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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식 서비스 NO” 개장부터 매진 신화 쓴 日 미쉐린 키 호텔의 전략

권효정 여행+ 기자 조회수  


무와 니세코 외관

지난해 12월 개관한 무와 니세코가 불과 반년 만에 ‘2024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일본 호텔 컬렉션에서 미쉐린 원키를 받으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진행한 미쉐린 키 평가에서 독립 브랜드 호텔이 개관 직후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미쉐린 키는 레스토랑 평가로 유명한 미쉐린 가이드가 최근 도입한 호텔 평가 체계로, 서비스와 디자인, 입지 등을 종합 평가해 1~3개까지 차등 부여한다. 입소문을 타며 개장 첫 겨울 시즌을 ‘매진’으로 시작한 무와 니세코 측을 통해 차별화 전략과 니세코 지역 특성에 대해 들어봤다.

기존 일본 니세코 지역 스키 리조트들 운영의 특징은?


무와 니세코 디럭스 트윈룸 / 사진=권효정 기자

니세코 마켓 특징은 호텔 개발사와 운영사가 다른 경우가 많다. 개발사 중심의 하드웨어 설계로 인해 운영 측면이 초기 단계부터 고려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프리미엄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실질적 부분이 부족했다. 분양과 세일즈에 치중된 하드웨어 구조는 실제 운영과 고객 경험 측면에서 럭셔리함이 떨어졌다.


무와 니세코 디럭스 트윈룸 / 사진=권효정 기자

니세코의 또 다른 특징은 강한 겨울 시즌성이다. 대부분 운영사가 호주, 뉴질랜드, 유럽에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온 외국인을 계절 근로자로 채용했다. 단기 체류 직원들은 고객 서비스보다 개인적 목적이 우선되다 보니 인적 서비스가 균일하지 못했고 수준도 높지 않았다.


무와 니세코 디럭스 트윈룸 / 사진=권효정 기자

무와 니세코는 시장 특성을 사전에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했다. 인적 서비스를 핵심 차별화 요소로 삼아 서비스 태도, 경험을 기준으로 직원을 선발했다. 서비스 품질을 최우선으로 두고 인재 채용에 집중했다.

주변 레스토랑만 방문해도 서비스 차이가 확연하다. 니세코는 겨울철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보니 캐주얼한 서비스가 당연시됐다. 고가 요금에 비해 낮은 서비스 수준으로 고객 불만이 컸다. 고객들은 미흡한 서비스를 감수하고 스키 체험으로만 만족해야 했던 실정이었다.

무와 니세코가 미쉐린 원키를 받은 주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스키 관련 핵심 시설을 집약한 무와 니세코 / 사진=권효정 기자

하드웨어는 스키 인아웃과 스키어를 위한 원스톱 시스템 등 스키 관련 핵심 시설을 집약했다. 소프트웨어는 럭셔리 웰니스와 미식 경험을 위한 스파, 인피니티 온천, 미쉐린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일본 니세코 지역 스키 리조트들 전반적 서비스는 과거 높지 않았다.현재는 경쟁으로 좀 개선됐지만, 호텔 운영사들의 인적 서비스는 여전히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거 리뷰들도 보통 수준의 평가가 대부분이다.

무와 니세코는 5성급 호텔에 준하는 프라이빗하고 프리미엄한 서비스 경험을 위해 인원 구성부터 선발, 교육까지 공을 들였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적 서비스가 어우러져 미쉐린 원키 획득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니세코 지역은 성수기와 비수기 차이가 크다.

겨울철 운영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무와 니세코 로비 / 사진=권효정 기자

겨울철에는 숙박과 스키 서비스 외에도 대고객 서비스가 확대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개 스키장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 운영이다. 스키어들은 A지점에서 출발해 B, C지점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양한 슬로프를 즐길 수 있다.

지하 주차장은 무와 니세코만의 강점이다. 니세코는 폭설이 잦아 매일 아침 눈 치우는 데만 15~20분이 소요된다. 직원들도 출근 시 제설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정도다. 지하주차장 덕분에 투숙객들은 제설 작업 없이 편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주변 호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차별화된 시설이다.

무와 니세코는 기차역과 웰컴센터 주차장에서 무료 송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겨울철에는 개인차량 이용이 제한적이고, 스키 장비를 들고 이동하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에 송영 요청이 쇄도한다. 짧은 거리라도 겨울철에는 이동이 힘들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송영 서비스는 공항을 제외하고 사전 예약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바로 앞 웰컴센터 주차장이 가깝게 보여도 겨울철 짐을 끌고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리무진버스로 도착한 후 숙소까지 가는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새해에는 시즌 맞춤형 이벤트와 스페셜 디너 코스도 준비한다. 겨울철에는 더욱 활기차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니세코 지역성은 호텔 브랜딩에 어떻게 녹아들었나?

니세코만의 강점을 브랜딩 핵심 요소로 삼았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원초적 자연환경을 럭셔리 웰니스 경험과 연결했다. 무와 니세코는 천혜의 자연 한가운데 자리한다. 덕분에 투숙객은 별도 활동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휴식과 재충전이 가능하다.

계절별 특성도 적극 활용했다. 겨울철에는 스키를, 그린 시즌에는 하이킹과 트레킹, 사이클링 등 자연 속 활동을 웰니스 체험과 연계했다. 인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 니세코 자연환경 요소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투숙객들은 “공기조차 맛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사진으로 담기 힘들 만큼 자연환경은 시각은 물론 청각, 후각, 미각, 촉각까지 모든 감각을 일깨운다. 자연 그대로 모습이 웰니스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핵심 브랜딩 포인트가 됐다. 인위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니세코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웰니스 경험을 제공하는데 주력한다.

무와 니세코 건축과 디자인 콘셉트가 궁금하다

일본 전통 건축의 정수와 현대적 웰니스의 만남이 니세코에서 새로운 형태로 구현됐다. 무와 니세코는 일본 전통 건축 양식인 ‘엔가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엔가와는 일본식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내외를 잇는 복도나 테라스를 뜻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발코니나 베란다와 유사하다. 밖에서 안을, 안에서 밖을 바라볼 수 있는 기능적 역할을 한다.

주변 스키 리조트들이 단면 설계를 선택한 것과 달리, 이곳은 대부분 객실에 테라스를 배치했다. 박공 지붕과 함께 ‘베케이션 홈’ 콘셉트를 구현했다. 호텔보다는 집 같은 휴식을 추구한다.

지역성도 놓치지 않았다. 홋카이도산 목재를 활용한 ‘타임 앤 스타일’ 가구들이 공간을 채웠다. 타임 앤 스타일은 홋카이도 현지 공장에서 목재를 직접 구매하고 건조하는 유일한 일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쿠마 켄고 등 유명 건축가와 협업을 계속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건축 설계의 핵심은 ‘연결과 단절의 균형’이다. 엔가와식 테라스와 창문으로 내외부를 구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결을 시도했다. 모던한 외관 속 홋카이도 지역 특색을 살리며, 기존 웰니스 리조트들의 폐쇄적 설계에서 벗어나 열린 공간을 지향했다.

웰니스 프로그램은 미쉐린 원키 획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무와 니세코 웰니스 프로그램은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인 웰니스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과 달리, 핵심 경험만을 엄선해 제공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오히려 고객의 깊이 있는 경험을 방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스파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이다. 기획 단계부터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쳐 시즌별 특성을 반영했다. 겨울철 스키, 여름철 하이킹 등 계절별 액티비티를 고려해 바디 트리트먼트에 집중했다.페이셜 등 부가 서비스는 과감히 배제하고, 고객 니즈와 전문성이 검증된 프로그램만 엄선했다.

호텔의 대표 시설인 인피니티 온천은 지하에서 직접 끌어올린 천연 온천수를 사용한다. 지역 내 다른 호텔들이 단순 온천이라 표현하는 것과 달리, 실제 온천수다. 입장 전 차 선택부터, 정성스러운 티타임, 아름다운 전경 감상까지 후각과 미각, 시각을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미식 역시 웰니스의 중요한 한 축이다.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는 홋카이도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심플하면서도 정갈한 요리를 선보인다. 복잡한 조리법이나 화려한 비주얼을 추구하기보다는 식재료 자체의 깊은 맛을 끌어내는데 주력한다.


양태오 디자이너 가구로 꾸며진 무와 스파룸 / 사진=권효정 기자


양태오 디자이너 가구로 꾸며진 무와 스파룸 / 사진=권효정 기자

결국 무와 니세코의 웰니스는 ‘다다익선’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추구한다. 알짜배기 프로그램으로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을 선사하는 것이 최대 차별점이다.

호텔 입구부터 내부까지 공간 설계의 의도가 있나?

입구의 돌 배치부터 로비까지는 기능과 경험 두 가지 측면을 고려했다. 겨울철 강한 눈바람을 막아 로비 온도와 열손실을 조절하는 기능적 요소를 갖추면서도, 투숙객 동선을 따라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세 가지 시퀀스를 구현했다. 투숙객들은 먼저 정면의 무와 니세코 로고를 마주하고, 밝은 외부에서 들어와 톤다운된 조도 속 아트워크를 만난다. 마지막으로 방향을 틀어 중정의 자연을 마주하게 된다. 직선이 아닌 꺾인 동선으로 공간별 기대감을 높였다.

입구에는 공사 중 부지에서 나온 돌을 그대로 활용해 니세코 자연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았다.

객실 역시 세심한 디자인 철학이 돋보인다. 밝은 톤, 중간 톤, 어두운 톤의 나무색을 사용해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되, 공간의 통일성은 유지했다.

신칸센 니세코 연장이 호텔 운영과 고객 경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현재 도쿄발 신칸센은 홋카이도 최남단 하코다테까지만 연결된다. 오는 2030년을 목표로 니세코까지 확장을 추진한다. 산악지대 공사 어려움 속에서도 총 5개 역이 신설될 예정이다.

신칸센 개통 시 삿포로에서 니세코까지 이동시간이 현재 2시간에서 30분대로 대폭 단축된다. 역에서 무와 니세코까지는 차량으로 10분이면 닿는다.

교통 접근성 개선은 겨울철 의미가 크다. 현재는 폭설이 오면 개인 차량 이용이 어려워 리무진 버스에 의존해야 한다. 봄여름철은 리무진 버스 운행이 없어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2시간 30분가량 기차를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삿포로 도심에서 30분 만에 닿게 되면 잠재 고객층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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