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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 먹고 마사지 받고 3㎏ 빠져…전 세계 ‘최고’ 웰니스리조트 직접 가보니

홍지연 여행+ 기자 조회수  


내년이면 오픈 30주년을 맞는 치바솜 후아힌 리조트. 2만8000여 ㎡ 부지에 만들어진 리조트는 마치 하나의 커다란 정원 같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해부학·인체생리학 섭렵한 건강관리사만 50명

– 객실 54개인데, 스파룸 등 치료실만 70개

– ‘3박 최소 600만원’ 재방문율 60% 이상

– 영국·러시아 부호들이 찾는다는 꿈의 그곳

– 아시아 최초 웰니스 리조트, 치바솜 후기

나를 오롯이 마주하는 일은 어렵고 낯설다. 내박쳐둔다는 표현이 딱 맞겠다. 현대인 대부분 나를 챙기는 일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간다. 챙기기는 커녕 몸과 마음이 그저 하루하루 버텨주기만을 바란다. 그래서일까 얼마전부터 이곳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한 ‘마인드풀니스(Mindfullness)’ 마음 챙김이라는 표현이 낯설면서도 슬프게 다가왔다.

태국 후아힌에 위치한 치바솜 리조트는 문턱이 높다. 비단 숙박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성역 같은 이 엄격한 리조트에 들려면 결심이 필요하다. 세상과 잠시 헤어질 결심 말이다. 산중 천년고찰은 물론 비행기 안에서도 와이파이가 가능한 세상인데 과연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무엇보다 세상과 연결이 끊어졌을 때 불안감과 압박감을 이길 수 있을지가 더 문제다.


치바솜 후아힌 리조트 전경 / 사진=치바솜 후아힌

치바솜 리조트는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단절되기를 원하는 전세계 부자들이 돈을 싸들고 몰려오는 곳이다. 1박 요금은 200만원을 넘는다. 최소 3박부터 숙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본 600만원 넘는 돈을 들여야 이곳에 올 수 있다. 하지만 부자들에게 돈은 큰 문제가 안 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균 일주일을 머물고 재방문율은 60%를 웃돈다.

치바솜은 태국어로 ‘생명의 안식처’라는 뜻이다. 생명의 안식처에는 스마트폰도 sns도 각종 전자 기기도 없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잊고 최소 나흘을 버틸 자신이 있다면 이곳에 와도 좋다. 아니 무엇보다 그동안 방치해 둔 몸과 마음을 제대로 바라볼 용기가 이제서야 생겼다면 큰맘 먹고 치바솜으로 향해보자. 1일 한가지 이상 마사지가 기본으로 제공되고 유기농 식단으로 삼시세끼를 챙겨주는 전세계 최고 수준의 웰니스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좀 더 단단한 각오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 생명의 안식처에서 맨 처음 한 일은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픽업 서비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치바솜 리조트는 수완나품 공항부터 리조트까지 픽업 센딩 서비스를 제공한다. 벤츠 e클래스를 타고 방콕부터 편하게 리조트까지 갔다. 약 3시간 정도가 걸렸다. 철문이 열리고 비로소 치바솜에 들었다. 전담 버틀러가 본인 소개를 하고 자스민 꽃을 엮어 만든 장식품과 레몬그라스 웰컴티를 건낸다.


치바솜 후아힌 메인로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스마트폰에 손이 갔다. 기록하는 것이 일이기에 어디에 가든 무조건 반사처럼 카메라부터 들이미는 것이 버릇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안 된다. 치바솜에서는 공용 공간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눈앞의 장면이 그대로 지나가버리는 것이 무척 불안했지만 어쨌든 규칙에 따르기로 한다. 메인 로비 테이블 위에 놓인 스마트폰 금지 표시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취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빔과 함께 다닐 때만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은 리조트 측의 허락하에 찍은 것임을 미리 밝힌다.)


마치 하나의 정원 같은 후아힌 치바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울창한 숲을 중심으로 안락하게 꾸민 리조트 첫인상은 요새 같았다. 내년이면 오픈 30주년을 맞는다는데 시설이 노후한 흔적 없이 깔끔하게 관리된 모습이었다. 태국 전통 건축을 모티브로 지어 세월이 흘러도 촌스럽지 않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리조트 안에는 그저 편안한 휴식을 찾아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미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치유를 시작한 ‘동지’들이 보였다.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파자마, 로브를 입고 꼿꼿하게 서서 돌아다니는 그들과 일상복 차림으로 쩔어있는 나 사이에 거대한 벽이 느껴져서 쉬 적응이 되지 않았다.


태국 전통 가옥과 어우러지는 조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평소 같았으면 이 어색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았겠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손에 들린 자스민 화환의 감촉을 느끼고 향긋한 꽃내음을 맡는 일뿐이었다. 막막함에 약간 멍해지려는 찰나 이름이 불렸다.

치바솜에서 체크인 이후 가장 먼저하는 일은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나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사전에 작성한 건강 설문지를 바탕으로 머무는 동안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구체적인 스케줄을 짠다. 치바솜에서 운영하는 트리트먼트와 액티비티를 전부 합하면 120개가 넘는다.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골라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후아힌 치바솜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최종적으로 고른 리트리트 유형은 ‘스파 웰빙’이었다. 스파 웰빙 3박 기준으로 포함된 트리트먼트는 ‘치바솜 얼굴 마사지’ ‘치바솜 전신 코쿤 마사지’ ‘림프 마사지’ ‘알로에 바디 마사지’ ‘치바솜 시그니쳐 딥 핸드 마사지’ 등 5개다. 다섯 가지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배치한 다음 남는 시간에 추가로 하고 싶은 액티비티를 채워 넣으면 된다.


치바솜 후아힌 전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건강하게 먹고 편히 자는 것이 웰니스의 기본


가장 기본 객실인 오션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오션룸은 가장 기본 객실인데 상당히 널찍해서 놀랐다. 냉장고에 채워진 건강 음료는 전부 무료로 먹을 수 있다. 널찍한 옷장 공간이 특히 좋았다. 바닥부터 천장 그리고 가구까지 전부 편안한 느낌을 주는 목재를 사용해 꾸몄다. 리조트 내에서 돌아다닐 때 입을 수 있는 파자마와 실내 슬리퍼, 실외 슬리퍼가 각각 마련되어 있다. 객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라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뜨거운 물에 라임을 넣어 마시면 독소를 빼는데 좋다고.


턴 다운 서비스와 미니바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최근 치바솜에서 새롭게 런칭한 것은 수면 프로그램이다. ‘잘 자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전 객실에 암막 커튼 달았다. 또 저녁 턴 다운 서비스에 인센스 버너 제공을 추가한 것도 좀 더 편히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들이다.


레스토랑 에메랄드 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레스토랑은 에메랄드룸과 테이스트 오브 시암 두 군데다. 에메랄드룸에서는 점심과 저녁을 테이스트 오브 시암에서는 아침·점심·저녁 식사가 가능하다. 아침으로는 각종 주스와 단백질 쉐이크, 달걀 요리와 샐러드 등 원하는 건강식을 주문해서 먹으면 된다. 여기에 각종 야채요리와 토마토구이, 감자구이 등 달걀찜, 과일로 차려진 뷔페를 자유롭게 이용하면 된다. 치바솜 레스토랑은 특히 반응이 좋다. 몇몇 돈 많은 단골들은 개인 요리사를 치바솜으로 보내 건강식 요리법을 배워오라고 할 정도라고.


신차이 스리비파 치바솜 후아힌 총괄 셰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후아힌 치바솜의 오가닉 가든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치바솜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전부 저염 건강식이다. 이곳에서는 마요네즈와 케첩도 직접 만든다. 메뉴를 주문하면 소금과 후추를 따로 내준다. 기호에 맞게 첨가해 먹으면 된다. 치바솜에는 주방팀만 40명, 그중에 셰프만 33명이다. 손님 개개인에 따라 음식을 다르게 제공하기 때문에 주방팀 인원이 많아야 한다. 최대한 태국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로 요리한다. 치바솜 리조트는 인근에 유기농 농장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다. 리조트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농장은 약 3200㎡,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농장은 3만2000㎡에 달한다. 농장에서는 리조트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할 정도로 지속가능성 실천에 진심이 곳이다.


# 해부학까지 섭렵한 전문가가 해주는 천상의 마사지


치바솜 후아힌의 테라피 스위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나흘 동안 하루에 많게는 3가지 마사지 트리트먼트를 받았다. 마사지는 물론 인체 생리학과 해부학까지 공부한 테라피스트들은 나보다 내 몸을 더 잘 아는 듯했다. 뼈와 살이 분리되는 지점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전문가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그저 몸과 마음이 정상으로 되돌아 가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딥 핸드 마사지는 팔과 어깨 그리고 손에 집중한 마사지다. 경력이 20년이 넘는다는 람(Ram)이 전완근을 만지더니 평소에 타자를 많이 치냐고 물었다. 여태 살아온 모든 과정이 몸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치바솜 후아힌의 70개 처치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코쿤 마사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스크럽 후 오일과 밤을 뜨끈하게 녹여 온몸에 바른 다음 비닐로 몸을 감싸고 수분을 보충해주는 크림을 전신에 바른다. 남이 해주는 스크럽 마사지는 처음 받아보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온몸에 알로에베라와 바디 수분로션을 바른 다음 비닐로 칭칭 감싼 모습이 마치 누에고치 같다고 해서 코쿤 마사지라고 부른다. 서서히 몸에 열이 올라오고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것이 완전 새로운 경험이었다.

림프 마사지는 솔로 몸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엄청 약한 압으로 마사지한다. 알로에 바디 마사지는 몸에 열감을 내려주는 데 효과가 있다. 알로에와 오이 섞은 것을 차갑게 한 다음 몸에 바르고 커다란 바나나잎으로 감싼다.


수치료 공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치바솜에는 메디컬 스파도 있다. 피부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정밀 사진을 찍고 8가지 피부 상태에 대해 진단을 받은 다음 피부과 의사가 몇 가지 시술을 추천한다. 다만 가격대가 너무 비싸서 페이셜 케어는 진단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국과 비교하면 약간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트리트먼트 중간 비는 시간 대부분은 사우나에서 보냈다. 사우나는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스팀 사우나, 습식 사우나 그리고 1인용 핀란드식 사우나가 있다. 허브 향이 진하게 올라오는 스팀사우나와 뜨겁게 달군 돌에 물을 끼얹어 열을 발생시키는 핀란드식 사우나가 특히 좋았다.


여성 사우나의 휴식 공간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첫 날 상담을 진행했던 마나냐(Mananya)를 마지막날 다시 만났다. 그는 내 표정이 훨씬 더 좋아졌다고 인사를 건냈다. 이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어떤 트리트먼트가 좋았고 어떤 점을 개선했으면 좋겠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내가 말한 전부를 기록했다. 나중에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혈압과 맥박을 재고 몸무게도 다시쟀다. 첫날과 비교해 2.9㎏이 빠져있었다. 투숙객 중 85%는 몸무게가 빠진다고 했다.

+++


참파카 스위트 테라스 / 사진=치바솜 후아힌


치바솜 후아힌 골든 보 스위트 테라스 / 사진=치바솜 후아힌

치바솜 리조트는 머무는 내내 그리고 다녀와서도 여러 고민에 빠지게 하는 공간이었다. 잘 산다는 것, 웰니스는 무엇일까. 누구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 먹고 원하는 시간에 쉬고 하고 싶은 거 하고 걱정 없이 지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라이프스타일이 지속 가능한 것일까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일찌감치 이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은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시간을 내서 본인의 몸과 마음을 돌보러 치바솜 리조트를 찾는다.

치바솜 ‘럭셔리’ 리조트가 아닌 ‘웰니스’ 리조트다. 숙박요금만 놓고 보면 분명 비싼 곳이 맞다. 후아힌에 위치한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 호텔과 비교해도 월등히 비싸다. 다만 이곳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나 자신을 건강하게 돌보는 것이기에 ‘웰니스’라는 수식어가 럭셔리보다 먼저 나온다. 따지고 보면 호화스러운 것이 전부 건강한 것은 아니기에 이곳은 찾는 사람들도 단순히 돈만 많은 부류들은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SNS에 명품 가방과 슈퍼카를 자랑하는 일이 아닌 본인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다.


명상 수업(왼쪽)과 스파 마사지 / 사진=치바솜 후아힌

솔직히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일 때만 해도 3박 4일 동안 얼마나 변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30년 넘게 살아온 몸을 바꾸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각을 전환하는 데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치바솜에서 머물면서 매일이 고민이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 자신을 살펴봄과 동시에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에 집중한 시간이었다.

태국(후아힌)=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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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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