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지 하면 흔히 도쿄나 오사카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유명 관광지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하면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여행이 되기 쉽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일본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시코쿠 섬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4개의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일본의 숨겨진 여행지 중 하나다. 시코쿠 섬 여행을 떠났다면 꼭 들러야 할 스폿 3곳을 직접 다녀와 소개한다.
1. 자연 속 힐링 스폿 ‘젠보 세이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젠보 세이네이. 효고현 아와지시마 섬의 청정 자연 속에 자리한 젠보 세이네이는 2022년 일본 파소나 그룹이 만든 리조트 시설이다. 파소나 그룹은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한 것에 초점을 두고,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자 젠보 세이네이를 오픈했다.
젠보 세이네이 건물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반 시게루(Ban Shigeru) 건축가가 설계했다. 나무와 종이를 소재로 지속 가능한 건축을 선보이는 건축가로도 유명한 반 시게루는 젠보 세이네이 건물에도 역시 비슷한 특징을 살렸다.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목조건물부터 내부 천장에 사용한 종이 기둥까지 젠보 세이네이 건물 곳곳에서 친환경적이고 독창적인 반 시게루 만의 건축 양식을 발견할 수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따듯한 차를 내어준다. 차를 다 마신 뒤 긴 복도를 따라 숙박 공간이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가면 작은 방들이 나타난다. 각 방에는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작은 책상, 다다미 침대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들여놓았다. 각 방 입구에는 명패가 붙어있는데, 명패에는 모두 선의 가르침을 담은 단어들이 적혀있다. 숙박 공간을 지나 바깥으로 나가면 발을 담그고 편히 쉴 수 있는 야외 족욕 시설도 있다.
2층에는 명상과 요가 체험을 할 수 있는 젠 웰니스(zen wellness) 공간을 마련했다. 젠 웰니스 공간은 사방이 탁 트여 있어 360도로 푸르른 숲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전면 개방되는 통유리 창문을 설치해 사계절 내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명상, 요가 등을 할 수 있다. 이날 기자는 명상 체험에 참여했다. 약 30분 동안 명상을 하며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숲 너머로 들려오는 새소리와 푸르른 자연의 풍경이 마음을 더욱 차분하게 해주었다.
젠보 세이네이는 1박 2일과 당일치기 두 개의 프로그램을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0% 예약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젠보 세이네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 지친 일상 속 힐링이 필요하다면 자연과 함께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젠보 세이네이에 방문해보자.
2. 온통 ‘양파’로 가득한 우즈노오카 오오나루토교 기념관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양파를 콘셉트로 한 ‘우즈노오카 오오나루토교 기념관’이다. 우즈노오카 오오나루토교 기념관은 시코쿠 섬과 아와지시마 섬을 잇는 ‘오오나루토교’가 개통된 1985년에 문을 열었다.
기념관 내부에는 아와지시마의 특산품인 ‘양파’와 관련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양파 피아노, 양파 조형물 등 재밌는 아이템들을 구경할 수 있다. 내부 기념품 숍에는 양파를 닮은 상품들과 아와지시마의 식재료를 사용해 만든 과자, 음료, 술 등을 판매하고 있다. 시식코너가 잘 갖추어져 있어 인기 상품은 구매 전에 맛을 확인할 수 있다.
야외 테라스로 나가면 바다 위 오오나루토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바다와 오오나루토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사람도 많았다. 테라스 한편에는 커다란 양파 조형물도 자리해있다. 조형물과 함께 비치한 양파 가발을 머리에 쓰고 기념사진을 남겨보는 것도 좋다.
기념관 2층에는 나루토 해협과 오오나루토교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에서는 일본산 성게, 장어 등을 사용한 해산물 요리와 아와지시마의 특산품인 양파, 소고기 등을 사용해 만든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많은 메뉴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커다란 양파를 통째로 튀겨서 만든 ‘양파튀김’이다. 바삭한 식감과 함께 양파의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가장 기억에 남았던 메뉴다.
우즈노오카 오오나루토교 기념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매주 화요일은 문을 닫으니 방문에 참고하자. 기념관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 꼭 한 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3. 세토 내해가 한눈에… 꼬불꼬불한 전망대 ‘야시마루’
꼬불꼬불한 모습의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야시마루’ 전망대를 소개한다. 가가와현 다카마쓰의 야시마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야시마루는 2022년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를 기념해 문을 연 전망대다.
전망대에 가기 위해서는 야시마 절을 지나야 한다. ‘야시마지’라고도 불리는 야시마 절은 시코쿠 섬의 88개 사찰 중 84번째 사찰로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절이다. 때문에 절 입구에서부터 흰옷을 입고 삿갓을 쓴 순례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절의 규모는 작지만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기념관, 다양한 석상 등 볼거리가 많아 전망대로 향하기 전 잠깐 시간을 할애해 둘러보기 좋았다.
야시마 절을 지나 쭉 걸어 올라가다 보면 가장 먼저 푸르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혼슈 섬, 시코쿠 섬, 규슈 섬 사이의 좁은 바다 ‘세토 내해’다. 좀 더 탁 트인 전경을 보기 위해 전망대 내부로 들어갔다. 전망대의 양옆이 모두 투명 유리로 이루어져 있어 편하게 세토 내해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또한 걸을 때마다 전망대의 높낮이가 달라져 다양한 시점으로 바다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전망대 지붕의 아지석 기와도 볼거리 중 하나다. 야시마루 전망대의 지붕은 모두 다카마쓰에서 나는 아지석을 사용해 만든 기와로 덮여있다. 일본 3대 화강암 중 하나인 아지석은 가격이 매우 비싼 돌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야시마루 전망대의 지붕을 아지석 기와로 덮기 위해 들인 비용만 약 16억 엔(약 141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전망대 내부에는 작은 카페와 세토 내해에서 발생한 ‘겐페이 전투’를 주제로 한 영상을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시네마가 들어서 있다. 이외에도 내부에는 아지석을 사용한 여러 조각품을 전시한 공간, 돌과 관련한 여러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는 기념품 숍 등을 마련했다.
야시마루 전망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화요일은 문을 닫는다. 해가 질 때쯤 전망대에 방문하면 빨갛게 물든 바다의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일몰 시각에 맞춰서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코쿠(일본)=정세윤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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