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지명은 발리어로 ‘약·치료’를 뜻하는 ‘우밧(ubad)’에서 유래했다. 과거 약초가 풍부했던 이 지역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치유를 찾으러 오는 곳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챙길 시간이 필요했다. 우붓으로 떠났다.
일정 내내 바이스로이 발리 리조트에서 지냈다. ‘바이스로이 발리’는 우붓 리조트 중에서 독보적 존재다. 바이스로이 발리는 인도네시아 왕족이 애정하는 ‘왕가의 계곡(Valley of the Kings)’ 꼭대기에 위치한다. 2005년 개장한 바이스로이는 다른 리조트들과 다르게 가족 소유의 럭셔리 부티크 호텔이다. 바이스로이 발리는 전 세계 90여 개국 우수 부티크 호텔이 소속된 스몰 럭셔리 호텔(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 멤버다. SLH 호텔은 럭셔리함을 기본으로 명확한 호텔 정체성 보유하고 있는지, 오너의 철학이 호텔에 고루 반영했는지 등 70개 이상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입 후에도 지속적인 서비스 점검과 평가를 받아 품질 유지는 필수다.
도착의 순간 |
호텔에 들어가기 전부터 직원들의 환대가 시작된다. 로비 건물에 들어서자 웰컴 드링크와 함께 체크인이 진행된다. 바이스로이 발리는 우붓 번화가에서 차로 5분 거리다. 우붓 왕궁과 코코마켓으로 가는 무료 셔틀 서비스가 있다. 우붓에서 유일하게 헬기 착륙장도 입구 쪽에 위치한다. 체크인을 마치고 ‘버기카’라는 전동차로 빌라까지 이동했다. 버기카는 언제든 예약할 수 있고 무료 셔틀 서비스는 미리 예약만 하면 된다.
휴식 공간 |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높은 천장과 개방감이 눈에 띄었다. 방은 푹신한 침대, 커피 머신, 일리 커피 캡슐, 통합 미니바 등을 갖췄다. 욕실은 럭셔리 리조트답게 넓었다. 대형 대리석 욕실에 화장실은 분리했다. 욕조, 샤워 공간, 칫솔과 치약부터 모기 기피제까지 갖춘 어메니티 등이 있었다.
리조트에는 딱 44개 객실이 있다. 스위트룸 4개와 프라이빗 빌라 40개다. 빌라는 6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모든 객실은 울창한 정글 뷰를 자랑한다. 바이스로이 발리 인테리어는 발리의 미학적 전통과 자연환경을 동시에 품었다.
각 객실은 모두 독립형으로 프라이빗하다. 현대적인 발리 테마는 로비를 넘어 객실까지 이어진다. 객실마다 오픈 에어식 건축방식으로 지었고 알랑알랑(초가 지붕), 인피니티 풀을 갖췄다. 알랑알랑은 주기적으로 개보수를 하고 있다. 객실 내부는 발리 전통 인형과 사진들로 세심하게 꾸며졌다.
리조트는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 우붓 자연환경을 지키고 있다. 일회용품 대신 물을 리필할 수 있는 병을 비치했다. 발리 여행 필수품인 샤워 필터도 필요하지 않았다. 정수 시스템을 갖춰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
백미는 정글을 품은 인피니티 풀이다. 우붓 럭셔리 리조트 중 유일하게 온수풀을 갖췄다. 우붓은 정글로 인해 기온이 서늘해 해가 지면 수영장 수온이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 모든 객실에서 밤낮 상관없이 온수풀로 하루종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객실 모두 초록 뷰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부대 시설 |
여독을 풀기 위한 스파시설과 헬스장은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스파 시설 ‘아코야 스파(Akoya Spa)’로 향했다. 도착하면 웰컴 드링크로 웰니스 차가 나온다. 피부뿐 아니라 신체 상태를 확인하는 설문지를 작성했다. 상담 이후 발리니즈 마사지를 택했다. 트리트먼트 룸에 도착하면 어떤 오일을 사용할지 10가지 오일 효능을 듣고 시향을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한 가지를 정해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헬스장은 의외의 뷰 맛집이었다. 헬스장 아래층에는 스쿼시 연습장이 있어 미리 예약하면 사용할 수 있다. 헬스장은 다양한 무게와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우붓 정글뷰를 보며 런닝머신을 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리조트에는 공용 수영장이 한 개 있다. 레스토랑 옆에 있는 정글뷰 인피티니 풀이다. 카바나와 데이 베드로 넉넉히 있어 여유롭게 쉬기에 좋다.
우아한 다이닝 |
바이스로이 발리에는 세 곳의 식음업장이 있다. 아페리티프(Apéritif) 레스토랑, 핀스트라이프 바(Pinstrip Bar), 캐스케이드(CasCades)다.
아페리티프는 2018년 10월에 문을 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투숙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워크인으로 많이 찾는 우붓 유명 레스토랑이다. 인테리어는 대리석, 어두운 목재, 청동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1920년대 아르데코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체 온실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벨기에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 수석 셰프 닉 밴더비켄(Nic Vanderbeeken)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도네시아 식재료를 현대적인 요리법으로 재해석한다. 18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급 빈티지 와인을 포함한 180개 이상 라벨을 갖춘 와인 저장고가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7코스 정찬이다. 식전주로 시작해 다양한 메뉴와 주류를 페어링(조합)한다. 요리에는 닉 셰프의 어린 시절 향수가 담겨 있다. 사슴고기 웰링턴(Venison Wellington)은 가족 잔치 때 자주 먹던 음식이다. 웰링턴은 아시아 요리인 렌당(rendang)의 풍미를 가미했다.
아페리티프에서는 맛뿐만 아니라 발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문화가 담겨 있다. 코스는 센세이션 화이트(망고, 머랭, 코코넛, 치즈케이크 크럼블)와 닉 셰프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땅콩버터와 젤리가 곁들여진 디저트로 마무리된다.
아페리티프 바로 옆에 위치한 핀스트라이프 바는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와 1920년대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인 ‘핀스트라이프’에서 이름을 따왔다. 스피크이지 바는 1920년대 미국 금주령 시대에 몰래 운영하던 은밀한 술집에서 유래했다.
발리 출신이자 수석 믹솔로지스트인 판지 위즈라완(Panji Wisrawan)이 이끄는 핀스트라이프는 1920년대와 1930년대 패션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칵테일 메뉴를 선보인다. 우붓 현지에서 얻은 열대 과일 풍미를 더한다. 내부는 대리석, 짙은 톤의 목재, 청동 요소로 꾸몄다.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낮은 위치의 바는 그 당시 인테리어를 따랐다. 방문객이 시간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핀스트라이프 바는 바이스로이 발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패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텔 설립자인 마가렛 베인브리지(Margaret Bainbridge)는 패션 디자이너 출신이었다. 그의 남편 오토 시로와트카(Otto Syrowatka) 또한 패션 애호가였다. 오토는 데이트할 때마다 핀스트라이프 정장을 입었다고 한다.
리조트와 식음업장 모두 지속 가능성에 진심이다. 핀스트라이프 바는 칵테일 마스터 클래스를 운영한다. 칵테일용 재료들은 주방에서 재활용하는데 제로 웨이스트 실천의 일환이다. 클래스는 믹솔로지스트와 정원 투어, 칵테일 만드는 방법 배우기, 칵테일과 카나페 시식을 포함한다.
올데이 다이닝 캐스케이드는 ‘왕가의 계곡’을 내려다보는 창문 역할을 한다. 캐스케이드에서는 서양 요리와 인도네시아 요리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조식은 캐스케이드에서 제공한다.
[글, 사진= 발리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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