의 역사를 알려주는 문서들이 늘어서 흡사 제약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약사에게 문의하면 개인 맞춤형 영양제를 추천받을 수 있으니, 기념품으로 사도 좋다. 사자 약국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휴무일은 일요일이다.
팡프리쉬 식당

뤼벡은 시내 규모가 작을뿐더러, 관광지마다 거리도 멀지 않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풍경에 취해 이리저리 걷다 보니 어느새 허기가 진다. 트라베강 앞에 자리 잡고 있는 팡프리쉬 식당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하며 맛있는 음식을 즐겨 보자. 팡프리쉬는 트라베 강에서 잡힌 해산물로 만드는 해산물 요리 전문점이다.

팡프리쉬(Fangfrisch)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갓 잡은’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팡프리쉬 식당이 매일 조업한 해산물만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매일 아침 어부들이 가져오는 해산물에 따라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날마다 제공하는 메뉴가 조금씩 변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종업원에게 문의하면 음식과 곁들이기에 좋은 맥주나 와인 등 식당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주류를 추천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식당은 쾌적한 실내 좌석과 야외 테라스석을 모두 갖춰 방문객은 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팡프리쉬는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인다. 인기가 좋아 식사 시간대에는 오랜 시간 대기할 수도 있으니 방문 전에 예약하는 것을 잊지 말자. 식당은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푸른색의 트라베강과 붉은색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자아내는 경관이 아름답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소박한 웃음소리와 따스한 날씨, 잔잔한 강물이 모여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독일의 작은 마을 뤼벡에서 그림 같은 풍경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즐겨 보자.
글= 박한나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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