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엔푸에고스는 쿠바 중남부 해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다. 이 지역은 ‘남쪽의 진주(La Perla del Sur)’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식민 지배를 받아 스페인 문화가 가득한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프랑스 이주민을 대거 수용한 시엔푸에고스는 쿠바 내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가진 도시로 꼽힌다. 쿠바 내 도시 중에서 가장 이국적인 분위기가 짙은 곳으로, 프랑스와 쿠바의 건축 양식이 혼재된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도시 가득 늘어서 있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 쿠바 시엔푸에고스에서 아름다운 해안과 따뜻한 날씨, 이국적인 건축물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평화로운 풍경을 만끽해 보자.
팔라시오 페레르 미술관

시엔푸에고스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광장이 있다. 호세 마르띠(José Martí) 광장은 쿠바 시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광장 중심에는 쿠바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호세 마르띠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방문을 기념하며 동상 앞에서 사진을 남겨보는 것도 좋다. 광장 주변으로 ‘시엔푸에고스에 방문했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히는 관광 명소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 하나인 팔라시오 페레르 미술관은 시엔푸에고스의 대표 랜드마크로 꼽힌다.
건물은 개인 주택으로 설립했으나, 건물 외부의 ‘네오클래식’ 건축 양식이 돋보인다는 이유 덕분에 복원과 개조 작업을 거쳐 팔라시오 페레르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네오클래식 건축 양식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유럽과 북미에서 유행했던 건축 양식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 건축 기법을 재해석해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술관 꼭대기에 위치한 파란색 돔 지붕의 탑은 시엔푸에고스 시내 경관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로도 유명하다.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관광객들로 탑 내부가 북적북적하다. 방문객은 고풍스러운 장식이 돋보이는 발코니와 아치형 창문, 화려한 대리석 계단을 감상하며 네오클래식 건축 기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미술관은 주로 쿠바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쿠바의 전통 문양이 가득한 공예부터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그림까지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어 둘러보기 좋다. 미술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휴무일은 월요일이다.
토마스 테리 극장
웅장한 규모의 극장을 방문해 시엔푸에고스 건물 특유의 독특한 매력을 감상해 보자. 토마스테리 극장은 시엔푸에고스의 부유한 설탕 재벌인 토마스 테리를 기리기 위해 설립했다. 토마스 테리의 아들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기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극장은 시엔푸에고스의 중요한 공연 및 예술품 전시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건물은 네오클래식과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혼재했다. 거대한 규모의 아치형 출입구와 대형 창문, 섬세한 조각상들과 화려한 장식품들이 돋보인다. 건물 내부 역시 화려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박으로 장식한 천장과 프레스코화, 미술관 중앙에 위치한 청동 인물상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극장 내부에서는 오페라, 발레, 연극, 음악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쿠바 전통 음악과 춤을 선보이는 공연도 진행 중이니 일정을 참고해 감상해 보는 것도 좋다.
극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빌라 마리아 식당
시엔푸에고스의 아름다움에 취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허기가 진다. 쿠바의 가정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있다고 하니 방문해 배를 채워 보자.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냄새가 코를 스친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라 그런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원하는 반찬과 밥을 곁들여 먹는 쿠바 가정식 한 상. 방금 막 나온 음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식욕을 자극한다. 원형의 접시에는 밥과 반찬,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쿠바의 신선한 열대 과일, 수제로 만들어 거친 질감의 빵이 들어 있다. 가정식 외에도 고기를 옥수수 반죽에 감싸 찐 남미식 만두 ‘타말레스(Tamales)’ 등 맛있는 쿠바 전통 음식을 마련해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식당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왕의 부두
시엔푸에고스는 항구 도시로 알려진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부두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왕의 부두는 시엔푸에고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시엔푸에고스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왕의 부두를 통해 설탕과 커피를 수출하며 항구 도시로서 입지를 다졌다.

부두 주변으로는 당시 시엔푸에고스의 왕성한 해양 교역을 짐작하게 하는 낡은 구조물이 늘어서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왕의 부두에서는 더 이상 교역이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경관과 부두가 지닌 역사적인 가치 덕분에 관광객은 물론이고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좋은 명소이다. 한 손에 맥주를 들고 벤치에 앉아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자리를 잡고 앉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모하는 부두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해 보자.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면 부두를 지나 이어지는 해안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보는 것을 추천한다. 얼굴에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만끽하며 시엔푸에고스 항구의 아름다운 전경을 즐겨 보자.

자전거는 인근 여관에서 대여할 수 있다. 항구 옆에 위치한 대부분의 여관에서 평균 1~2컵(1400~2800원)에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카밀라의 식당
지는 해를 바라보며 열심히 페달을 밟고 나니 배가 고프다. 남쪽 라 푼타(La Punta) 해안지구에 위치한 식당에 방문해 저녁 식사를 즐겨보자. 라 푼타 해안지구는 20세기 초 시엔푸에고스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싶은 부유층 인사들이 지은 주택이 늘어서 있는 곳이다. 파란 바다와 고풍스러운 외관의 주택들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식당은 카밀라 호텔 1층에 위치해 있다. 라 푼타 해안지구에 자리 잡고 있는 식당은 대체적으로 시엔푸에고스 시내에 비해 물가가 비싸지만, 그만큼 고급스러운 서비스와 황홀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식당은 쿠바 전통 요리를 비롯해 스파게티, 피자 등의 양식 메뉴 등 다양한 음식을 마련해 관광객의 입맛을 만족시킨다. 오크라 소스를 활용한 파스타부터 채소와 함께 튀긴 병아리콩 등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독특한 비건 메뉴도 있다.
카밀라의 식당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는 식당 외부에 위치한 테라스석에서 뛰어난 경관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카밀라의 식당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앞으로는 아름다운 해안가의 풍경이, 뒤로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건물들이 늘어선 이국적인 경관이 펼쳐진다. 사진에는 절대 담기지 않는 시엔푸에고스의 황홀한 모습을 눈에 가득 새겨 보자.
글= 박한나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