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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오아후섬 60살 거북이가 지키는 양조장과 현지인 맛집

권효정 여행+ 기자 조회수  

하와이 오아후섬 북서부 쿠니아(Kunia) 지역에 위치한 초록빛 사탕수수밭을 품은 양조장인 코 하나 디스틸러(Kō Hana Distillers). 와이키키 중심부에서 차로 40분, 고즈넉한 농업지대를 지나면 하와이 고유 사탕수수가 빚어내는 럼의 세계가 펼쳐진다.

코 하나 디스틸러는 하와이 자연과 전통을 지키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코 하나 디스틸러를 방문하면 사탕수수밭에서 시작해 증류소를 거쳐 테이스팅까지, 하와이 전통문화와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진 럼 투어를 경험할 수 있다.

‘코(Ko)’는 사탕수수를, ‘하나(Hana)’는 일을 뜻한다. 두 단어를 결합한 ‘코 하나(Kō Hana)’는 사탕수수를 정성스럽게 다룬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코 하나 럼 투어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시작했다.

코 하나는 오로지 하와이 땅에서 자란 사탕수수로 럼을 만든다. ‘팜 투 보틀(Farm to Bottle)’ 철학으로 재배부터 병입까지 모든 과정을 한곳에서 완성한다. 사탕수수는 폴리네시아 선조들이 하와이로 가져온 ‘카누 식물’ 중 하나다. 별을 길잡이 삼아 하와이 제도를 향해 항해를 떠난 폴리네시아인들의 카누에는 신중하게 골라낸 코(Kō) 사탕수수 품종이 실려 있었다. 먼 여정을 견뎌낸 사탕수수는 오늘날 하와이 전통 사탕수수의 시작이 됐다. 하와이인들 일상에서 사탕수수는 귀중한 존재였다. 집 주변에 키운 사탕수수는 줄기와 주스로 삶의 양분 역할을 했다. 영양가 높은 주스는 전통 약용 조리법의 근간을 이뤘고, 신들과 소통하는 공물로도 쓰였다. ‘마눌렐레(Manulele)’ 품종은 상징성이 강하다. 사랑의 신 마카니케오에를 위한 사탕수수로, 하와이 문화의 깊이를 보여준다.

대규모 농장(플랜테이션) 개발의 시대, 100종이 넘던 하와이 사탕수수는 대규모 재배를 위해 변종으로 교체되며 자취를 감췄다. 공동 설립자인 로버트 도슨(Robert Dawson)과 제이슨 브랜드(Jason Brand)는 2017년 코 하나를 열며 하와이 사탕수수를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하와이 전통 농업 전문가와 과학자들 도움을 받아 30종 이상의 사탕수수를 찾아내 지금은 12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럼 투어에서 만난 사탕수수는 다 비슷해 보이겠지만 사실 저마다의 사연과 각기 다른 맛을 품고 있다. 코 하나 증류소는 대대로 이어져 온 사탕수수 가치를 기리며 보존에 힘쓰고 있다.

5m까지 자라난 사탕수수는 초록빛을 일으키며 불어오는 바람결에 따라 춤을 춘다. 농부들은 수확 모든 과정에서 기계를 쓰지 않고 모든 작업을 손으로 진행한다. 기계 대신 정성으로 사탕수수 줄기를 압착해 얻은 주스가 코 하나 럼의 시작점이 된다. 압착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는 자연스레 밭으로 돌아가 퇴비로 쓰인다. 사탕수수 주스는 발효 탱크에서 3일간의 시간을 보내며 이 과정에서 열대 과일 향을 피워낸다. 구리 증류기를 거쳐 오크 배럴에서 숙성되며 깊이 있는 풍미를 더한다. 배럴 하우스는 코 하나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미국산 화이트 오크로 만든 배럴 내부에 숯을 입혀 사탕수수 럼만의 풍미를 만들어낸다. 하와이 기후와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낸 숙성으로 코 하나 럼의 색다른 맛이 탄생한다.

투어의 백미는 테이스팅이다. 단일 품종 사탕수수가 빚어낸 화이트 럼과 다크 럼, 허니 럼, 초콜릿 럼이 각기 다른 맛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밝은 녹색 사탕수수로 만든 화이트 럼은 열대 과일 청량감을 전하고, 붉은 사탕수수가 빚은 다크 럼은 강렬한 맛을 자랑한다. 코 하나만의 시그니처 칵테일은 카카오 닙스와 럼의 조화로 완성된다.테이스팅을 마친 후엔 럼 케이크와 마카다미아 초콜릿 바 같은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다. 한 잔의 럼 속에 하와이의 시간과 자연, 장인의 정성이 녹아있다.

코 하나 럼 투어에서 만나는 또 다른 얼굴도 있다. 60년 된 아프리카 육지거북 토니다. 약 36㎏의 몸집을 자랑하는 토니는 사탕수수밭을 돌아다니며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코하나 럼 증류소 투어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투어는 농장 견학, 증류소 투어, 테이스팅으로 구성되며, 소요 시간은 약 2시간이다. 럼 투어를 하려면 미리 예약은 필수다. 코하나 럼 증류소는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코 하나 럼 투어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한다. 가이드와 함께하는 증류소 투어(35달러,약 5만 267원)는 사탕수수 정원을 시작으로 배럴 하우스, 증류소를 둘러본다. 사탕수수 정원을 지나면 오크통이 가득한 배럴 하우스를 구경할 수 있다. 오크통 속에서 시간을 들여 완성되는 럼의 깊이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테이스팅 바에서 네 가지 클래식 럼을 맛보며 투어가 마무리된다.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다. 에스테이트 팜 투어(50달러, 약7만 1810원) 하와이 전통 사탕수수밭 현장을 직접 거닐며 농부 재배 과정을 둘러본다. 투어는 클래식 럼 시음으로 끝난다.

코 하나 디스틸러에서 럼 투어를 마쳤다면, 바로 옆 푸드트럭 ‘디스 리틀 피기(This Lil Piggy)’에서 하와이와 텍사스가 만난 이색 바비큐를 먹어보자. 하와이, 텍사스, 남부 요리를 아우르는 디스 리틀 피기는 현지 식재료와 최상급 육류로 완성한 정통 바비큐로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디스 리틀 피기는 라스베이거스 디제이 토마 터너와 스시 셰프 어윈 카나테가 의기투합해 오픈한 퓨전 바비큐 레스토랑이자 푸드트럭이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하와이식 훈제 요리로 호평을 받았고, 시범적인 케이터링 서비스를 거쳐 본격적으로 매장을 열었다고 한다.

코 하나 부지 내에 자리한 매장은 지붕이 있는 야외공간과 피크닉 테이블을 갖췄다. 푸른 사탕수수와 산이 어우러진 전망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건물 측면 창구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브리스킷, 칼루아 슬라이더, 하와이식 훈제 고기, 베이크드 빈스, 소시지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매콤한 소스와 달콤한 소스를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현지인 추천을 받은 메뉴는 칼루아 피그 슬라이더(Kalua pig slider)다. ‘칼루아’는 하와이식 전통 요리법에서 온 용어로 돼지고기를 땅속 오븐에서 오랜 시간 저온 조리하는 방식이다. 기름기 없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돼지고기를 작은 빵 사이에 넣어 한 입 크기로 만든 버거가 칼루아 피그 슬라이더다. 메인 메뉴급 인기를 누린다. 디스 리틀 피기는 하와이 주둔 미군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은 맛집으로, 넉넉한 양과 합리적인 가격이 장점이다.

글, 사진 / 하와이(미국)=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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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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