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유럽의 심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체코는 크게 3개 지역으로 나뉜다.
프라하를 중심으로 한 보헤미아 지역, 체코 제2의 도시 브르노를 품은 모라비아 그리고 실레지아다. 실제로 실레지아가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작아 크게 보헤미아와 모라비아로 구분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프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여행지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은 물론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서도 익숙하게 봐온 중세도시 프라하. 유럽 국가 중 물가가 저렴한 편에 속해 코로나 이전엔 한달살기 여행지로도 주목받았다.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를 시작하는 초여름. 아직 여름 휴가지를 정해지 못했다면 체코 모라비아 지역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지난봄 직접 체코 모라비아를 방문해 대표 명소는 물론 유네스코가 지정한 지역 축제에도 참여하고 체코 음식도 맛 봤다.
체코 전역에서 맛볼 수 있는 찐빵 크네들리키부터 전통 모라비아식 가정식 메뉴를 판매하는 블치노프 지역 식당과 브르노의 트렌디한 맛집까지 시원한 체코 맥주를 곁들이기 좋은 현지 음식을 소개한다.
# 크네들리키_호텔 로키텐
knedlíky_Hotel Rokiten
가장 처음으로 소개할 것은 체코식 찐빵 크네들리키다. 크네들리키는 체코를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 밀가루에 달걀과 우유를 섞어 반죽해서 만든다. 특이한 점은 반죽을 오븐에 굽지 않고 물에 삶는다는 것이다. 크네들리키는 우리로 치면 찐빵과 비슷하다. 크네들리키는 우연히 발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야기는 이렇다. 1800년대 체코에 전쟁이 터졌다. 한 부대가 적군에게 공격을 받아 오븐이 망가지게 됐다. 요리사는 오븐을 쓸 수 없게 되자 반죽을 그냥 물에 넣고 삶았다.
크네들리키는 체코 인근 국가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먹는다. 체코 전역에서 흔하게 크네들리키를 맛볼 수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은 속에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것이다. 담백한 크네들리키를 고기 스튜나 굴라시, 스테이크 소스에 담가 먹는다. 모라비아식 크네들리키는 주로 살구로 속을 채워 만든다. 체코어로 메룬코베 크네들리키(meruňkové knedlíky)다. 체코 다른 지역에서는 주로 베리류를 넣어 먹는다. 담백하고 쫄깃쫄깃한 빵속에 상콤달콤한 살구 과육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냈다. 빵 자체가 크기가 크고 꽤 묵직해 모라비아 지역 현지인들은 점심 등 식사로 크네들리키를 먹기도 한다.
# 베트남 쌀국수_메이 하우스 MÂY house
모라비아를 포함해 체코 전역에는 베트남 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체코에는 베트남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의 교민이 바로 베트남 출신이다. 중국인보다 더 많다. 예전 체코가 공산국가일 때부터 베트남과 활발히 교류했고 그 영향으로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체코에 터전을 잡았다.
브르노 국립극장 이사가 추천한 집으로 직원 전부 베트남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일 하고 있다. 영어가 안 통하는 점이 약간 불편하지만 번역기를 사용하면 큰 문제 없이 주문할 수 있다. 소고기 쌀국수가 가장 무난하고 매콤한 것이 먹고싶다면 ‘메이 쌀국수’를 추천한다. 함께 나오는 베트남 고추는 무척 매우니 맛을 봐가면서 고추를 추가해 먹도록.
# 정통 체코식 가정식_우 라츠카 U Racka
우 라츠카는 오스트로슈스카 노바 베스(Ostrožská Nová Ves) 마을에 있는 호텔 겸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서는 정통 체코식 점심을 팔고 있다. 모라비아 산 와인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 메뉴마다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다.
본격적인 메인 요리 전에 나오는 양배추 수프가 특히 맛있다. 신선한 양배추를 맹물에 넣고 10분 간 끓인 다음 다시 물을 갈아 20~30분 더 끓인다. 이렇게 하면 양배추의 쓴 맛이 빠진다고 한다. 여기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파프리카와 베이컨, 버섯을 넣어 수프를 완성한다. 메인 요리는 자두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 훈제요리였다. 넉넉한 소스에 감자가루를 넣고 만든 크네들리키를 곁들여 먹는다.
# 힙한 맥주가게_로칼 유 카이플라 Lokál U Caipla
브르노 중심가에 위치한 로칼 유 카이플라는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트렌디한 맛집이다. 맛있는 체코 맥주와 다양한 안주를 맛볼 수 있는 인기 펍으로 브르노는 물론 프라하와 플젠에도 업장이 있다.
로칼 유 카이플라의 인기 메뉴로는 소고기 타르타르가 있다. 겉을 바삭하게 튀긴 빵과 마늘 그리고 달걀 노른자와 향신료로 양념한 생고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육회와 매우 비슷하지만 먹는 방법은 다르다. 먼저 빵을 집은 다음 생마늘을 빵 표면에 갈아 묻힌다. 겉이 아주 바삭한 빵은 마치 강판 역할을 한다. 마늘을 묻힌 빵 위에 육회를 얹어 먹으면 된다. 알싸한 마늘 맛과 담백한 육회가 어우러지는 것이 맥주 안주로 딱이다.
함께 간 일행 중 한명은 한국에서 육회나 뭉터기 같은 날 고기를 먹지 못한다고 했는데 로칼 유 카이플라에서 판매하는 타르타르는 맛있게 먹었다.
체코(남부 모라비아)=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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