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밤은 화려하다. 해가 지고 나면, 화려한 불빛과 귀를 울리는 노랫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운다. 아름다운 동남아의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방문했다가 되레 피곤함만 늘었던 기억이 있다면 이곳에 주목해 보자.
라오스 비엔티안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수도와는 달리 소박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편의점보다 사원이 더 많다”는 평이 있을 만큼, 도시 곳곳에 늘어선 사원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색을 즐기고 싶은 불교 신자, 설사 비 종교인이라해도 비엔티안은 최고의 여행지가 될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찾아보자.
붓다파크 Xieng Khuan


시내로부터 약 25㎞ 떨어진 곳에 독특한 공원이 있다고 하니 방문해 보자. 씨엥 쿠안(Xieng Khuan)이라고도 불리는 붓다 파크는 불교와 힌두교의 신화를 주제로 한 200여 개의 조각상을 전시해놓은 공간이다. 공원은 1958년 라오스 예술가 루앙푸 분루아 수리랏(Luang Pu Bunleua Sulilat)에 의해 지어졌다. 공원 내부에 빼곡히 들어선 돌상들이 신비로우면서도 오싹한 분위기를 풍긴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이곳에 방문했다면 반드시 관람해야 하는 조각상이 있다. 거대한 호박 모양의 조형물이 바로 그것. 입구가 악마의 입을 형상화해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망설여진다. 내부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지옥, 지상, 천국을 상징한다. 내부에 위치한 좁은 계단을 따라 걸으며 곳곳에 있는 작은 조각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형물 상층부에 도달하면, 공원 전체의 광경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공원 외곽에는 라오스와 태국을 연결하는 우정의 다리(Friendshp Bridge)가 자리 잡고 있다.
건너지 않더라도, 메콩강 전경과 다리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니 구경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공원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막펫 Makphet
맛있는 요리로 배를 채우고, 따뜻한 사연으로 가슴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막펫은 비엔티안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레스토랑이다. 식당은 소외계층 아동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요식업 기술을 가르친다. 식당 곳곳에 구슬땀을 흘리며 요리를 배우는 아이들이 가득하다.
완성된 요리들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근사하다. 막펫은 전통 라오스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퓨전 요리를 선보인다. 메콩강에서 잡은 신선한 물고기를 이용해 만든 해산물 요리가 대표 음식이다. 깔끔한 내부는 막펫을 인기 있는 식당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식당 뒷편에 열심히 바닥과 식탁을 쓸고 닦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내부 곳곳에 걸려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이 눈길을 끈다. 모든 작품은 구매가 가능하며 판매 수익금은 식당은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프렌즈 인터내셔널(Friends International)’에 기부한다고 하니 참고하자. 식당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하며 휴무일은 주말이다.
바 탓 카오 Vat That Khao
비엔티안을 상징하는 웅장한 불상이 있는 곳으로 향해 보자. 바 탓 카오는 비엔티안에 위치한 탓 루앙 사원(Pha That Luang)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 사원의 역사는 3세기부터 시작한다. 라오스를 방문한 인도의 승려들이 부처님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작은 사원을 세웠다. 수 세기 동안 여러 차례 보수 작업을 거친 사원은 16세기에 이르러, 비엔티안을 수도로 삼았던 라오스 왕국의 셋타티랏(Setthathirat) 왕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셋타티랏 왕은 황금빛의 거대한 첨탑을 사원 한가운데 건립했다.
첨탑 내부에는 부처의 유골을 안치했다는 설화가 전해져 기도를 드리기 위해 사원을 찾은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원 내부의 정원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규모의 불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부처가 오른쪽으로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머리는 손으로 받치고 다리는 자연스럽게 구부려져 있다. 마치, 아빠가 집에서 TV를 보는 것 같은 편안한 자세에 웃음이 터진다. 부처의 자세를 따라 기념사진을 남기는 방문객들의 모습도 보인다. 부처의 표정은 자애롭고 평온하며, 눈은 반쯤 감겨 있다. 이는 부처가 생을 마감하고 열반에 드는 순간을 표현한 것으로, 신도들이 불상을 바라보며 내면의 평화를 찾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불상의 유쾌한 자세와는 별개로, 신성한 장소이니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옷을 입어야 하니 주의하자. 입장료는 인당 3만 낍(2000원). 불상이 위치한 사원은 오전 8시부터 4시까지 운영하며 휴무일은 월요일이다.
왓 씨 므앙 Wat Si Muang
비엔티안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원으로 향해 보자. 왓 씨 므앙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행운과 복을 기원하기 위해 꽃과 과일을 들고 사원을 찾은 현지인들로 내부가 북적북적하다.
사원은 1563년 셋타티랏 왕이 루앙프랑방(Luang Prabang)에서 비엔티안으로 수도를 옮길 당시에 건설했다. 아름다운 외관과는 달리, 사원이 건립될 당시부터 전해지는 설화는 섬뜩하다. 이야기에 따르면, 신실한 불교 신자였던 낭 씨 므앙(Nang Si Muang)이 번영을 빌며 스스로 제물이 됐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설화 덕분에 왓 씨 므앙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더욱 신성하게 여겨진다. 사원은 석조 기둥을 중심으로 세워졌으며, 내부는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다양한 모양의 금불상들이 늘어서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원을 돌아다니는 승려에게 문의하면 액을 막아주는 팔찌를 팔목에 둘러준다. 빨간 실로 만든 팔찌를 채워주며 정성스럽게 기도를 해주는 승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원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장한다.
도이 카 노이 식당 Doi Ka Noi
비엔티안의 아름다움을 찾아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전통 라오스 요리를 선보이는 도이 카 노이는 현대식으로 꾸며져 눈길을 끈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식당에서 라오스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 덕분에 관광객은 물론이고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좋다. 매일 아침 현지 시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재료와 식당에서 관리하는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사용해 만든 요리를 선보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당일 수급한 재료에 따라 매일 다른 메뉴를 제공한다는 점 역시 독특하다. 방문 전에 식당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오늘의 메뉴를 확인해 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요리사인 노이(Noi)는 할머니로부터 전수 받은 전통 레시피를 계승해 라오스의 사라져가는 요리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소스와 육수를 직접 만들고,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노이의 말에서 자부심이 엿보인다.
건강한 음식을 즐기러 온 방문객들로 식당 안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기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방문 전에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거울을 보며 사원에서 봤던 불상의 표정을 따라 해 본다. 낯이 익다 했더니, 길가에서 마주친 비엔티안 시민들의 얼굴과 닮아있다. 비엔티안의 여유롭고 느린 리듬이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주는 깊은 감동을 느끼러 비엔티안으로 향해 보자.
글= 박한나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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